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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숭이 Jul 21. 2021

2021071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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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5일 목요일,

[하루 늦게 쓰는 일기]

내 옆에서 자고 있는 나무.

10시, 먹이면서 재울 생각으로 슬금슬금 빠져 나가서 분유를 타 온다. 거침없이 200ml을 먹고 나서 제대로 깨버린 우리 아기. 나 아직 너의 체력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놀이터로 변신한 이숭이였다. 머리카락을 뜯고 내 몸을 베개처럼 베고, 침대 밑을 내려가려고 버둥버둥거린다. 위험한 걸, 스릴있는 걸 좋아해서 ‘안 돼’를 자주 말하고 있는데, 이 말 대신에 어떤 걸로 대체해야 할 지 모르겠네. 아기는 엄마 아빠 말보다 ‘안 돼’를 제일 먼저 말할지도 몰라. 엄마 공부가 필요한 시점. 도와주세요 육아선배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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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가 얼추 사라지고 땀띠가 생겼다.

뒷 목에서 시작했던 땀띠는 점점 내려와 어깨와 팔로 번졌고, 기저귀로 인해 땀이 잘 맺히던 엉덩이쪽에도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최대한 얇게 입히고 물로 자주 씻겨주는 것밖에.. 수딩젤과 크림을 덕지덕지 발라도 땀띠는 계속 번지네. 아이참. 나무도 간지러운지 자주 목 뒤, 귀, 머리카락 쪽을 만졌다. 땀띠에도 좋은 것 좀 알려주세요 육아선배님들.. 그나저나 오늘도 눈물의 이유식이다. 잘 먹다가도 분유를 달라고 울길래 갖고오면 안 먹는다. 이럴 땐 뭘 원하는지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 우는 모습 너무 짠해.. 닭고기단호박미음 65ml, 분유 120ml, 으깬 자두 1개를 먹고 나서야 진정이 되나 보다. 시원한 거실을 점령하고 낮잠 1시간 반이나 잔 우리. 좋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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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외삼촌이 왔다.

4월 달에 보고 만나는 거니까 낯을 가릴 만도 한데 싱긋- 웃음으로 반긴다. 이러면 너무 귀엽지. 하지만 저녁에 잠깐 자고 온 사이에 생긴 낯가림으로 당황스럽게 했지. 무섭다고 찡찡찡. 보채고 침도 흘리고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걸로 봤을 때는 이가 나려나. 겨우 입을 벌려 확인을 해 보니 가웃데 윗니가 뚫고 나오려는 것 같았다. 아이고오. 또 짠하네. 괜히 꼬옥 안아주고 달래준다. 부디 이앓이가 조용히 지나갔으면. 땀띠도 얼른 사라졌으면. 고생많은 우리 아기 나무야, 오늘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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