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1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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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6일 수요일,

일기를 다 쓰고 자려는 순간 나무 맘마시간이 지났다는 걸 알게 됐다. 어차피 곧 깰 것 같아 잘 자고 있는 나무에게 젖병을 물린다. 허겁지겁 먹더니 배가 부르다고 젖병을 퉤!하고 뱉아냈다. 본능에 충실한 우리 아기. 배고픔은 충족되었고 잠을 채울 차례였다. 쿨쿨쿨. 젖병을 씻고 열탕소독을 해놓고 누운 시각 2시. 피곤한데 잠이 들지 않았던 이유는 낮에 마신 맥심때문이었다. 그렇게 늦게 마신 것도 아닌데 말똥말똥. 어둠 속에서 한참동안 네모난 세상을 들여다 보다가 스르르 눈이 감긴다. 남편이 잘 자고 있는지, 이불은 잘 덮고 자는지 한번 살펴보고 나무가 있는 방향으로 돌아눕는다. 배가 따뜻하도록 살포시 이불을 덮는 엄마의 마음, 내가 어릴 적에 받았던 사랑을 고스란히 아기에게 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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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20분에 눈을 떴는데 남편이 없다.

언제 방을 빠져 나갔는지도 모르고 잤네. ‘오늘도 고마워요’라는 문자를 꾹꾹 눌러 보내고 아기에게 맘마를 먹인다. 220ml 쯤이야 가소롭다는 듯 가뿐히 비우는 아기는 다시 꿈나라로 떠났다. 트림을 시키려는데 내 품에 기대어 자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기에게 나는 커다란 산이 된 것 같았다. 푸릇푸릇 나무가 울창한 숲 같기도. 어느날은 우주였다가, 어느날은 바다였다가, 또 어느날은 숲이었다가. ‘마음 든든한 엄마가 될게’하고 속으로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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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꾸러기 우리 둘.

12시가 다 되어서야 정신을 차렸다. 새로운 미음을 도전하는 날. 소고기브로콜리미음 1일 차. 어제 맛보기로 잘 받아 먹었던 걸 떠올리며 내심 기대를 해본다. 다행히 뻐끔뻐끔 입을 잘 벌리고 입에 넣자마자 꿀꺽 삼키는 나무. 준비했던 80ml을 깨끗이 다 비웠다. 이렇게 잘 먹으니 나 기분 너무 좋아! 먹다가 분유 달라고 눈물을 한 번 쏟긴 했지만, 브로콜리를 반갑게 맞이한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육아도 날씨 좋은 날 궂은 날이 있듯 이유식도 달콤쌉싸름함이 있나 보다. 만드는 과정은 번거롭고 몸은 고되지만, 먹이면서 사랑을 느끼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하달까.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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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낮에 얀센 백신 접종을 하고 왔다.

오늘만큼은 내가 옆에서 잘 지켜주겠노라. 손이 되고 발이 되겠소. 부디 아무 탈없이 잘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과 와플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주로 등장하는 건 백신과 아기에 대한 것. 그 주제는 계속 돌고 돌았다. 밖에서도 잘 놀다 아빠 품에 쏘옥 안겨서 자는 아기에게 반하는 우리. 아기가 주는 기쁨을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네. 오랜만에 반가운 인연도 만나고 맛있는 간식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사 온 비빔밥과 치즈돈까스는 편하고 배부른 저녁 한끼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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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움직이지 말라고 당부를 했다.

내가 거의 다 하겠다고 떵떵 소리를 쳤다. 목욕을 시키고 빨래 널고, 빨래 개고 등등. 그럼에도 남편은 설거지도 하고 아기랑 열심히 놀아주었다. 요즘 웃음이 터진 아기는 정말 아무때나 웃는다(가끔 울면서 우는 것 같은 소리도 낸다?). 열도 좀 나는 것 같고 몸에 힘이 없다고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니 괜히 짠하고 그렇네.. 그 와중에 나무는 잘 것 같더니 안 자고 1일 2똥파티를 열었다. 밤 9시에 누고 11시에 누고.. 성장기 때문인지 이유식 시작하고 부터인지 장 운동이 아주 활발해졌다. 귀염둥아 내일도 맛있게 먹고 신나게 똥파티하자? 남편은 나만 믿고 자쇼! 내가 타이레놀도 챙겨줄 테니까. 내사랑들 편안한 밤 보내요.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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