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01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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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목요일,

결국 나무는 1시 반 쯤에 자러갔다.

1시만은 안 넘기고 싶었는데.. 이렇게 늦게 잔 날이면 피로가 몇 배로 더 쌓였다. 문제는 더 자주 깨고 꿈도 많이 꾼다는 거. 그나마 위로를 하자면, 젊은 이숭이는 5대5 미팅같은 걸 했는데 상대편에게 선물을 주는 게 마지막 코너였다. 나는 누구에게 줬는지 모르지만, 내게 선물을 준 사람은 다름아닌 박서준이었다. 오메. 정성껏 포장한 스웨터랑 모자랑 여러가지를 주는데, 꿈에서 여자들이 너무 부러워했네. 우리 사이 문자도 주고 받는 사이! 괜히 어깨가 으쓱 우쭐해지는 나. 하, 이게 꿈이었다니. 눈을 떴을 땐 맛있게 자고 있는 내사랑 둘이 보였다. 그래, 요게 현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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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자다가 몇 번이나 울었다.

운다 싶으면 배와 가슴을 톡톡톡 토닥여주었다. 그러다 새벽 3시에도 엉엉엉. 방이 떠나가라 우는데 좀처럼 달래지지 않는다. 남편이 나무를 안고 토닥토닥. 접종때문일 거라고 했지만, 우리는 새로운 결론을 내렸다. ‘혹시 원더윅스인가..?’. 요즘 잊고 지낸 단어였었지. 아무튼 겨우 달래고 다시 재운다. 얼마 후 4시 반에 일어나 맘마를 먹였다. 나는 젖병을 씻고 와서 폰을 가지고 놀다가 잠이 들었다. 5시 쯤에 들리는 소리들. 시내버스 운행 소리, 쓰레기 수거차 소리, 아침을 시작한 새 소리로 아침이 오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아침아 천천히 와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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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도 보통날이었다.

수유텀을 계산하면서 맘마를 먹였고, 아기가 보내는 신호들에 반응을 했다. 안아주거나 놀아주거나 등등. 똥파티를 치우자마자 이유식을 데워왔다. 이제는 숟가락만 봐도 입을 잘 벌리는 나무. 먹다가 분유를 달라고 인상을 찌푸리긴 했지만, 그래도 준비한 90ml을 다 먹었다. 처음부터 잘 먹었던 우리 아기는 과연 어떤 야채와 음식을 좋아하고, 싫어할지 매일 기대된달까. 연달아 분유까지 먹이고 나니 졸리단다. 어제랑 오늘은 허리가 아프도록 안고 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아기를 안는 순간이 따뜻하고 좋았다. 아기홀릭, 나무홀릭인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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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오기 전에 낮잠을 자고, 목욕을 한 나무.

문이 열리는 소리에 문 쪽을 쳐다보더니, 배를 쭈우욱 밀고 기어간다. 아빠를 보는 순간 주인을 만난 강아지처럼 빙글빙글 도는 건 뭐람. 그 모습이 귀여워서 웃고 사랑스러워서 안아주는 아빠였다. 양파랑 이유식에 쓸 야채를 사러 장을 보는 동안 남편은 저녁을 준비했다. 메뉴는 마파두부덮밥. 집에서 먹은 적이 없는 음식인데 매콤달콤 후루룩 맛있게도 잘 먹었다. 매일 고마워요 여보. 그나저나 나무가 또 응가했네? 평균 1일 2똥 나무야 잘 했어! 시원하게 닦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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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만드는 날이 자주 돌아온다.

책에서는 3일분이고, 나는 4일분이나 만드는데도 말이다. 육수전쟁인 중기 이유식으로 들어갈 자신이 없어서 소고기와 야채를 넣은 초기 이유식 2단계를 계속 이어 나간다. 이번에는 소고기랑 표고버섯. 요령껏 했더니 시간이 조금 줄어들었다. 식힌 미음 몇 숟갈을 먹여보는데 이번에도 잘 먹어주었다. 아기새처럼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도 어쩜 이렇게 사랑스럽냐. 나랑 남편 둘 다 하트 뿅뿅이었다. 물로 간단히 씻기고 그제야 나도 샤워를 하고 나왔다. 나오니까 아기는 아빠 품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다. 11시 20분에 자러갔다! 아싸라비용. 매일 육아로 바쁜 날이어도 잔잔한 행복은 곁에서 계속 찾아봐야지. 7월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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