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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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 토요일,

[하루 늦게 쓰는 일기]

6시에 맘마를 먹이고 다시 잠이 든다.

딥슬립에 빠져 있을 때 남편은 아침잠을 쪼개서 목공놀이를 하러 떠났다. 그가 갈까말까 고민할 때 ‘가지 마라’고 말했지만 나는 갈 줄 알았지. 3-4시간만 놀다오겠다고 했다. 어차피 우리는 자고 있을 테니 막을 필요가 없었다. 잘 다녀오숑. 그리고 10시에 일어난 나무를 데리고 거실로 나왔다. 이유식 도전이요! 와 이렇게 빠르고 깔끔하게 먹기 있나. 논스톱으로 75ml을 다 비우고 분유 110ml을 먹었다. 내일 또 이유식을 열심히 만들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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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돌아왔다.

매번 뭘 먹을지 고민이 생긴 효주부. 그런 그에게 나는 바로 김치볶음밥을 외쳤다. 3일 째 먹어도 괜찮냐는 질문에 ‘너무 맛있다고’ 또 해달라고 했다. 참치랑 치즈 가득히, 김말이튀김도 함께 곁들인다. 후다닥 먹고 나갈 준비를 하는 우리. 목적은 당근마켓 거래였는데, 궁극적인 목적은 와플이었다. 요즘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잘 움직여서 부딪히는 일이 많아진 나무에게 헬멧을 씌우기로 했다. 오후 2시에 나와서 헬멧을 사고 핸즈커피 세천점으로 고고. 지난 주에 왔는데 또 가고 싶네? 커피도 와플도 너무 맛있는 여기 너무 좋아 좋아. 책도 읽고 커피 마시는 이 시간도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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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부터 나무는 매운 맛을 보여 주었다. 울고 불고 보채기 대왕. 이래도 싫고 저래도 싫대. 고기도 사야 하는데 무슨 정신으로 집에 왔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이 없었다. 오자마자 목욕을 시키고 나왔는데, 그제야 아기가 울었던 이유를 알았다. 배가 고팠다는 거.. 4시간이 넘었는데 맘마 늦게 줘서 미안해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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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맘마 먹을게?

미역국 끓일 줄 몰랐던 그가 이젠 맛있게도 잘 끓인다. 액젓과 간장을 넣고 보글보글. 다 먹고 치웠는데 아기는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이 지나도 잘 생각이 없었다. 낮잠도 거의 안 잤는데.. 체력이 너무 좋은 거 아닌가 몰라. 그러다 9시 반에 잠들었길래 내심 내일까지 자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10시에 깼고, 또 늦게 잘 거란걸 우리는 알았지.. 나 일기도 못 썼는데.. 아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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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1시에 꿈나라를 떠나고 우리는 둘이서 심야토크 시간을 가졌다. 육아를 하면서 서로에게 바라는 점이 있는지, 부족한 점이 있는지 부터 시작해서 앞으로 우리가 사야할 것들은 뭐가 있는지 등등. 자연스럽게 시작했는데 꽤 진지하게 주거니 받거니 해서 2시 넘어서까지 이야기하고 놀았네. 생각보다 우리는 잘 하고 있다고. 서로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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