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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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9일 금요일,
[하루 늦게 쓰는 일기]
일찍 잘 줄 알았지..
나무는 갑자기 깨서 한참을 놀다가 잠이 들었다. 어두운 거실을 자유롭게 굴러다닌다. 베개 더미를 헤집고 넘으려고 애쓴다. 엄마랑 같이 재워보려 했지만 어째 눈은 더 똥그랗다. 결국 12시를 넘겼고, 콜록콜록 기침을 할 때마다 잠을 깰까 봐 괜히 신경이 쓰였다. 시원해서 좋았던 거실은 소나기처럼 내리는 비 때문에 창문을 닫으면서 따땃해졌다. 그리고 새벽 5시, 엄마가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 비가 그치고 차가운 공기와 간밤의 공기가 만나 인사를 나눈다. 선선한 금요일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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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에 맘마를 먹인다.
원래라면 보통 다시 자는데 더 이상 잘 눈 모양이 아니었다. 시럽에 항생제를 넣은 약병을 가져와 입에 갖다대려는데, 통을 보자마자 얼굴을 찌푸린다. 아직 입 안에 넣지도 않았는데 헛구역질을 하던 나무. 모습은 짠한데 약이 쓰고 맛 없는 거란걸 인지하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감기가 얼른 똑! 떨어졌으면 좋겠네. 한 시간동안 외할머니랑 내 곁에서 열심히 에너지를 발산하고 두 눈을 비빈다. 아기가 잠들면 그저 평화로워지는 집. 우리 같이 자고 일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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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나갔다 오신 엄마 손엔 까만 봉지가 하나 있었다. 딸내미가 좋아하는 자두를 사오셨다. 뭐라도 하나 더 주시려는 마음이 또 감사해지네. 빠알갛게 잘도 익은 자두 하나를 씻어 껍질을 까고 숟가락으로 으깬다. 뭔지는 몰라도 아주 기대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는 나무. 한 숟가락을 떠주니까 표정 변화도 없이 잘 먹었다. 더 먹고 싶다고 몸을 앞쪽으로 쑤욱 빼고 흔들흔들. 우리 나무도 자두 좋아하니? 엄마랑 같은 취향의 음식과 물건들이 하나씩 생기면 신날 것 같다. 여름날에 같이 자두를 먹는 상상을 해보니 기쁨이 차 올랐다. 이어 소고기미역미음을 데운다. 너무 졸려서 분유까지는 못 먹겠나 보다. 80ml을 먹고 감기약을 먹고 낮잠 쿨쿨. 1시간, 많이 잤네 우리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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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마중을 나갔다.
나무를 보자마자 반갑게 이름을 부르신다. 나무도 그걸 아는지 입꼬리가 올라갔다. 사랑스러운 순간이었지. 아기목욕을 시키고 나오니 밥시간이 돌아왔다. 낮에는 엄마랑 찐만두를, 저녁엔 셋이서 전복홍합밥을 먹었다. 마늘과 표고버섯, 전복과 홍합이 들어간 엄마표 건강식. 간장에 슥슥 비벼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제때 밥을 먹는 것, 건강하게 차려주는 밥은 너무 행복하다. 오늘도 우리가 먹는 동안 잘 기다려준 나무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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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또 이유식을 만드는 날이냐..
중기로 넘어가기 전에 뭘 먹일까 하다가 집에 감자가 있어서 소고기감자미음을 만들었다. 꽤 수월하게 만들고, 설거지와 열탕소독을 하고 나니 9시 반이 넘었다. 나무는 8시부터 졸려서 눈을 비비지만, 며칠 잠 패턴을 관찰한 엄마는 지금 재우면 또 일어날 걸 알기에, 안 재우고 최대한 시간을 끌었다. 안아주고 돌아다니고, 장난감으로 놀아주고, 몸으로 놀아주고. 그 와중에 나는 자전거를 타겠다며 10분을 달리고 씻으러 갔다. 땀이 흥건한 나무를 닦고, 맘마랑 감기약을 먹인다. 밤이 되니 일이 끊임없이 돌아가네 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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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먹을 때 분명 눈을 감았는데..
왜 다시 눈이 커졌어? 다시 활동을 시작하려는 걸까.. 오늘도 타이밍 놓쳤나 봐.. 한참을 안고 있다가 잠들었길래 침대에 눕힌다. 왜 다시 일어나는 거야..? 어제 스스로 앉는 걸 해본 뒤로는 정말 계속 계속 기어올라갔다가 앉는다. 왜 그걸 이 밤 중에 다시 하냐고.. 내 몸을 받침대 삼아 얼굴쪽에서 한 번 앉고, 손을 짚고 내려가 다리쪽에서 한 번 앉는다. 아유 이걸 몇 십분동안 계속하네.. 뒤집기 지옥만 있는 줄 알았지 난. 오히려 그때가 좋았어.. 뒤집기는 혼자서 하지, 앉기 지옥은 나랑 같이 하려해.. 오늘도 참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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