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2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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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2일 월요일,

4시 반에 맘마를 먹고 다시 잠든 나무는 한밤 중 모기대소동 때문에 깨어버렸다. 나는 정신없이 자고, 큰 방에서는 세 사람이 일어나 모기를 잡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모기를 잡았단다. 나무가 잠잘 마음이 없는 건 안 다행인 것 같네. 그렇게 해서 새벽 일찍 내가 자고 있는 방으로 건너온다. 침대 위를 기어다니고 나를 받침대 삼아 올라타고 앉았다 누웠다 그저 자유로운 영혼일세. 내 바지에 달려있는 끈을 가지고 놀겠다며 쭉쭉 잡아당기는데.. 그래 너는 놀거라. 나는 잘 테니.. 스르륵 잠만 자면 되는데 나무는 5시 반에 살짝 똥파티를 벌인다. 아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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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에 일어났는데 또 살짝 똥파티를 벌였다.

오메. 치우고 곧 맘마먹일 준비를 하지만, 뜨거운 김을 식힐 시간조차 기다려주질 않네. 선풍기 바람에 휙휙 날리고 한 술 크게 떠서 먹인다. 어제보다 더 좋은 컨디션인 우리 아기는 쉬지 않고 한 그릇을 비웠다. 공포의 약 먹기 시간이 지나 분유를 먹는다. 입맛이 없어도 이해가 될 만한 상황임에도 잘 먹어줘서 고마워 너무 고마워. 그나저나 콧물이 왜 이렇게 많이 나지? 닦아도 닦아도 왜 계속 있는 거지? 빼면 뺄수록 불투명해진다. 우리아기 왜 빡구가 된 거니.. 근데 왜 또 똥파티야? 아이참 너무 속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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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 아기를 맡기고 엄마랑 마트에 다녀왔다.

이유식 재료를 사러 고고. 떡뻥 하나를 집고 소고기 대신에 닭고기를 담았다. 고르고 고른 야채는 청경채. 그리고 고무장갑과 비닐봉투. 두 달만에 가 본 마트는 눈이 빙글빙글 돌 정도로 물건들이 넘쳐났다. 게다가 아기랑 관련된 간식, 용품, 이유식 코너 등이 새롭게 다가오네. 마트가 너무 재미있는데 천천히 둘러볼 여유가 없다. 어서 집으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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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첫 떡뻥.

까까를 잡고 입에 넣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녹여먹는 모습이 신기하면서 귀엽구만. 하지만 너무 졸려서 엉엉 울고불고 했더랬지. 그리고 나무는 우리가 저녁을 먹기 전후로 나무는 똥파티를 두 번이나 열었다. 이게 끝이길 바랐지만 끝이 아니었지.. 아무래도 항생제 때문에 탈이 난 듯하다. 예전에 치과 진료를 받고 먹었던 항생제 때문에 설사병에 걸렸던 그 시절이 오버랩이 되는 건 왜일까.. 하마터면 동률님 콘서트에서 난리날 뻔했던 그때 그 날이.. 아무튼 이 쪼꼬미가 콧물을 쏟고 기침을 하고, 엉덩이로 응가를 계속 보내니까 마음이 너무 짠하네. 또 병원에 가 봐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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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여덟시가 넘어서 이유식 만들기를 시작했다.

돌아서면 만드는 날이더라. 중기로 넘어가기 전에 닭고기를 먹여봐야 할 것 같았다. 아, 안심에도 힘줄이 있구나? 지난 번에 아기아빠한테 힘줄 제거 경험담을 들어놓고도 깜빡했지 뭐. 겨우 힘줄을 제거하고 분유에 담가서 냄새를 제거하는데에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만들기 편하도록 보관하기 위해서 큐브에 다진 닭고기를 채워둔다. 쌀가루를 풀고 단호박 야채가루를 풀어서 끓인 닭고기미음. 뭐했다고 2시간 반이 넘었을까. 설거지도 남았고 아직 나는 씻지도 못 했는데.. 나무 맘마시간이 다가온다. 결국 설사를 해버려서 씻기느라 바쁜 이숭이의 하루. 나도 너무 피곤한데 나무도 너무 고될 것 같아. 1일 6똥이라니.. 우리 아기 얼른 감기 낫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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