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0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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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 토요일,

4시에 맘마를 먹고 6시가 되기 전에 눈을 떴다.

실눈을 뜬 채 나무를 살짝 지켜보는데, 나랑 눈이 마주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귀여운 녀석. 또 다시 기어오려고 낑낑끙 끙끙끙 힘을 모은다. 다시 시작된 앉기 연습. 머리가 무거운지 자주 베개나 내게 기대곤 했다. 결국 내가 있는 쪽으로 오더니 배 위에 얼굴을 걸친다. 몇 번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니까 꿈나라로 떠나는 나무에게 감동을 받는 엄마 이숭이. 혼자 자다가 살을 닿고 싶었던 걸까. 엄마 곁에 있고 싶었던 마음을 생각하면 괜히 코 끝이 찡해지고,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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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못 쓴 일기를 쓰고 짐을 챙긴다.

혹시 모를 주말의 응급상황?을 위해 소아과를 다녀오기로 했다. 나무는 여전히 코 찔찔이에 기침을 하고 있다. 콧물보다 급한 건 기침. 콜록콜록에 저 작은 몸이 흔들릴 때면 왜 이리 마음이 아플까. 부스스한 머리, 아무 것도 바르지 않은 날 것의 상태로 밖을 나왔다. 마스크가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병원에서 친구랑 아기를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네. 감기 때문에 고생하느라 살이 빠진 아기는 의사선생님의 청진기에 달린 장난감을 만지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심하지 않아서 약만 타 왔지만, 어서 어서 감기요정아 사라져주렴. 집 근처에 아기띠를 하고 잠깐 걸었을 뿐인데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마스크 안의 얼굴도 땀 때문에 난리난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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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3똥???

오늘도 간식으로 자두를 줬다. 동그란 걸 눈 앞에 두고 입을 벌리는 우리 나무. 손에 쥐어줬더니 어느새 입에 넣고 귀엽게 갉은 자국을 냈다. 약간 새콤할 법도 한데 맛있게 먹는 나무는 참 사랑스럽다. 다만 콧물때문에 이유식을 먹을 땐 너도 나도 힘들었지만, 준비했던 소고기감자미음을 깨끗이 비워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먹다가 눈물 콧물을 쏟고는 분유랑 감기약을 먹고 똥파티까지 벌인다. 먹이고 달래고 응가 치우고 와서 젖병을 씻고 열탕소독을 하면 끝인가 했는데 또 똥파티를 벌였네? 치우고 씻기고 재우기의 무한반복이랄까. 그래도 낮잠 1시간을 잔 덕분에 우리 모두가 아주 편한 시간을 보냈었더랬지. 남편은 늦잠 자고 만화책 보고 비빔면 만들어먹고 본가에 다녀오는 아주 여유로운 삶을 보내고 있단다. 부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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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엔 오징어를 삶아먹고, 저녁엔 아구찜을 시켜 먹는다.

우리가 먹는 동안에는 보행기를 타면서 잘 기다려주는 나무. 그때 트롤리에서 마구마구 물건을 꺼내어도 오케이를 외칠 수밖에 없다. 뒤늦게 발견한 똥파티에 잠깐 당황을 하다가, 목욕을 시킨다. 오늘은 아빠가 나무를 데리고 주무신단다. 호기롭게 9시 반쯤에 재웠는데, 30분 뒤에 나무가 일어났지 뭐.. 그때부터 거실로 나와 또 앉기 연습을 하더니, 잡고 일어서려고 움직인다. 결국 밤 열 두 시를 채우고는 아빠랑 꿈나라를 떠났네. 나도 어서 자야겠다. 내일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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