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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숭이 Jul 21. 2021

2021071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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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 금요일,

[하루 늦게 쓰는 일기]

나와는 다르게 너무 부지런하신 우리 엄마.

매일 삼시세끼를 뭐 먹을지 고민하시는 엄마는 매일 매일 바쁘셨다. 그녀의 하루는 새벽 5시. 한 밤 중인 시간에 일어나 엄마만의 루틴대로 지내고 계신다. 그러다 나무가 집에 온 뒤로는 틈틈이 우리가 있는 방에 구경을 하러 오셨다. 잘 자는지, 어떻게 자고 있는지 그냥 나무가 궁금하신 것 같았다. 깨면 또 오시고, 작은 소리가 나도 오신다. 상상 이상으로 너무나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우리 아기. 오늘도 우리 신나게 보내기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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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김밥 열 줄을, 오빠는 라면 두 개를 끓였다.

그 사이 나는 아기 맘마를 먹였다. 닭고기단호박미음을 살짝 맛을 봤는데, 이게 무슨 맛일까. 감자미음도 맛이 오묘했는데 나무는 잘 먹는단 말이야. 이제는 입을 더 크게 벌려서 음식을 기다릴 줄도 안다. 여전히 한 숟가락을 먹으면 금방 삼키고 다음 숟가락을 기다리지만, 늘 그랬듯 탈없이 잘 먹고 잘 커줘서 너무 고마워. 미음 90ml과 분유 140ml을 먹고 나니까 이젠 똥파티가 시작됐다. 찐 단호박을 으깨서 간식으로 먹이고 나서야 모든 맘마시간이 끝났다. 요즘 자주 하는 표정 ‘찡긋’은 시도때도 없이 나와서 너무 귀여워 죽겠네. 이런 표정은 어디서 배운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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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자연스럽게 낮잠 시간을 가졌다.

늘어지도록 2시간이나 잔 나무랑 나. 비몽사몽하고 있을 때 외삼촌은 자기 집으로 갔다. 크로플이랑 커피먹기로 했는데 낮잠한테 밀려버렸네 아이참. 아기도 봐 주고 안아줘서 엄마랑 내가 너무 편했는데.. 잘 가고 또 와. 나무는 일어나서 또 똥파티를 벌였고, 집을 무대삼아 잘도 돌아다녔다. 오늘은 발에 꽂혔는지 발가락을 빤다고 정신이 없네. 그러다 찡긋 발사. 우리들은 나무의 찡긋 표정에 쓰러진다네. 아으 내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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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첫 산책을 나왔다.

날씨가 더워서, 감기때문에 여러 가지 이유들로 산책이 늦어졌다. 아파트 주변을 돌다가 마트에 가기로 한다. 우리 아기 첫 유모차 시승식도 제대로 했네. 모기장을 달고 어둠 속을 휙휙 걷는데 밖에만 나오면 시무룩하고 표정이 어둡네? 점점 찡찡하더니 결국 마트에서 울음을 터뜨려서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할머니 품에 쏘옥 안겨 있는 건 또 왜이리 귀엽냐. 잠깐의 외출이 끝나고, 밤 9시에 목욕을 시켰다. 퀴퀴하던 나무 머리에서 비누향이 나다니. 흐흐. 나는 자전거 30분과 윗몸 일으키기, 씻으면 하루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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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에 잠든 나무를 보고 ‘피곤해서 내일 아침까지 자겠다’며 설레발을 친 엄마랑 나. 하지만 30분을 맛있게 자고 벌떡 일어나는 게 아닌가. 결국 말똥말똥 아기를 거실로 데리고 나와서 어화둥둥 안고 돌아다닌다. 결국 12시 넘어서 잠들었고, 나랑 같이 자러 갔다고 한다. 하, 일기는 언제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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