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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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3일 일요일,
우리가 불끄고 누운 시간은 새벽 두 시였다.
오후부터 밤까지 계속 움직였더니 절로 ‘아이고’ 소리가 나온다. 방금까지도 잘 자고 있던 나무가 배고프다며 꿈틀거려서 맘마를 먹이고 재웠다. 하루종일 고생했다며 발바닥을 만져주고, 서로를 다독이는 밤. 늘 그렇듯 나는 침대에서, 남편은 바닥에서 각자의 공기를 마시며 잠이 들었다. 내일은 일요일이니까 푹 자고 일어나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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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부터 나를 일어나게하는 힘은 아기였지.
배고프면 고개를 왼쪽 오른쪽 팡팡 돌리고 꿈틀거리면서 옆에 있는 사람을 굉장히 신경쓰이게 한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한지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내 겨드랑이 쪽으로 파고드는 건 조금 참아주겠니.. 그렇게 우리는 서로 밀당?을 하다가 맘마를 주면서 평화를 되찾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편은 아주 편하게 누워있었다. 남편이 일주일 중 하루라도 늦잠을 자면 나는 그게 참 좋더라. 딱히 뭐 한 것도 없이 금방 사라진 일요일 오전. 자 거실로 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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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참치두부전을 부치고 나는 이유식을 먹였다.
이제는 숟가락을 보면 먹는 건줄 아는지 입을 아- 벌린다. 초록초록한 소고기청경채미음을 입으로 고이 갖다주었다. 표정을 보면 전혀 맛있어 보이진 않지만 잘 먹었다. 바닥이나 옆을 쳐다보려 할 때 ‘아빠 어디있어?’하고 물으면 나를 뚫어져라 본다. 그때마다 떠먹이고 또 떠먹이고. 그렇게 먹은 이유식은 100ml으로 여태껏 먹은 양 중에 제일 많았다. 분유 160ml까지 더하며 어마어마하구만. 과정은 어떻든 잘 먹으니까 기분이 좋긴 하네. 이히히. 고마워! 그럼 우리도 이제 맘마 좀 먹을게! 양파를 썰어만든 간장이 맛있어서 참치두부전을 콕콕 찍어 먹었다. 케찹으로도 콕콕.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입 안으로 쫙 퍼졌다.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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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더위를 뚫고 커피를 사 왔다.
남편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나는 민트초코를 쭉쭉 들이켰다. 그의 커피까지 노리는 하이에나같은 이숭이. 아기가 2시간 정도만 자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숨죽여보는 영화 ‘나비효과’. 정말 열심히 잘 보고 있었는데 아기가 깼다. 남은 24분은 과연 어떤 내용일지, 오늘 끝까지 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아가야도 일어났으니 남편은 톱질을 해도 되겠다며 베란다목공 놀이를 시작했다. 땀을 흘리면서 취미를 즐기는 사람일세. 나는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 널고, 빨래 개기 머신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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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먹으니까 많이 누네 아기야.
1일 2똥을 즐기고 있는 나무는 오늘도 엉덩이에 힘을 준다. 이유식 먹는 종류에 따라 응가 색깔이랑 냄새도 달라지고 있는데, 이번 똥파티 컬러는 녹색이었다. 열심히 간 흔적이 보이는 청경채를 여기서 만나다니.. 목욕을 시키고 나와 저녁을 먹기로 한다. 부침가루가 없어서 만들지 못 했던 부추전을 먹을 테야. 오징어, 청양고추 3개, 큼지막한 부추를 썰고 노릇노릇하게 굽고 있을 때, 나는 막걸리를 사오기로 했다. 우산없이 빗방울 몇 개를 맞고 마트에 갔는데, 굳이 편의점에 들러 과자를 사 오는 바람에 비를 쫄딱 다 맞고 집으로 왔다. 하필 소나기가 내릴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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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랑 부추전을 먹으려고 다 차렸는데 나무가 또 부른다. 친절하게 맘마시간임을 알려주네. 막걸리 건배를 하고 한 잔만 마시고는 각자 저녁을 먹었다. 야밤 도라지나물을 무쳤고, 아기는 밤에도 신나게 잘 놀다가 10시에 재워서, 옳거니!했는데.. 11시에 깰 줄 몰랐네? 말똥구리는 매트 끝에서 끝으로 아주 열심히 기어다니고 놀았다. 잘 마음이 전혀 없네?.. 12시가 넘어가고 1시가 넘어가고.. 갑자기 목이 간지러워 기침을 하는데 그 소리가 무서운지 나무는 울먹이다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참. 겨우 달래고 맘마 먹이고 재운 시간은 1시 30분.. 나도 너도 남편도 우리 모두 수고했어요. 힘들어도 행복한 하루가 이렇게 끝이 났다. 나 너무 피곤해..(일기도 약간 영혼이 빠져나간 상태로 적고 있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