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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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 토요일,
하루 시작은 7시 30분.
나무는 맘마를 먹었고 남편은 목공놀이를 하러 떠났다. 그가 나날이 날씬해지고 있는 이유는 육아도 육아이지만, 먹는 양에 비해 움직임이 많아서겠지. 단 거랑 간식을 별로 안 먹고, 늦은 시간에도 안 먹고 엉덩이는 가볍고 부지런한 스타일. 그에 비하면 나는 정반대였다. 늦은 시간에는 잘 안 먹지만 단 거 좋아하고, 먹는 거 좋아하고 별로 안 움직이는 게으름뱅이. 괜히 부럽고 그래. 그가 요즘 열심히 만들고 있는 베란다 받침대가 얼른 완성되었으면 좋겠네. 한숨 돌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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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먹고 나니 2시가 다 됐고, 저녁 대신에 낮에 장을 볼 겸 산책을 가기로 했다. 이미 집에서도 땀이 송글송글 맺혀 더우니까 내심 집에 있고 싶었지만, 오늘 먹일 이유식이 없으니 장을 봐야만 했다. 그래 나가보자! 2시간 안에 돌아올 거니까 분유는 안 챙겨 가야지. 다행히도 바깥엔 바람이 불었다. 햇빛은 뜨거워도 바람을 맞으며 걷기 좋은 날이었다. 나무는 밖에만 나오면 시무룩하더라.. 금세 눈을 감고 잠을 청하네.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동네빵집. 오늘은 빵보다 여기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왔는데, 아쉽게도? 빵은 다 나갔단다. 테이크아웃을 하려다 손님이 없어서 마시고 가기로 한다. 네모 얼음마저 시원한 커피는 목구멍을 얼게 할 정도로 너무 맛있었다. 무엇보다 늘 반가운 빵집식구들, 그리고 아기를 궁금해하고 이뻐해주시는 마음이 참 감사하다. 우연히 처음 들은 곡이 너무 좋아서 그 순간 분위기에 빠져있었다. 얼마 만에 카페에 앉아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셔보는지, 최고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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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있는 식자재마트에 들렀다.
어떤 채소로 만들지 둘러보다가 결정한 청경채, 너로 정했다! 깐 도라지 한 봉, 오징어 한 팩, 크림 카스테라 한 개를 담고 집으로 걸어왔다. 집 밖으로 나오기까지 힘들어도 나오면 좋아하는 이숭이는 콧노래를 부르고 신이 났네. 반면에 나무는 웃음을 잃었지 뭐. 가게들 구경을 하고 내 키보다 큰 접시꽃을 구경하다보니 도착했다. 맘마부터 먹이고 한 명씩 차례대로 씻고 나서 시작된 집안일. 빨래와 대청소를 하면서 틈틈이 아기를 돌본다. 똥파티를 끝내고 아기목욕을 시킨 다음에 그는 목공놀이를 하고, 나는 이유식을 만들었다. 책에 있는 레시피에서 양을 조금 더 넉넉하게 해서 샥샥샥. 보행기를 타고 있던 나무는 돌아다니다가도 내 바지를 붙잡고 안 놔주곤 했다.아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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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용으로 한 끼를 더 만들어서 4그릇이 나왔다.
소고기를 삶고 갈고, 청경채를 데치고 갈고, 쌀가루를 풀어서 끓이고 마지막엔 체에 걸러내는데, 아 글쎄 걸러내는 게 보통일이 아니었다. 한 숟가락 정도만 거르면 되는데 아무리 해도 양이 줄어들지 않는다. 분노로 갈갈갈. 피땀노력이 들어간 소고기청경채미음 드디어 완성! 벌써 8시가 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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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고 배가 너무 고픈 우리의 저녁메뉴는 곱창전골.
버너를 꺼내서 팔팔 끓이고 있는데 나무가 자꾸만 보챈다. 자기도 배가 고프대.. 전골 먹기만 하면 되는 걸 왜 먹질 못 하니.. 불을 끄고 아기를 의자에 앉힌다. 아까 만든 미음을 데워서 한 입 넣어주는데 미묘한 표정을 짓지만, 그래도 잘 먹었다. 중간에 분유를 달라고 버럭해서 분유를 바로 주고, 남은 미음을 다 먹였다. 미음 75ml, 분유 160ml을 기록하고 이제 우리도 먹어보자. 9시 반에 먹는 저녁밥은 그냥 다 맛있었다. 너무 맛있었다. 아기가 중간에 또 보채서 안고 먹었긴 했지만, 볶음밥까지 야무지게 먹었다. 흐흐. 뭐 했다고 10시가 넘었는지.. 산책갈 때 3시가 안 됐었는데 우리는 왜이리 바빴던 거야.. 내일은 정말 늘어져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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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을 많이 안 자서 10시 반에 자러갔다!
오예! 그때부터 각자 노는 자유시간! 음악도 좋고 조용한 집이 너무 좋네. 갑자기 생각난 윗몸일으키기 50개를 하고 아기 사진을 보고, 일기를 적는 지금. 우리 정말 하루를 알차게 잘 보냈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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