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14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_

_

6월 14일 월요일,

아유 아유 피곤해.

피곤을 달고 사는 2021년. 아기는 더 어릴 적보다 통잠을 자고, 새벽에 덜 일어나는데 나는 왜 이렇게 피곤한지. 6개월이 된 나무는 자기가 원하는 걸 표정과 울음으로 표현하고 있다. 놀아달라 안아달라 재워달라 맘마 달라 등 안기고 싶을 땐 두 팔을 쭈욱 뻗는다. 마음 같아선 24시간을 안아주고 싶다. 오랫동안 안고도 아무렇지 않은 강철체력이면 얼마나 좋을까. 천하무적 엄마였으면 좋겠다. 신생아 시절에는 3킬로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아기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조심스러워서, 내 몸은 약해질 대로 약해져서 제대로 안아주질 못 했다. 9킬로 정도인 지금은 무거워서 오래 안아주질 못 하네. 아이러니한 육아의 세계. 지금의 체력으로 6개월 전의 아기를 안아볼 수 있다면 마음껏 안아주고 싶네. 그냥 제일 예쁜 오늘 순간에 집중을 해야겠다.

.

평소보다 더 일찍 출근하는 월요일 아침.

깼을 때 남편은 이미 나가고 없었다. 이 집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우리 둘 밖이었네. 아침 맘마를 먹이고 다시 잠든 우리는 오전을 흘려보내고 나서야 눈을 떴다. 이유식을 데우고 먹일 준비를 한다. 먹이기도 전에 실리콘 턱받이를 얼굴에 둘러 쓰고 물어뜯고 정신을 쏙 빼놓는 나무.. 그래도 숟가락이 입 근처에 가니까 입을 벌리는 게 마냥 신기하기만 하네. 소고기청경채미음 80ml, 분유 150ml을 먹고 트림까지 꺼어억 해댄다. 과자를 입 근처에 갖다 대면 입을 바로 벌리진 않고, 내 반응을 보면서 살짝 여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과자가 먹는 건지 모르는 아기는 훗날 이 정체를 알면 난리 나겠지?

.

놀아주다가 시계를 보니 3시가 다 됐다.

더 늦어진 나의 아침 겸 점심. 부랴부랴 밥을 안치고 젖병과 그릇을 씻어 열탕소독을 했다. 보행기를 타다가 졸린 나무는 안아달라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내 잠든 나무를 재우고 혼자 편하게 밥을 먹었다. 양 조절 실패로 3일 정도 먹을 밥이 완성됐네.. 아이참. 아기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여유롭게 놀고 있었는데 정확히 1시간 후에 깼다. 바로 목욕을 시키고, 여느 때와 같이 로션을 발라주고 기저귀를 채우고 옷을 입히는데 엄청난 힘을 쏟는다. 코를 뺄 땐 너도 나도 너무 지치네.. 나도 땀을 많이 흘려서 유모차에 태워놓고 문을 열어놓은 채 샤워를 했다. 나의 프라이버시는 없지만, 이게 제일 서로에게 제일 평화로운 방법이란걸..

.

이미 생활비를 탕진했으면서 우리는 통닭을 시켰다.

지친 월요일에 통닭이 기쁨을 줄 거라며 양념이랑 후라이드 반반을 선택했다. 어제 먹다 남은 막걸리도 홀짝홀짝 마시고, 탄산과 고기는 최고의 궁합이었지. 영화 ‘나비효과’를 마저 다 보고 ‘금쪽같은 내 새끼’를 틀었다. 아기가 잠든 15분은 정말 고요했었네. 오늘은 부디 12시 전에는 잤으면. 이번에도 늦게 잔다면! 오전에 늦잠을 줄여봐야겠다. 이건 나무랑 나에게 하는 말! 활발한 우리 아기, 그만 굴러다니고 그만 기어 다니고 그만 물어뜯고 우리 셋이서 같이 코-하자. 
_

작가의 이전글20210613 이숭이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