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02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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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일 금요일,

[하루 늦게 쓰는 일기]

아기가 깨면 나도 같이 깼다.

나는 피곤하니까 더 자줬으면 하지만, 아기의 눈 크기와 모양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완전히 깬 건지, 좀 더 자고 싶은데 잠깐 깬 건지 등등. 7시 반에 맘마를 먹고 자고 일어나 10시 반부터 꼬물꼬물거린다. 비몽사몽인 내가 되게 신경쓰일 정도로 옆에서 꿈틀꿈틀. 굳이 내가 있는 쪽으로 와서 내 볼을 만지고 머리카락을 만지고 옆구리에 누웠다가 다리 위로 올라타려고 하네.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 귀찮으면서도 정말 귀여운 존재가 내 옆에 있었다. ‘아기에게 나는 그저 재미있는 장난감같겠지’하면서 미소를 씨익 짓는다. 가끔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면 눈물 찔끔날 정도로 아프긴 해도 엄마 옆에서, 살이 맞닿아 있으려는 아기의 속셈이 참 좋았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활짝 웃는 모습에 엄마는 또 꿈뻑 넘어간다야. 그 순간 우리 둘만 세상에 있는 듯 다른 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가자. 거실로 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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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표고버섯미음 1일 차,

빨리 주라고 발바닥을 땅에 팡팡 치면서 숟가락에 눈을 떼지 않는다. 뜨겁지 않게 식히는 내 속도 모르면서. 두근두근 첫 숟가락! 쩝쩝 맛을 보는 듯한 나무는 금세 삼키고 다음 한 술을 기다린다. 표고버섯도 무난하게 잘 지나갈 것 같아 다행이었다. 아기새는 이유식 100ml, 분유 150ml을 먹고 곳곳을 돌아다녔다. 힘이 부쩍 늘어서 분유 먹일 때 탈출하려고 바쁜 아기를 붙잡고, 다시 눕혀서 먹이다 탈출하면 붙잡고.. 결국 품에 끼고 먹인다. 아유. 맘마 한 번 먹였을 뿐인데 나는 왜 이리 지치냐.. 그래도 매일 잘 먹어줘서 얼마나 기특하고 이쁜지 몰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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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달걀이랑 검은콩우유로 허기를 달랜다.

나무는 내가 먹고 있는 것에 관심이 많다. 엄마가 뭘 먹는지 계속 쳐다보고 있어서, 마음같아선 조금 떼서 주고싶은 정도랄까. 우리 아기는 좀 더 크면 같이 먹기로 해. 오늘도 부지런히 돌아가는 집안일들. 설거지랑 열탕소독, 수건빨래, 욕실청소로 한 번 힘을 빼고 다음은 나무를 데리고 목욕을 시켰다. 놀아주고 재우고 맘마먹이고 재우기는 필수적으로 돌아가는 것들. 정신없이 보내고 나면 오후 4, 5시가 된다. 둘이서 보낼 땐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아도 하루는 짧았고 금방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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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이 놀러왔다.

오랜만에 만나는 우리들은 매번 뭐 먹을지 진심인 사람들이었다. 오늘을 위해 일주일을 참고 기다린 듯한 느낌. 이번에는 로제떡볶이랑 핫도그, 호랑이치킨이 식탁에 차려졌다. 다들 배고픔에 잠시 이성을 잃고 먹느라 바빴다가, 점점 각자 페이스로 돌아왔다. 여기에 김말이튀김이랑 주먹밥까지 있으니 배가 빵!하고 터질 것만 같다. 그래도 맛있으니까 치팅치팅데이를 즐기는 걸로. 디저트는 커피. 나의 작은 바람대로 스타벅스 커피를 사 왔다. 나는 민트초코를 마셨지만 흐흐. 처음으로 프리퀀시도 모아보고 아이스쿨러도 얻어서 쏠쏠하구먼. 점점 빠져드네 스타벅스! 집에 가기 전에 복불복 놀이는 빼먹지 않았지. 쥬시쿨vs쿨피스. 분명 맛과 색이 차이가 있는데 모르겠단 말이야. 결국 남편만 알아맞혔네 오오오. 이 만남은 아무말대잔치여도 재미있고 마음이 편하다고 해야하나. 나무까지 예뻐해주니 이래저래 감사한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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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잊지 못할 에피소드 하나.

분유마다 응가 냄새가 달라지곤 했는데, 대체로 구수한 편이라 맡을 만 했었다.(맡을 만 했지 괜찮았던 건 아님). 아무튼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엇!하고 달라져버린 냄새에 놀랬던 기억이 떠올랐다. 재료가 추가되면 점점 냄새가 고약해질 거라던 말을 듣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네. 오늘 하루동안 변비였던 나무는 열심히 힘을 주더니 시원하게 똥파티를 벌였다. 평소랑 다른 냄새에 남편과 나는 적잖이 당황했더랬다. 달라진 건 이유식 밖에 없는데.. 설마 표고버섯때문이었어? 와.. 버섯먹은 똥이 이런 거였어? 와.. 공기청정기는 빨갛게 돌아가고 아기의 표정은 그저 편안해 보이고..우리는 충격에 빠졌고.. 앞으로가 기대된다 정말. 잘 했어 나무야! 그러고는 나무가 당장 잘 줄 알았는데 새벽 1시 넘어서 자러 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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