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07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_

_

7월 7일 수요일,

[하루 늦게 쓰는 일기]

보통날처럼 아침에 눈을 떴다.

6시 반에 맘마를 먹고 거실에서 거의 두 시간을 놀았다. 세 명이 달라 붙어서 쓴 감기약을 먹인다. 달콤한 시럽이 있지만, 항생제 때문에 쓴맛이 강했다. 아직 달달한 맛도 모르는 아기인데 약은 너무 힘든 경험이겠지. 퉤!하고 뱉으려 했지만, 겨우 삼켰다. 나무를 너무 좋아하시는 외할아버지는 ‘지호만 보면 웃음이 난다’며 껄껄 웃으셨다. 두 분이서 등산을 다녀오시겠다며 우리는 자고 있으라고 하신다. ‘커튼을 치고 깜깜하게 해서 자라’는 말에 바로 실행을 하고 너도 나도 잠이 든다. 그렇게 두 시간이 지났나, 비 때문에 엄마 아빠는 일찍 집으로 오셨다. 나보다 먼저 깬 나무는 우리 엄마를 보며 ‘엄마’라 부르고는 사라지자마자 엉엉 운다. 아이참. 네 엄마는 여기 있는데.. 그렇게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고, 외할머니의 발길을 붙잡았다고 한다.

.

소고기미역미음 3일 차.

넉넉하게 만들었으면 더 먹었을 것 같다. 입을 쩍쩍 벌려 미음을 먹는다. 첫 해조류도 의외로 잘 먹어줘서 고마운 마음이 산만큼 높아졌다. 미음 75ml, 분유 160ml을 먹고 다시 에너지를 발산하기 시작한다. 배밀이로 하던 시절에서 업그레이드를 햐려는지 계속 어딘가를 오르려고 했다. 오늘 꽂힌 건 에어의자. 의자를 짚고 무릎을 꿇는 자세를 하고, 그 다음 무언가를 하려고 했다. 처음에는 길려고 하는 건가 했는데 앉으려는 것이었다. 수북해진 머리카락이 젖을 만큼, 될 때까지 노력하는 나무를 보며 또 하나를 배운다. 그러다 힘이 들 때면 ‘엄마’를 부르는 듯했다. ‘으브브브’ ‘으으음므으아’ 같이 소리를 만들어내는데 힘을 쏟고, 잡고 일어서거나 앉으려는데 힘을 쏟는 너의 열정을 응원해.

.

밥을 일찍 먹고 저녁 7시가 되었다.

엄마 아빠는 일이 있으셔서 나가셨고 우리 둘이 남겨졌다. 머리까지 감기기엔 콧물과 기침을 계속 하고 있어서 물로만 씻겨 주었다. 정신없이 씻기고 나니까 내가 너무 찝찝해. 보행기를 태워놓고 샤워를 하기로 했다. 말로만 듣던 껌딱지 시기. 아기는 본인이 보는 곳엔 내가 있어야만 했다. 화장실을 가는 시간도 여유도 없다. 자꾸만 보행기를 타고 화장실에 들어오려해서 막느라 힘들었지만 바퀴가 두 개만 걸려서 덜 신경썼달까. 아무튼 아기의 시선을 한껏 받으면서 씻으니까 민망하고 부끄럽구만.

.

9시 반에 나무는 내 품에서 잠이 들었다.

이대로 좀 재우다가 이제 눕혀볼까 하던 순간에 눈을 뜬다. 다시 재우기 실패! 엄마는 아기가 잘 때 다 같이 불을 끄고 자자고 했는데.. 말을 지독시리 안 듣는 딸 때문에 같이 늦게 잘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신난 나무는 이리 기어다니고 저리 기어다닌다. 아까 씻겼는데 왜 머리가 젖어있나.. 불을 껐는데 왜 이렇게 베개랑 나를 올라타려고 하나.. 결국 1시에 자러 간다. 일기는 당연히 쓰질 못 했고, 아기는 자다가도 기침을 한다고 몸이 흔들렸다. 아유. 감기 얼른 나아야 할 텐데..

.

214일된 나무.

나무는 ‘엄마’라는 말을 뱉었다. ‘엄마’인지 ‘으으으음머’인지 몰라도 비슷한 소리를 반복해서 만들어냈다. 처음엔 우연인 줄 알았는데 하루종일 꽤 많은 소리를 들었다. 우리 아기가 ‘엄마’라고 말하는 날이 오다니.. 감동이야. 그래 나는 너의 엄마, 오늘도 고마워.

_

작가의 이전글20210706 이숭이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