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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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 금요일,
[하루 늦게 쓰는 일기]
아기는 일찍 자러 갔지만 나는 왜 늦게 자는 걸까.
4시 반, 반쯤 수면 상태로 맘마를 먹인다. 2시간마다 먹이던 신생아 시절에는 얼마나 피곤했을지 지금 생각해봐도 아찔하네. 그걸 어찌했나 싶지만 할 수밖에 없는, 해야만 하는 거니까 했던 게 아닐까. 잠을 못 자가며 마음을 쏟았기에 무럭무럭 자란 오늘의 나무가 있는 거겠지. 아가야 푹 자고 일어나. 낮에 또 신나게 놀자 우리! 남편은 출근길에 꿀꽈배기 한 봉지를 비우고 회사에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다. 아침부터 과자 먹는 모습을 상상하니 귀엽구만. 비록 하루가 따로 시작되었지만, 우리 오늘도 잔잔하게 행복하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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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잠에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아기는 침대 곳곳을 기어다닌다. 토토랑 베베랑 놀다가 이불을 가지고 놀다가 이리저리 데굴데굴 구른다. 내게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힘 조절이 안 되니까 퍽퍽 부딪히고 머리카락을 잡아 뜯고 내 몸을 밟고 올라갈려고 난리난리. 너는 완전히 깼구나? 귀여운 엄마껌딱지는 나를 장난감으로 생각하나 보다. 맘마를 먹고 안 자면 어쩌지 했던 것과는 달리 눈을 계속 비빈다. 옳지 옳지 자러 가자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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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를 너는 동안에도 아기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내가 있는 베란다 쪽으로 굳이 와서 여기저기를 만지려 하는데 아유. 유리창에 부딪힐 까봐 몸은 빨래를 널어도, 마음은 계속 아기에게로 가 있었다. 남 모르게 조용히 벌인 똥파티를 정리하고는 잠시 후에 맘마먹일 준비를 한다. 시작부터 표정이 좋지 않던 나무. 버끔버끔 넙죽넙죽 먹던 이유식은 성에 차지 않는지 오늘도 눈물을 쏟아낸다. 종종 걸음으로 분유를 타 오면 그때는 탈출하면서 먹으려고 난리난리.. 다시 의자에 앉혀서 남은 이유식을 먹이는데 점점 짜증이 늘어만 갔다. 그래도 소고기완두콩미음 95ml, 분유 170ml이나 먹었네. 짝짝짝. 잘 먹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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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의 세계에도 단짠단짠이 있더랬지.
오늘 뭔가 수월하고 편안하게 지나가면 다음날은 호되게 고생하곤 했다. 그래서 좋으면서도 힘들고 힘들면서 좋은 마음을 동시에 지닐 수 있는 거 같다. 육아에 겸손하게 된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나무는 이제 졸리다고 빽빽 울어댄다. 그렇게 순식간에 배고프고 졸리고 그런 거야? 아, 응가를 했었지.. 완전 아기 때 목이 쉬도록 울던 소리를 어제부터 내기 시작했다. 뭔가 1차적인 욕구가 해소되지 않을 때 내는 소리를 들으면 같이 마음이 바빠지고 짠해진달까. 한참을 울다가 잠든 아기는 2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아니 내가 깨웠었지. 평화로운 밤잠을 위해서.. 그래도 좀 잤다고 평온한 얼굴과 표정으로 우리는 다시 만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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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오후 2시, 점심을 먹는다.
맛있게 익은 어머님표 깍두기랑 반찬들이랑 같이 먹고 후식은 자두 두 개랑 커피 한 잔을 먹는다. 벌써 자두가 나왔다니! 그러고 보니 6월 말이네? 내가 좋아하는 자두. 작년에 아기를 품고 친정에 있을 때 자두가 이제 막 나오던 시기, 아니 좀 이른 시기였다. 딸이 자두가 먹고 싶다는 말에 시장이랑 마트를 며칠이나 돌고 돌아 비싸게 사 오신 아빠 엄마의 마음이 생각났다. 내리사랑 속에서 무럭무럭 자란 나는 나무에게 사랑을 쏟겠지.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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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돌아가는 집안일.
설거지, 열탕소독, 분유포트 물 끓이기, 젖병에 분유 채워두기, 아기 목욕시키기, 아기 빨래, 청소기 돌리기 등을 하면서 동시에 아기를 돌본다. 눈치게임을 하듯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하나라도 더 할 수 있다. 요즘 기어다니면서 다 만지는 아기때문에 집이 깨끗해야 하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갑자기 필 받아서 바닥을 닦는다. 무릎이 닳고 닳도록 슥슥슥. 아기의 에너지는 왕성하고 나는 점점 지쳐가네. 그래도 깨끗해졌으니까 속이 다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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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으면 또 먹어야 하는 스타일.
어제 먹은 김치볶음밥이 맛있어서 남편한테 또 해 달라고 했다. 오늘은 햄 대신에 참치를 넣어서 볶볶볶. 먹고 치우니까 8시가 넘었다. 아기는 계속 하품을 하고, 이대로면 일찍 잘 것 같아 보인다. 밤중 스텝퍼 25분 걷기, 윗몸 70개를 하고 씻으러 갔다 온 사이에 아기는 아빠 품에 쏘옥 안겨있었다. 그러다 우리의 바람대로 10시 반에 자는 게 아닌가! 남편이 한참을 안고 있다가 방에 딱 들어서는 순간, 둘은 다시 거실로 나온다. 왜 깼냐.. 다시 재워보려 했지만 대실패. 이러다 1시에 자러 가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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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갓.
아까 물로 씻겨 주고 잘 준비도 다 마쳤는데.. 아기는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그만큼 열심히 놀았더랬지.. 우리 몸을 넘으려고 낑낑낑. 베개 산을 등반이라도 하듯 낑낑낑.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굴러다니면서 놀고, 웃음 터져서 놀고. 전혀 잘 생각이 없다.. 결국 일기를 포기하고 재워보지만 잠이 들지 않는 것 같다. 아유. 다시 물샤워를 하고 옷 갈아입히고 잘 준비를 했는데 결국 1시 반에 자러 갔다고 한다.. 몸은 고단해도 아기랑 보낸 하루가 소중했던 금요일이 이렇게 끝이 났네. 너도 나도 우리 모두 수고했어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