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3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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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3일 화요일,

[하루 늦게 쓰는 일기]

2시 반쯤 누웠나.

큰 방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바로 달래지지 않는 거 봐서는 배고파서 우는 것 같은데. 수유텀은 아직 남았는데 설사를 했으니 속이 비어있겠지. 분유를 타서 먹이고 그대로 잠든 나무. 방 공기가 다소 따뜻해서 더웠는지도 모르겠다. 반면에 거실은 바람이 씨잉씨잉. 엄마랑 나랑 나무랑 셋이 베개를 베고 더위를 식힌다. 3시, 이제 나도 자러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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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엄마가 식사를 하시는 동안 아기랑 놀았다.

장난감 못지 않게 좋아하는 앉기 놀이. 이제는 앉아서 허리를 숙이고 곁에 있는 물건을 집기도 했다. 조금씩 조금씩 자라는 중에 갑자기 허리힘이 생기는 경이로움을 느끼는 요즘이다. 어느 정도 놀이욕구가 채워지면 귀여운 두 손으로 눈을 사정없이 비벼댔다. 나무를 안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같은 베개를 베고 잠 요정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나도 쿨쿨 나무도 쿨쿨. 9시 반에 일어나려 했던 나는 팥빙수를 먹으러 가는 달콤한 꿈을 꾸는 바람에 10시가 다 되어서 일어났다. 조용히 빠져 나와 머리를 감고 있는데 나무가 ‘애애앵’하고 울었다. 오메. 거품 물기만 빼고 달려가 비몽사몽 나무를 보행기에 착! 앉혔다. 고개를 숙이고 두 다리 사이로 보이는 나무는 화장실 보안관이었다. 엄마 지켜주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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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약속이 있어 부모님이 아기를 봐주시려고 일찍 등산을 다녀오셨다. 그때부터 마음 놓고 외출 준비를 한다. 부모님, 특히 엄마 일정에 맞춰서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나무는 아주 잠깐 나를 보며 가지말라고 찡찡했지만, 금세 잘 놀았을 것이다. 집 근처에 있는 카페로 출동.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가는 거니까 케이크를 다 조질? 마음으로 떠난다. 내가 좋아하는 동생들. 주부 3인방이 모였다. 파리도 우리가 반가운지 계속 우리 주위를 맴돌았다(오후까지 계속 있었다는 거..). 아메리카노랑 먹는 티라미수 케이크는 참 맛있었는데 이거 하나조차 남겼다는 거.. 언행불일치의 삶이 여기 있구만. 천천히 흐르던 시간은 나중에 갑자기 훅 지났다. 아직 할 말이 많은데, 더 놀고 싶었지만 안녕. 우리 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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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니까 맘마를 먹고 있었다.

셋이서 잘 놀았다며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주셨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서 사 주신 휴대용 유모차가 도착했다. 언박싱을 하고 설명서를 보면서 조립을 해나갔다. 봐도 봐도 모르는 건 ‘남편에게 물어보세요’ 찬스를 써서 해결했다. 가성비냐, 예쁜 거냐 끝과 끝의 제품 두 가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예뻐서 반했지만 비싼 게 단점인 이걸 몇날 며칠동안 고민을 하던 찰나에 선물을 해주신다. 아유 감사합니다. 산책도 자주 나가고 편하게 잘 쓸게요! 나무의 첫 시승식 반응은 그냥 그냥이었지만, 밖에 나가면 달라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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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먹는 이유식.

시작부터 이미 울음바다였다. 잊을만 하면 나오는 콧물은 뽀글뽀글 게거품같다. 눈물콧물을 다 뽑아내고 이유식에 감기약을 섞어서 먹인다. 닭고기단호박미음에서 딸기맛이 느껴지는 퓨전 스타일. 삥삥 울어서 코가 빨간 나무는 한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분유는 50ml만 먹고 공포의 약 먹는 시간과 코 빼기 시간을 힘겹게 보냈다. 이내 진정을 하고 놀기 바쁜 나무는 머리칼이 다 젖고 온 몸이 축축할 정도로 움직였다. 지치는 걸 모르는 것 같다. 목욕을 하면서도 의자를 탈출해서 바닥에 있으려고 했다. 앉아 있으려면 양반.. 엎드려서 헤엄?을 치려고 하네.. 나는 녹초가 됐는데 나무는 다시 체력이 다 채워진 듯하다. 뽀송은 30분 뒤에 다시 축축으로 바뀌고 목 뒤에 땀띠까지 나버렸다. 오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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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10시에 잠들어서 내게 자유시간이 생겼다.

자전거 30분을 타고 윗몸 30개씩 3세트를 했다. 나도 뽀송뽀송하게 씻고 나와서 일기를 쓰려고 하는데 자꾸만 눈은 티비에 가고 손은 리모컨을 놓지 않았네.. 12시쯤 맘마를 먹이고 일기를 쓰려는 순간 딴짓을 하고 결국 졸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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