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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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일 금요일,
[하루 늦게 쓰는 일기]
아주 상쾌한 아침!
평소보다 일찍 잔 아기 덕분에 우리도 마음 편하게 자고 일어났다. 물론 아기가 깨웠지만, 11시 전에 자고 통잠을 자주는게 어디랴. 우리 나무 만세 만세. 남편은 조용히 출근하고 이 집엔 우리 둘 밖에 없었다. 맘마를 먹고 거실에서 한 시간을 놀다가 기저귀를 갈아입히려는데 냄새가 심상치 않다. 모닝똥파티 시작이요. 이유식과 늘어난 분유량 그리고 유산균 덕분에 인풋이 많으니 아웃풋도 활발해진 나무의 장. 요즘 1일 2똥을 자주 하는 구만. 아기는 똥만 잘 눠도 ‘아이구 잘했네!’하고 칭찬이 나오는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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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을 내리 자고 일어난 나무.
눈을 동그랗게 뜨자마자 나를 찾았다. 몰래 눈을 감고 관찰을 하는데, 점점 가까이 다가와서 베개를 만지고 옷을 만지고 살을 닿아 있는다. 자는 척을 하고 있으면 딴짓을 하다가도 나랑 눈을 마주치려고 몇 번을 돌아보곤 했다. 뭔가 기대에 찬 아기의 눈빛이라고 해야 하나. ‘엄마랑 얼른 눈 마주치고 싶어!’ 이런 느낌. 그러다 목소리 톤을 높여 ‘잘잤어?’하고 이름을 부르고 안아주면 정말 좋아하는 우리 아기. 너에게 우주인 나는, 나에게도 너는 우주야. 아기를 품기 전에는 몰랐던 감정들을 하나씩 느껴가고 있는 요즘. 꽉차게 아니 넘치도록 행복하다. 물론 몸은 힘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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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하루.
아기 이유식을 먹이는 시간부터 나는 바빠졌다. 오늘도 냠냠냠 꿀꺽 잘 먹네. 소고기애호박미음이 맛있는 걸까, 농도조절이 잘 된 걸까. 80ml을 먹고 분유 180ml을 먹었다. 이 작은 배에 이렇게 많이 들어간다고? 가끔 맘마를 다 먹고 아기를 안고 걸으면 뱃속에서 꿀렁꿀렁 찰랑찰랑 물 소리가 들린다. 별게 다 신기한 엄마 이숭이. 트림시키고 엎드려서 기면 게워낼지도 모르니 안고 있다가 보행기를 태웠다. 그때부터 젖병이랑 그릇 씻고 열탕소독 시작. 틈틈이 아기랑 놀아주랴 내 할일 하랴 바쁘다 바빠. 이젠 목욕을 시키고 나도 좀 씻고 청소기 돌리고 쓸고 닦고 하니까 3시가 넘었네. 어제보다 더 늦어진 점심, 쾌변두유를 원샷하고 갈증과 허기를 잠재웠다. 이제 한숨 좀 돌려볼까. 낮잠을 자주면 참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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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린데 금방 깨버린다.
다시 기저귀 갈고 놀아주기의 반복. 보행기, 쏘서, 점퍼, 장난감, 거울, 책, 몸으로 놀아주기 등 있는 거 없는 거 다 해줘도 지치질 않네.. 지쳐서 혼이 반쯤 나갔을 때 남편이 집에 왔다. 오예.. 그리고 저녁엔 지인들이 놀러왔다. 몇 번을 봤다고 웃으면서 얼굴도장을 찍더라. 이모야가 귀여운 소리 재미있는 소리로 놀아주니까 너무 좋아하네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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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목적은 치팅데이.
족발보쌈세트로 1차 배를 채우고, 기대했던 콜라와 펩시 맛 알아맞히기 대결을 펼쳤다. 생각보다 쉽게 다 맞히고 2차 커피랑 케이크를 먹는다. 각자 좋아하는 메뉴를 고르는 즐거움도 가득한 날. 스타벅스를 잘 모르는 내가 프리퀀시 적립도 했더랬지.그 다음 대결은 밀키스와 암바사 대결. 밀키스를 좋아하는 내가 그리 호언장담을 했는데 맛이 비슷하네.. 나랑 남편 둘 다 틀리고 이제 밀키스가 더 맛있니, 암바사는 맛이 없니..는 얘기하지 않겠어.. 즐거웠던 시간 안녕. 다음엔 쿨피스vs쥬시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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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이 있을 때도 잠깐 졸기만 했지, 깊이 잠들지 않았던 나무. 하품을 수 백번 하고 눈도 수 백번 비볐는데 도대체 왜! 안 자니.. 10시는커녕 11시도커녕, 12시도커녕.. 결국 0시 50분, 1시가 돼야 새근새근 자는 소리가 들린다. 이럴 거면 굳이 낮잠을 안 재울 필요가 없겠는데? 말똥구리 나무야 잘 자. 오늘도 참 이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너, 고마워 감사해. 나도 너무 피곤해서 얼른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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