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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숭이 Jul 21. 2021

20210717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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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7일 토요일,

모기가 윙!하고 내 귀 옆을 지나갔다.

아기가 있으니 빛의 속도로 몸을 일으키고 불을 켰다. 불빛때문에 우애앵 우는 나무는 사실 배가 고파서 울었던 거였다. 울음 소리를 듣고 4시 50분에 우리 방으로 출동하신 할머니 할아버지. 아기를 달래는 사이에 맘마를 먹이고, 끝내 엄마는 모기를 잡으셨다. 아기 대신에 내 다리 두 방을 물어서 너무너무 다행이었다. 다시 우리는 꿈나라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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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자고 싶어도 못 자게 하는 말똥꾸러기.

오늘도 쉬지 않고 내 몸 위를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었다. 놀이터라 생각하고 나무한테 몸을 마음껏 맡겼는데, 머리카락을 뽑는 건 못 참겠네. 우리 둘이서 밀당같은 꽁냥꽁냥거리고 있을 때 남편은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러 갔다. 잘 다녀오십숑. 보행기에 태워놓은 채 젖병을 씻고 열탕소독을 하는 사이에 현관문 소리가 들린다. 우리 집에 멍멍이가 있는지, 문에서 띵띵 소리만 나면 아기는 두리번 두리번 거렸다. 자다가도 고개를 번쩍. 그러다 작은 두 발로 문쪽을 향해 달려갔다. 할머니를 반기고, 할아버지를 반겼다. 이러니 이뻐해주실 수밖에 없지. 꼬리만 없는 강아지 여기있네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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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쪄 놓은 단호박을 간식으로 먹인다.

달달한 맛을 안 뒤로는 떡뻥에 그리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잘 먹지도 않고 손에 쥐고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기만 하네.. 어쨌든 고구마, 자두, 단호박 등 단맛을 좋아하는 것 같다. 특히 자두를 좋아한다. 할아버지는 나무가 음식에 보이는 반응이 궁금해 이것저것 먹여보려 하셨다(물론 내 허락이 떨어져야 가능하지만). 작은 이로 자두를 갉아먹으면 너무 기뻐서 난리나는 세 사람. 나무는 좋겠다. 뭘 해도 귀여워서. 미음 80ml, 분유 90ml을 먹고 엄마랑 나는 낮에 산책을 가기로 했다. 어두울 때는 무서워하는 것 같아서 시간대를 바꿔보면 괜찮을까. 선선한 바람이 많이 불어서 땀도 안 나고 쾌적하다. 치자꽃 향기가 가득한 길, 기분좋은 7월을 보내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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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1시간 반을 자고 일어나 저녁을 먹었다.

남편은 마늘을 까고, 빨래와 밑반찬을 만들 거라고 했다. 저녁은 든든하게 마파두부덮밥을 먹고, 드라마를 보면서 놀고 있단다. 나는 7시 반에 주방에 들어갔다. 이유식과 소고기육수를 만들겠어요. 얼마 전에 만들었는데 또 이유식을 만든다고라? 오메 벌써 4일이 지났다고라? 중기들어가면 더 바빠지겠지.. 원래는 이번부터 중기시작을 하려고 했으나, 쌀가루가 없는 바람에 초기이유식을 한 번 더 만들기로 했다. 아이참. 내 정신 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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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반에 시작해서 정리하고 나니까 11시가 되었다.

양지 300g 핏물을 빼는 사이에 청경채를 데치고 남은 건 큐브에 넣었다. 큐브에서 닭고기 하나를 꺼내 슥슥 만든 닭고기청경채미음. 오늘도 맛보기용 숟가락으로 맛을 보여주는데 60ml이나 먹었으면서 모자라다고 하면 어쩌냐.. 아무튼 잘 먹어주니 마음 편하게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소고기 기름을 제거하고 양파랑 같이 1시간동안 푹 끓였다. 엄마의 팁들을 전수받아서 만든 육수를 식히고, 설거지와 뒷정리를 끝낸다. 이제 남은 건 나무 맘마먹이고 재우기. 간단히 씻기고 와서 맘마를 다 먹였는데, 이불에 지도를 그려서 방금 치웠는데, 이젠 똥파티를 벌인다. 아유. 끊임없이 돌아가는 육아현장. 혼자가 아니라서 너무 다행이었다. 내일은 야채 2~3가지 손질해서 큐브에 넣어놔야지. 나 너무 고생한 것 같아. 우쭈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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