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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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 일요일,
요즘 나무는 통잠을 잊었다.
이틀에 한 번씩은 자다가 울어서 달래주곤 했다. 안 그래도 늦게 자는 편인데 새벽에 깨서 배고프다고 찡찡찡. 분유를 타러 가는 시간을 되게 재촉한달까. 내가 안고 있는 동안에 남편은 맘마를 타 왔다. 급하게 먹고 급하게 잠들긴 하지만, 마음 편하게 기쁘게 꿈나라로 떠났으면 하는 마음. 괜히 아기 머리를 쓰다듬고 가슴을 토닥여준다. 새근새근 숨소리가 들리는 새벽, 아기의 머리에 입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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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남편은 일찍 일어났다.
비몽사몽 꿈길을 헤매고 있을 때 그는 아침 맘마를 먹이고 놀아주는 듯했다. 요상한 꿈과 거실에서 들리는 나무의 찡찡찡 소리가 섞여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린다. 그러다 나무가 되게 보채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자마자 눈을 뜨고 나갔다. 졸린데 잠이 들지 않아서 찡찡거리는 아기를 안고 잠을 재운다. 아빠 품에서 잘 자긴 해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나를 찾는 아기. 아기가 좋아할 만한 박자로 통통통 걸으면서 토닥토닥. 이내 잠이 들었고 우리는 평화롭게 각자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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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이 오기 전에 집을 정리정돈했다.
정리라기 보다는 그냥 청소기 밀고 밥 먹을 준비라고 해야 하나. 나도 씻고 나무 머리도 감기고, 이것 저것 하다보니 또 맘마먹을 시간이 되었다. 시장이 반찬이랴. 숟가락이 사라질 듯 한 입을 베어 문다. 농도가 있는 편인데도 입에 넣으면 바로 삼키기 바쁜 나무는 다음 숟가락을 기다린다. 중간에 고비가 왔지만 100ml,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그러고는 분유달라고 찡찡찡. 140ml을 먹고 트림을 시키고 있을 때 딩동! 초인종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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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친구 가족들이 놀러왔다.
안부를 묻고 꽤 빠르게 잡은 약속이었는데, 금토일동안 겹치지 않고 손님들이 우리집에 왔네. 캬캬캬. 어여쁜 두 아이들은 이제 말도 잘 걸고, 아기를 예뻐할 줄 아는 어린이가 되어 있었다. 처음 들어본 캐치 티니핑 장난감들을 알려주는데, 하나도 모르겠네 이모는.. 이름 두 글자 뒤에는 꼭 ‘핑’이 들어가 있는 게 특징이란다. 매 회마다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장난감을 모은다던데 그게 52개라나 뭐라나.. 시즌2가 나오면 엄마아빠들 지갑 난리나겠지.. 그래도 잠시나마 티니핑놀이, 퀴즈를 하면서 어린이들이랑 라포형성을 했었더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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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름진 음식들이랑 너무 친해졌네.
누가 보면 생일주간이라 할 정도로 많이 먹었지 뭐. 그 중에서 통닭은 오늘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간장통닭과 피자로 배를 채우고 수다를 떤다. 다행히 나무는 누나들을 구경하고, 놀고 먹고 자는 시간을 보냈다. 2차는 스타벅스 커피. 스타벅스랑 이렇게 친해질 줄 몰랐네. 아이스 돌체라떼를 먹으면서 또 수다를 떨고, 그들이 사 온 수박 한 통을 즉석으로 썰어 먹는다. 남편에게 수박자르기 꿀팁 영상을 보여 주고는 통에 꽉꽉 담아두었다. 얼마 후 그들은 갑자기 집으로 가고 다시 우리 셋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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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고 빨래 널고 설거지하고, 나무 목욕시키고 맘마 먹이고, 씻고 오니까 7시가 넘었다. 고단했던 나무는 내 배 위에서도 잘 잔다. 나도 같이 자고 있는데 남편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 ‘지금 하늘이 너무 예쁘다’며 보러 가자는 말에 바로 튀어나온 우리. 붉은 노을이 가득한 하늘을 보며 잠깐동안 여유를 가진다. 아, 예쁘다. 다음에 같이 하늘을 볼 때면 8월이겠지. 다시 집에 와서 나무의 고약한 똥파티를 치우고, 재워서 눕혔는데 9시 반 밖에 안 됐네. 이 시간에 자면 나중에 깨겠지? 얼른 곁으로 갈게. 잘 자 귀염둥아. 오늘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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