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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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8일 월요일,
집에 있는 재료로 후다닥 만든 이유식.
당근을 데치고 갈고, 소고기 핏물 빼고 삶고 갈고, 쌀가루를 물에 풀고, 틈틈이 설거지를 해놔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 11시 쯤에 시작했는데 12시가 다 됐네. 말똥구리가 안 자고 있길래 한 숟가락을 떠서 주니까 다행히 잘 먹는다. 음, 내일도 잘 먹을 것 같군! 그나저나 늦은 시간임에도 잘 생각이 없다. 어제 오늘 손목이 너덜너덜 시큰거려 파스를 붙이고 있는 중에 아기를 안고 돌아다닌다. 소곤소곤 목소리로 달래도 보고 천천히 노래를 불러주다 보니 어느새 눈이 감긴다. 1시 20분. 너도 나도 우리 모두 수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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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에 맘마를 먹이고 정리를 하고 와서 다시 드러누웠다. 얼마 후 남편은 일어났고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잘 잤지만 더 자고 싶다는 말이 짠해지네. 오랜만에 현관문 앞에서 배웅을 하고 이번 주도 힘내자며 힘을 북돋아준다. 한 손으로 머리 위로 하트표는 덤. 9-10시간 정도를 자야 하는 나무에게 아침 6시는 꼭두새벽이겠지. 트림을 시키려고 앉혀놨는데 자꾸만 고개가 떨어진다. 흐물흐물 연체동물같은 우리 아기. 누워서 자자 귀염둥아. 아직도 얘가 내 배에서 나온 게 맞는지 신기한 엄마 이숭이. 언제쯤 적응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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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꾸러기 두 명은 11시에 거실로 나왔다.
소고기당근미음 1일 차. 이제 그릇과 숟가락을 앞에 두면 씨익 웃는 여유도 생겼다. 식판을 손으로 탕탕치면서. ‘아~’ 소리를 내면 알아듣는 것처럼 입을 살짝 벌리는 게 심쿵포인트. 한 손으로 튤립사운드 장난감을 들고 있으면 시선이 위로 가니까 먹이기가 한결 편해졌다. 튤립님 감사합니당. 오늘도 쉬지 않고 한 번만에 깨끗이 비워줘서 감사합니당. 어김없이 분유 달라고 찡찡찡. 먹다가 얼굴이 빨개지도록 힘을 주더니 갑자기 똥파티를 열었네. 분유를 먹이기 전에 깨끗이 닦아주고 다시 맘마를 먹인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의 반복이랄까. 이유식 90, 분유 180ml을 먹고 나니 기분이 좋아보인다. 놀자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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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달라고 찡찡.
그만 놀고싶다고 찡찡. 졸리다고 찡찡. 부쩍 짜증과 화가 는 것 같지만, 웃음도 많아졌다. 저 멀리서도 나무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으면 같이 입꼬리가 올라간다. 이렇게나 작고 어린데 나랑 교감을 하고 있노라면 코끝 찡해지는 순간이 종종 찾아왔다. 오늘도 고마워. 나를 선택해줘서, 우리에게 와 줘서 고마워. 낮잠 조금 자고 일어나서 목욕하러 가자. 첨벙첨벙 물놀이 하자 나무야! 어, 근데 무슨 냄새지? 또 똥파티 벌인 거야? 오메메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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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가 귀찮은 월요일.
설거지도 청소도 다 놔두고 아기랑만 있었다. 그렇다고 아기가 마냥 즐거워보이지 않네. 그래도 어찌어찌 시간이 흘러 남편은 퇴근을 했다. 나는 나무를 안은 채, 의자에 앉아서 둘이 쿨쿨쿨. 아기도 얼마나 고단했는지 코를 골고 있다. 1시간 가까이 자고 눈을 뜨니까 남편은 씻고 나와서 빨래를 널고 있었네. 아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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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에 자 주면 좋겠다고 하던 나는 그새 욕심이 차올랐는지, 11시에 자면 좋겠다고 말한다. 말똥꾸러기는 늦게 잘 것 같았는데 저녁에 똥파티를 한 번 더 벌이고, 쏘서와 보행기, 점퍼랑 기어다니기 등으로 에너지를 소진시켰다. 책을 찢어서 입에 넣기 바쁘고, 의자 바퀴랑 슬리퍼를 만지러 다니기까지 한다. 1일 3똥은 무리했나. 살짝 안았을 뿐인데 금방 잠들었다. 10시 40분에 자러 가다니! 이런 날도 있군요! 깨지 말고 자렴, 내사랑 우리아기.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