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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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1일 일요일,
일기를 안 쓰고 자면 찜찜하지만, 가끔씩 못 쓰고 잘 때가 있다. 아기를 재워야 하거나 같이 자야만 하는 상황에는 일기를 내일 쓰기로 한다. 어제같은 경우는 쓰는 중에 나무가 울어서 폰을 끌 수밖에 없었지만. 마음같아선 매일 아기가 자는 시간에 같이 눕고 싶어도, 이 기록 또한 나의 하루 중에 중요한 거니까 포기할 수 없어.. 새벽 2시, 우리는 갑자기 한 공간에 모였다. 짠하게 우는 아기에게 ‘아빠랑 엄마 여기 있어’하고 토닥토닥 달래는밤. 함께 꿈나라로 떠나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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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하는 수유텀을 맞추기 위해서는 6시 반 쯤에 맘마를 먹여야만 한다. 하지만 나는 너무 피곤했더랬지.. 그리고 믿는 구석이 있더랬지. 내가 조금 못 일어나더라도 나 대신 맘마를 먹여줄 남편이 있으니까 거드름을 피워보겠어. 아기가 얼마를 먹었는지 잘 먹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잠에 취해서 잤다. 그러는 동안 그는 짐을 챙기고 아기 손발을 씻어주고 있었다. 으아암, 나도 일어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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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다닥 씻고 나와서 이유식을 먹인다.
소고기단호박미음 1일 차.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 숟가락을 떴다. 시선을 떼지 않고 계속 쳐다보던 나무는 숟가락인 걸 알았는지 입을 벌린다. 이렇게 빠르게 먹었던 적이 있었던가. 80ml을 정말 깨끗하고 신속하게 비웠다. 흐름이 끊기지 않게 젖병을 물려주니까 120ml을 먹는다. 어제 마음을 쏟아서 만들었던 이유식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아직 초기단계라 과정이 간단한 편이라서 만드는 게 꽤 재미있고 할 만하다. 이렇게 잘 먹어주니까 고맙고 기특하고 뿌듯한 마음. 왠지 시판용도 잘 먹을 거 같은데?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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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전에는 나서자 했는데 나가기 직전에 벌인 똥파티를 치웠더니 시간을 넘겨버렸다. 시가로 출동. 5월 말에 보고 3주 만에 만난 가족들. 더 묵직해진 아기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고 잘 웃는다. 보행기를 타고 앞으로 못 가던 아기였는데 어느새 방향조절을 기가 막히게 하고, 기어다닐 수 있게 됐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무한 사랑 나무는 이쁨 받아서 참 좋겠네. 같이 점심을 먹고나서 아기를 봐줄테니 저녁까지 놀다오라고 하셨다. 자리를 깔아줘도 갈 데를 못 정하고 무계획이었던 우리는 갑자기 목공방카페를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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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기 까지는 힘들어도 나오는 순간 굉장히 흥이 금방 오르는 스타일 이숭이. 아기랑 떨어질 땐 마음이 그랬는데, 언제 그랬냐는듯 괜찮아졌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흥얼흥얼. 박진영의 ‘When We Disco’는 오늘의 후크송. 너무 신나잖아 둠칫둠칫. 여유로움에 하늘을 올려다보고, 지나가는 길에 발견한 능소화에 차를 세우고 꽃으로 다가간다. 능소화가 피는 계절이라니, 6월은 능소화였지! 아 너무 이쁘네.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을 남기는, 이런 감성과 코드를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럽럽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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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을 샀던 장스목공방은 더 넓은 곳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1층엔 카페, 2층엔 쇼룸으로 우리 곁으로 왔다. 나무만 보면 눈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남편과 가구와 리빙소품에 정신을 못차리는 나. 커피도 맛있고, 사장님 부부는 늘 다정하셨다. 아기가 없이 방문한 우리를 금방 알아봐주신 마음이 감사한데 이런저런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달까. 목공 이야기도 신나게 들려주셔서 잠깐 놀다오려던 곳에 꽤 오랫동안 머물렀었네. 고마워요. 감사해요. 아기 데리고 또 갈게요! 돌아가는 길엔 회 2kg를 포장해서 넷이서 도란도란 맛있게도 먹었다. 하루종일 울지도 보채지도 않고 잘 놀았다는 나무. 꽝꽝 삥삥 빡빡 울지 않아서 참 착한 나무는 오늘도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을 독차지했네. 내사랑 귀염둥이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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