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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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5일 화요일,
또 이 밤을 붙잡으면 어쩌나 했는데 나무는 12시에 잠들었다.
정말이지 아기는 하루를 그 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먹을 때도 머리가 젖을 정도로 열심히 먹는다. 괜히 젖먹던 힘이라는 표현이 나온 게 아닌가 보다. 놀 때는 또 얼마나 열심히 논다고. 궁금한 건 손으로 발로 입으로 온몸으로 만져보고 느껴봐야하는 나무. 그때그때 감정들을 숨기지 않고 표현도 잘하는 나무.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 잘 싸고 이것만으로도 하루를 꽉차게 보낸 우리 아기 너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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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텀 7시간, 새벽 4시 반에 맘마를 먹인다.
자고 있었지만 입에 젖병을 갖다대니 허겁지겁 물기 시작했다. 쉬지 않고 220ml을 꿀꺽꿀꺽 비워버리고, 트림은 생략한 채 다시 잠들었다. 젖은 머리칼을 쓰다듬고 선풍기 바람으로 땀을 식혀주었다. 늘 하던 이마에 뽀뽀는 한 번 더 쪼옥. 젖병을 씻고 와서 다시 옆에 누웠다. 5시 쯤 동이 틀 무렵 다시 눈을 붙였다. 남편도 나무도 나도 우리 모두 잠든 시간. 고요한 그 시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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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반에 맘마를 먹이고 거실로 나온 우리.
오랜만에 30도 밑으로 떨어졌는데도 습기를 머금은 날씨 때문에 에어컨을 켤 수밖에 없었다. 이 방 저 방을 다니며 놀다가 책, 장난감으로 놀아주었다. 동요를 입에 달고 사는 요즘, 가끔씩 노래를 불러줄 때 쳐다보고 싱긋 웃으면 기분이 좋더라. 보행기를 태워놓고 점심을 챙겨 먹었다. 어제보다 빠른 1시에 먹고 있는데 내 근처에서만 노는 나무를 발견했다. 내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는 모습을 보니 좋으면서도 짠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엄마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엄마를 지그시 바라보고 눈을 마주치려하는 그 노력도 고맙고, 이제 나 좀 안아달라며 두 팔 뻗어 내 다리 위로 올라오려는 모습도 감사한 우리 아기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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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한 이유식을 먹다 말고 배에 힘을 준다.
60ml을 먹다가 똥파티를 치울 준비를 해놓고 기저귀를 열었는데 똥이 없다? 너도 당황 나도 당황. 후다닥 입히고 분유를 먹이는데 이제는 크게 울어서 또 당황. 너무 졸렸는지 품에서 금방 잠들었다. 1시간은 잘 것 같았던 나무는 겨우 10분을 자고 다시 말똥해졌다. 아이참. 그러다 제대로 된 똥파티를 벌였다. 누느라 고생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말 많았던 똥을 닦고, 바로 목욕을 시켰다. 겨우 기저귀를 채우고 옷을 입힌다. 아까 그 정도 눴으면 맘마를 먹어도 될 것 같아서 수유텀이 한참 남았는데 분유를 타 왔다. 잘 먹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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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퇴근하기 전 30분동안 스텝퍼를 걸었다.
얼굴은 터질 것 같고 땀은 줄줄줄. 유모차에 태워놓은 상태로 곁에 둔 채 씻고 나왔다. 남편도 오자마자 씻고, 도란도란 먹는 저녁밥. 메뉴는 참깨라면과 부추전, 밑반찬들이었다. 오늘도 양파간장을 콕콕콕 찍어 먹었지 뭐. 낮잠을 많이 안 자서 그런지 갑자기 꿈나라를 떠난 나무를 옆에 두고 편하게 밥을 먹었다. 이어 남편의 설거지가 끝나고 또 시작된 나무의 똥파티. 어제 하루 건너 뛰더니 1일 2똥이 다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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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엔 이유식 만들기 시-작.
이번에는 야채 대신에 야채가루를 써 보기로 했다. 아기가 먹는 양은 정말 적어서 시중에 파는 가루로도 괜찮을 것 같아서 시도했는데 첫 시작부터 틀렸다. 우여곡절 끝에 만든 소고기브로콜리미음은 80ml씩 4일분이 완성됐다. 아이스크림 가게처럼 맛보기용 한 숟가락을 먹이고 뒷정리를 해나갔다. 오후부터 바빴는데 밤까지도 여전히 바쁜 하루. 이유식을 만들어 놓은 든든한 마음은 금세 사라지고 그새 지쳐버린 나. 설거지, 젖병에 분유 채워넣기, 빨래개기 등등. 빨래를 개는데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와버렸다. 그때부터 정말 행복하지 않은 표정으로 슥슥슥. 남편은 그런 내 표정을 보고는 자기가 하겠다고 놔두라고 하는데, 그럼 남편에게 부담을 주는 거니까 그건 또 싫고.. 은근한 생리통도 싫고 그렇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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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남편과 바통 터치를 하고 나무를 안았다.
내 품에서 잠든 아기를 보며 달래지는 마음, 묵묵히 집안일을 끝낸 남편을 보며 채워지는 감사함. 늦지 않게 11시에 자러 가 준 게 너무 고마워서 그 순간 모든 나쁜 마음들이 스르륵 사라지고 없었다. 남편이 만들어 준 나무머리핀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가 내 발등 위에 앉아서 윗몸일으키기를 도와주었다. 그렇게 50개를 끝내고 가볍고 편안한 마음이 채워진 밤. 너무 사소한 것에 분노가 차올랐다가 행복이 채워지는 오락가락 이숭이. 내일은 잔잔한 행복이 가득하기를. 수고했어 이숭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