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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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9일 화요일,
둘이서 놀다가 자려고 방에 들어왔는데 나무가 꿈틀거린다. 어! 깨지 않게 말려야 한다. 맘마시간이 다가온 것 같아 남편이 재빠르게 분유를 타 왔다. 모두의 평화를 위해 너도 나도 손발이 척척 움직였다. 크크크. 아기는 210ml을 거뜬히 비우더니 세상 모르고 다시 잠의 세계로 향했다. 안아보는데 배에서 들려오는 꿀렁꿀렁 소리. 지난 번에도 들리더니 배에 물이 찰랑찰랑 넘치는 것 같다. 우리 아기 배 부르게 잘 먹었구나? 별게 다 귀여운 밤, 평화롭게 하루가 끝나고 또 하루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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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40분에 아기 소리에 눈을 떴고 남편은 이미 출근 중이었다. 문자 몇 개를 주고 받으면서 나무에게 맘마를 먹인다. 일찍 잔 덕분에 아침부터 활기찬 우리 아기는 거실 매트를 아주 신나게 돌아다닌다. 신나게 놀다가 기저귀를 바꾸려고 아주 잠깐 코가 엉덩이 근처를 스쳐 지나갔을 뿐인데 시큼새큼한 냄새가 풍긴다. 모닝똥파티. 장 역시 활봘하구만! 내가 조금 귀찮고 말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잘 했다며 궁디팡팡팡. 놀다가 갑자기 눈을 아주 사정없이 비비는 걸 보니 졸린가 보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3시간을 침대에 붙어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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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보고 헉!하고 놀랬다.
해야 할 게 많으니 마음이 바빠졌다. 우선 맘마부터 먹야야지. 부랴부랴 의자에 앉혀놓고 맘마를 데워왔다. 입을 뻥긋뻥긋 벌리며 잘도 받아먹는 나무. 오늘따라 분유달라며 눈물도 없이, 흘리는 것도 없이 싹싹 긁어 먹었다. 이어 분유까지 클리어. 소고기당근미음 100ml, 분유 170ml을 먹고 만족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참 사랑스럽네. 1시에 당근마켓 거래가 있었는데 시간이 변경돼서 한숨 돌리고 목욕을 시키고 외출 준비를 하는 우리. 20분만 일찍 일어나도 이렇게 바쁘지 않을 텐데, 아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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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손님과 틈틈이 연락을 하면서 물건을 가지고 나왔다. 오후에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온단다. 유모차를 태우고 빠른 걸음으로 슝슝슝 걸어서 도착한 병원. 3차 예방접종과 1차 영유아검진이 있는 날이다. 오랜만에 키랑 몸무게를 재어본다. 얼마나 자랐을지 궁금해지네. 문진표를 제출하고 검진 결과는 아주 잘 자라고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단다. 백분위로 나타낸 신체는 키 72cm(97백분위), 몸무게, 9.7kg(96백분위), 머리둘레 43.5cm(55백분위)였다. ‘엄마 괜찮으세요?’하고 물어보는 순간, 나무가 큰 편인 걸 알아차렸다. 돌 즈음 아기들 몸무게라고 했으니 말 다했지 뭐. 그리고 아무 것도 모른 채 장난감이랑 모빌을 보고 있는 나무는 B형간염과 DTP 예방접종 주사 2방을 맞고 울음을 터뜨렸다. 온 김에 나도 A형간염 주사 꽁!한대 맞았더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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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히 가져온 물건, 티팟은 결국 거래가 불발되었다.
내가 아끼던 물건이었는데 더 좋은 사람에게 가기를 바라는 마음. 아쉬움을 탈탈 털어내고 집으로 돌아온다. 30도였지만 햇살이 부드러워 걷기 좋았던 오후, 아주 잠시였지만 나무는 잠이 들었다. 오자마자 손발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힌다. 놀다 쉬다 재우고, 아까 펼쳐놓고 간 목욕도구들, 젖병들을 치웠더니 4시였다. 왜 나는 이때까지 아무 것도 먹지 못 했나. 늦잠이 쏘아올린 작은 공.. 물 한 잔을 마시고 틈을 타 스텝퍼 25분을 걸었다. 콩죽 하나를 들이켜고 씻고 나오니까 마침 아기가 깼다. 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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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같은 날은 바깥음식이지!
돈까스랑 통닭 후보 사이에 끼여있는 김치볶음밥은 바깥음식인 듯 정체를 숨겼다. 갑자기 생각난 60계 호랑이치킨을 시켰다. 오랜 기다림 끝에 도착한 통닭을 먹으며 평화롭게 ‘슬기로운 의사생활’ 2화를 보나 했더니 나무가 자꾸 우리를 부른다. 갑자기 시작한 까까놀이보다 우리가 더 좋은가 보다. 튀밥을 씹어서 먹다니. 그 모습이 귀여워 한참을 웃었다. 어찌됐든 우리는 알싸하면서 매콤한 통닭을 진짜 맛있게 먹었고, 나무도 까까를 열심히 먹었다. 9시 반에 자길래 오예!하면서도 불안했지만.. 잠깐의 자유를 즐길게! 결국 나무는 깼고, 한참을 놀다가 12시에 자러 갔다고 한다. 한 시간을 침대에 굴러다니고 뒤척인 건 비밀.. 나랑 나무는 지쳐서 잠든 건 안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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