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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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금요일,
우와, 나무는 정확히 1시 17분에 자러갔다!
12시에 자는 건 양반이었네.. 낮잠도 많이 안 잤는데 밤만 되면 너무 말똥꾸러기인 나무. 재운지 얼마되지 않아서 맘마를 달란다. 아 맞다, 자기 전에 응가했었지! 그럼 오케이. 3시 반에 먹고 7시에 먹고. 자면서 더웠는지 몸이 끈적끈적해졌길래 물로 적신 손수건으로 몸을 닦아주었다. 부채랑 선풍기 바람에 잠이 솔솔. 잘 자고 일어나렴 우리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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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에 이어 남편은 출장을 떠났다.
텀블러를 챙겨서 아침 7시에 집을 나서는데 ‘다녀올게’하고 나가는 뒷모습이 그저 고맙고 고맙다. 한참을 놀다가 다시 자러갔는데 8시 반부터 12시까지 쿨쿨쿨. 배고픔도 모르고 자더라. 어제 늦게 자서 피곤했니. 6시간의 공복에 이유식은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오늘도 잘 먹어준다. 소고기미음 2일 차, 실리콘턱받이를 했는데 왜 옷 속으로 다 들어가냐.. 입에 묻히고 목에 껴있고 배랑 옷도 다 미음파티. 먹다가 힘을 주더니 똥파티도 벌였지 뭐.. 나날이 덜 흘리고 먹는 우리 나무는 70ml을 먹고 분유 180ml을 비웠다고 한다. 아주 대식가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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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두 시가 되어 후다닥 밥을 챙겨 먹는다.
미역국에 밥 호로록. 뜨거워서 마실 수가 없었지만 여유있게 먹었던 건 아니었네. 매트 위를 날쌘돌이처럼 밀고 다니는 아기는 내가 있는 식탁 쪽으로 향해 슥슥슥 다가온다. 바닥에 내려와 하는 일은 의자에 있는 바퀴를 만지고 내 발을 무는 것. 아이참. 뭐하니. 우리 산책이나 가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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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 후 하늘은 너무 파랗고 깨끗했다.
이런 날은 산책을 절로 하게 하네. 유모차에 태워서 딸랑이랑 부채 하나 들고 출동. 가는 길에 미용실원장님도 만나고, 동네 주민분들도 만났다. 푸르름이 있는 공원이 우리를 부른다! 햇살이 아직 낯선 나무는 눈을 질끈 감더니 눈물 한 방울이 주르륵 흘러 나왔다. 참말로 귀여운 광합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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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릴 시간에 산책을 나온 거라 금세 잠들었다.
선선한 바람이 발가락을 간지럽히던 날. 자연의 소리를 친구삼아 잘도 잤다. 그렇게 흙길을 밟고 공원을 주우욱 돌아다닌다. 짙은 녹음이 가득한 이 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상쾌해지는 걸 느꼈다. 유난히 파랗고 초록색이던 오늘.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이쁜 눈길을 받고 돌아왔네. 바람소리, 새소리, 아이들 떠드는 소리, 아기의 옹알이 소리가 주는 행복이란. 집 근처에 공원이 있어서 새삼 좋았다. 뭔가 모를 스트레스가 싹 다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우리 또 산책가기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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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을 놀다 들어와서 바로 목욕을 시켰다.
그리고 곧 남편이 퇴근해서 씻고 바로 육아의 현장에 뛰어든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도 바쁜 저녁이 남아있었네. 나무가 자는 동안 둘이서 부대찌개를 먹였다. 라면사리 하나에 햄이랑 소세지, 양파랑 버섯을 넣고 팔팔 끓였다. 조용하고 여유로운 금요일 저녁을 보낸다고 생각했는데.. 에너자이저가 된 우리 아기는 온갖 놀이를 다 해도 말똥꾸러기였다. 12시에 잘 것처럼 눈을 비비고 감았다가 다시 말똥구리가 됐네. 결국 1시 19분까지 놀다가 꿈나라로 갔네. 아유. 하루 참 길었다. 그래도 참 소중했어. 나무의 복숭아뼈를 처음 만져본 날, 눈 부릅 뜨고 손톱 발톱을 잘라주던 날, 꼬순내나는 아기의 손과 발에 코를 들이대던 날, 181일 째 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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