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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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일 수요일,
어찌 잠들었는지도 모르고 둘 다 지쳐서 쿨쿨쿨.
1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질 정도로 힘들었네.. 새벽 2시, 맘마를 먹이고 나만 조용히 거실로 나왔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아까 나무랑 자느라 쓰지 못 한 일기를 써내려 갔다. 시계 바늘은 3을 가리키고 있다. 잠시나마 내 시간을 가지고 다시 아기와 남편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뭘하든 돌고 돌아 내 자리는 여기라는 걸 잊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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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가 되기 전에 맘마를 먹이고, 남편 배웅을 했다.
간식은 못 챙겨주지만 다정한 말을 건네야지. 오늘 하루도 보람차게 잘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정한 기운을 불어 넣어주었다. 출근길에 가지고 나가는 쓰레기 꾸러미를 보며, 다시 한 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음식물 쓰레기나 일반/재활용 쓰레기들을 남편이 다 버리고 있네. 나 언제 버려봤더라. 궂은 일도 척척척 해주고 나 복 받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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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똥파티를 벌인 나무는 새 기저귀를 갈고 뽀송뽀송해졌다. 어제 잘 먹던 쌀튀밥은 목에 한 번 걸리고 나서는 엄청 싫어했다. 고개를 홱홱 돌리고 찌푸리는 거 보니 호불호가 확실하구먼. 그러다 잠깐 눈을 붙이고 10시 반에 일어났다. 어김없이 이유식을 데워와 한 숟가락씩 떠먹인다. 다른 데 눈길이 가지 않게 튤립장난감 노래를 틀어놓고, 부지런히 입으로 가져다 주었다. 오늘도 깔끔하게 비웠다. 100ml을 먹고 분유 100ml도 냠냠냠. 어제부터 계속 미열이 있어서 찡찡거린다. 졸린데도 잠들지 못 하는 거 보니 괜히 짠하고 그렇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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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재우고 보행기를 태우는 동안 내 할 일들을 해나갔다.
젖병을 씻고 점심을 차린다. 오늘같은 날 잘 챙겨먹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무가 유난히 보채고 안겨있으려고 하니까, 나도 빨리 뭔가를 먹어야겠다. 버섯볶음, 미역국과 김치랑 같이 한 그릇을 비우고 있는데 내 곁에서 계속 맴도는 우리 아기. 이 쪼그만 아기에게 내가 우주임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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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매운 맛을 보여주는 나무였다.
한 번씩 체온을 재어보면 37도로 그렇게 열이 높지 않았지만, 안고 있으면 몸이 뜨뜻했다. 나는 아침부터 더웠는데 계속 아기가 붙어 있으니 땀이 마를 새가 없네. 이마, 목, 등과 배 온몸이 땀 때문에 끈적끈적하고 쉰내가 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아기를 달래고 안아줄 수밖에. 잘 놀다가도 찡찡. 배고파도 찡찡. 낮잠을 같이 자고 일어났는데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때부터 30분을 울었다. 뭘 해도 안 달래지니까 혹시 아픈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 무엇보다 마음이 힘들었다. 이렇게 계속 우는 건 너무 오랜만이라 적응이 안 될 정도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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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줘도 울고, 기저귀를 갈아도 울고, 계속 운다.
맘마를 줬더니 배가 고파서 우는 것 같길래 또 미안해졌다. 아직 맘마먹을 시간도 아니었는데.. 문제는 맘마를 먹다가도 운다는 거. 혼자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남편이 왔다. 손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바로 아기를 안아주었다. 얼른 내게 자유를 주려고 배려해주는 마음이 또 고맙네. 아빠를 보면서 웃더니, 수도꼭지 물놀이를 하고 오더니 거짓말처럼 괜찮아졌다. 아유. 괜찮아졌으니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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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은 또 바깥음식이지!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어제 먹은 호랑이치킨을 또 시킨다. 맛있는 건 두 번은 먹어야하는 스타일. 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방바닥을 기어다니고, 우리는 통닭을 먹으면서 ‘슬기로운 생활’ 2화를 봤다. 잠깐 코가 기저귀를 스쳐 지나갔을 뿐인데 똥파티의 기운이 느껴진다. 1일 2똥은 기본인가요. 어쨌든 접종열은 무시무시한 거더라. 더 무서운 건 9시 에 30분을 자고 일어나서 아직 안 자고 있는 나무.. 도대체 언제 잘 거니? 그나저나 6월이 끝났네. 벌써 이렇게 7월이라니.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