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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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8일 금요일,
딴짓하다가 일기를 적는다.
다 쓰고 나니 새벽 2시 반, 또 딴짓하고 커피때문에 잠 못드는 아이랑 연락하니까 3시 반이 되었네. 나는 커피를 마신 것도 아닌데 왜 말똥말똥할까. 더 이상은 내일이 힘들 것 같아 침대로 갔다. 겨울 이불을 덮고 자는 남편과 배를 드러내놓고 자는 나무. 그리고 그 옆에 봄이불을 덮는 나. 세 사람이 한 공간에 있다. 봄여름가을겨울이 있는 우리집. 조용하고 고요한 시간아 안녕. 정확히 2시간 반 뒤에 나무는 맘마를 달란다. 비몽사몽으로 졸면서 맘마를 먹이고 다시 자려고 하던 찰나, 엉덩이 근처에서 시큼새큼한 냄새가 스쳐지나갔다.. 아침 6시부터 똥파티를 벌이다니.. 보자 보자 물티슈가 어디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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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다행히 몸이 가벼워졌다고 했다.
오랜만에 현관문 앞에서 배웅을 하면서 혹시 오늘도 몸이 힘들면 집에 오라며 기운을 건네주었다. 진심은 아프지 않고 씩씩한 모습으로 퇴근해서 만나는 거였지만. 아무튼 우리는 다시 잠이 들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쿨쿨쿨. 11시 쯤 넘어서 나무가 눈을 뜨는 동시에 꼬물꼬물 내게 다가왔다. 내 몸을 기어오르고 볼로 내 얼굴을 부비는 이 스킨십이 좋은데 부담스럽네? 침을 샥샥 발라가며, 줄줄 흘려가며 다가오는데 밀어낼 수도 없고 아이참.. 둘이서 꽁냥꽁냥 놀다가 거실로 튀어나왔다. 맘마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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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참 좋다.
배가 고프니까 넙죽넙죽 잘 받아먹는 우리 아기새. 잘 먹으니까 좋은데 이유식 만드는 날 만큼은 되게 자주 돌아오는 것 같다. 먹이면서도 이 다음엔 뭐 만들지 고민하는 이 세계는, 엄마들이 매 끼니를 고민하는 것들의 축소판이랄까. 거의 다 먹어갈 때 쯤에 인상을 찌푸리는 나무. 너무 서럽게 울면서 닭똥같은 눈물을 흘린다. 덜 삼킨 채로 우니까 입 밖으로 다 튀어나오고 난리난리여. 신기한 건 분유를 타러 간 그 시간동안 잘 기다려준다는 거.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차분히 앉아있는 거 보면 방금 그 아기가 맞나 싶더라. 분유 170ml을 먹고 남은 이유식까지 싹싹 긁어 80ml을 먹었다. 그리고 10분 후, 다시 시큼새큼한 냄새가 풍겨온다, 아침에 눴는데 또 누는 거야? 오메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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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낮잠 1시간을 자는 동안 밥을 차려 먹는다.
어제 만든 밑반찬과 찌개 덕분에 배를 채웠다. 후식은 달달한 맥심 커피 한 잔. 캬. 여유를 즐기고 싶었지만 해야할 일들이 눈에 보이니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수건 빨래, 우리 빨래, 먼지털기, 건조기, 열탕소독과 설거지 등등. 끊임없이 돌아가는 세탁기와 집안일들. 자고 일어난 아기를 데리고 목욕을 시키고 아기옷 빨래가 이어진다. 이제 살 지쳐갈 때쯤 남편이 집에 왔다. 보행기를 타고 아빠가 있는 쪽으로 가는 모습을 보니 새삼 우리 아기가 이렇게 많이 컸나 싶고, 그저 사랑스럽네. 자기를 향해 달려오는 아기를 본 남편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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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잠깐 저녁잠을 잘 때 우리는 밥을 먹는다.
메뉴는 소고기 샤브샤브. 남편 몸보신을 위해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아침에 장 본 샤브샤브 밀키트와 고기가 저녁에 도착했다. 육수를 끓이고 집에 있는 채소까지 넣어서 넉넉하게 먹는다. 집에서 먹을 수 없을 줄 알았던 음식들을 먹으니까 더 맛있네. 흐흐. 생와사비를 고기에 올려서 먹는데 둘다 코가 너무 아파서 먹다가 자주 뻥뻥거린다. 칼국수까지 끓여먹고 또 돌아가는 집안일들. 그래도 둘이라서 분업이 잘 되는 편이라고 해야 하나. 이제 좀 쉬어야지 하던 찰나 또 냄새가 풍겨왔다. 설마? 설마?했는데 또 똥파티였다. 나무야 오늘 두 번이나 눴는데 또 눴어? 1일 3똥이요?! 기특하고 잘 눠서 좋은데 3번까지는 많은 것 같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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