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_ _
6월 17일 목요일,
내가 잘려고 누우면 아기 맘마시간이더라..
그것도 새벽 2시였는데.. 맘마를 먹고 그대로 잠든 나무 입과 턱 주변에 약을 발라주었다. 깨지 않게 조심조심, 닦지 않게 조심조심. 나쁜 침독들아 사라져라 얍얍. 손은 대지 않았지만 옆으로 돌아눕는 바람에 베개에 다 닦였지 뭐.. 젖병을 씻고 와서 남편 이마에 손을 짚어본다. 그새 열이 오르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또 하고. 부디 이 밤에, 다가오는 아침에도 아프지 않았으면.
.
남편은 출근을 하고 없었다.
암막커튼을 아주 조금만 열어놨더니 바깥세상이 밝은지 어두운지 모르고 우리는 자고 있었다. ‘잘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고는 맘마를 먹였다. 다시 잠든 나무 옆에서 조용히 폰을 만지면서 놀고 있는데 남편에게서 연락이 왔다. 조퇴하고 집에 온단다. 아이고야. 여기저기 아야아야 잔병치레를 많이 하는 나와는 달리, 잘 아프지도 않는 사람이 업무시간을 못 버티고 집에 온다고 하니 가슴이 철렁했다. 백신접종 후유증을 말로만 들었지 어마어마하구먼.. 집에 오는 길에 죽 몇 개를 사 들고와서는 씻고 한 그릇을 비웠다. 그러고는 힘이 없는지 그대로 쓰러져 몇 시간을 누워있었네.
.
아빠를 깨우면 안되니까 밖으로 나가자!
자는 아기를 깨워서 거실로 데리고 나온다. 이내 눈을 뜨더니 매트 위를 신나게 기어다녔다. 아빠는 우리가 지킨다! 우리는 평소처럼 일과들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해. 어! 익숙한 냄새가 나는데? 하고 엉덩이로 코를 대어봤더니 똥파티였다. 어젯밤에 눴는데? 얼마 먹지도 않았는데 벌써 똥을 누는 거야? 오메.. 닦고 치우고 씻고 다시 기저귀랑 옷을 입히는 것만으로도 벌써 지쳐버렸다. 본격적인 맘마시간! 이유식을 데우고 의자에 앉혔다. 숟가락을 보면 자연스레 입을 벌리는 나무가 기특하고 귀엽고 그렇네. 오늘도 어김없이 이유식을 먹다가 분유를 달라고 눈물을 쏟아서 젖병으로 달래줬다. 그리고 남은 이유식을 싹싹 긁어먹었네. 소고기브로콜리미음 80ml, 분유 150ml 냠냠냠. 잘 먹어줘서 고마워.
.
조금 자고 일어났더니 괜찮아지는 것 같단다.
간단한 레시피를 발견해서 남편이 달걀볶음밥을 만들어줬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설거지를 할 거란다 아유. 그가 쉬는 동안 새로 산 젖병들을 씻어서 열탕소독을 해놓았다. 나무랑 부지런히 놀다가 우리 둘 다 낮잠을 자러 갔네. 나혼자 와플을 데워먹고, 저녁 장을 보러 마트에 다녀왔다. 지난 번에도 혼자 나간 날에 갑자기 비가 내리더니, 오늘도 비를 맞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를 몰고 다니는 사람인가.. 오랜만에 내가 밥을 차렸다. 남편을 위한 한끼 식사는 바로 소고기와 된장찌개. 채끝살과 갈비살을 굽고, 양파절임을 만들고, 찌개를 끓였다. 정육점에서 준 고기를 넣고 보글보글. 든든히 먹고 힘내요 여보.
.
아픈 와중에도 그는 설거지를 했다.
나는 아기 목욕을 시키고 나와서 맘마를 먹인다. 욕실 정리를 한 후에 아기를 앞에 두고 스텝퍼 20분을 걸었다. 땀 한 번 쫘악 빼주고 씻고 나오니 세상이 너무 뽀송뽀송해! 그가 멸치볶음을 만들어놓고, 나는 진미채무침을 만들었다. 똑 떨어졌던 밑반찬이 하나 둘 생겨났네 흐흐. 그는 힘이 없다 하면서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 왔다. 아유. 그런데 나무는 왜 안 잘까? 분명히 남편이 아까 재워서 자는 걸 봤는데.. 안겨서 두리번거리면서 놀다가 겨우 재웠네. 새벽 1시에 자러 가다니.. 아유 하루가 참 길다 길어. 아기를 키우면서부터는 함부로 아프면 안 되겠더라. 한 명이 아파버리면 다른 한 명에게 오롯이 일이 넘어가니까 건강은 건강할 때 챙기는 걸로.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