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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숭이 Jul 21. 2021

20210720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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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0일 화요일,

밤 중에도 정확한 우리 아기의 배꼽시계.

잠보다 배고픔이니. 자다가도 수유텀이 3시간 30분에서 4시간만 되면 왕꿈틀이가 된다. ‘11시 반에 먹이고 동이 틀 무렵에 먹이면 되겠다’는 엄마의 계산은 빗나가고, 4시간 만에 맘마를 또 먹는다. 자면서 먹고 다 먹으면 바로 잠들긴 하지만, 몇 달째 통잠을 볼 수 없었다. 도대체 통잠은 언제 다시 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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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밤에도 새벽에도 아침에도 열심히 나무를 돌봐주셨다. 자다가 땀을 뻘뻘 흘리면 부채로 바람을 만들어 주고, 배가 고파서 울기 전에 젖병을 입에 물렸다. 내가 자고 있는 동안에도 기저귀 갈기랑 맘마 먹이기는 계속 돌아간다. 아침 8시, 부모님은 외출하시고 나는 큰방에 쿨쿨 자는 나무에게 맘마를 준다. 먹고 재우려는 작전은 실패. 점점 눈을 뜨더니 결국 똥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부터 내 몸과 얼굴을 오르락 내리락 꼬물꼬물. 아이고오 다시 우리 방으로 가자. 매일 마주하는 아기의 큰 모습을 눈으로 담고 사진으로 담는 일. 오늘도 참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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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는 동안 갖고 놀라고 굴려준 토마토에 눈을 떼지 않는다. 그러더니 성큼성큼 다가와 두 손으로 야무지게 잡고 입을 갖다 댄다. 윗니 아랫니로 콕콕콕 세 군데를 갉아 먹고 있었다. 생애 쳣 토마토 맛을 먹어 본 나무는 그 맛이 괜찮나 보다. 젖병을 씻고 열탕소독을 끝내고, 후다다닥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나무를 간단히 씻기려는 순간 똥파티를 끝냈네. 온갖 소리와 장난감으로 집중하게 하고 엉덩이를 닦고 씻으러 갔다. 이제는 기저귀 채우느리 후하후하. 옷 입히느라 후하후하. 간단히 짐을 챙기고 아기띠를 하는데 후하후하. 가기도 전에 이미 땀을 왕창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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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첫 미용실 방문.

순둥순둥 내게 꼬옥 달라 붙어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원장님을 보고도 안 울길래 괜찮을 줄 알았지. 내가 나무를 품에 안고 뒷 머리부터 자르려는 순간 싫다고 소리를 지르더니 크게 울어버렸다. 바리캉소리는 또 얼마나 무서운지 울고 불고. 엄마 나 원장님 셋이서 진땀을 흘렸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멈추고 달래는 사이에 잠든 나무. 5분을 자고 일어나더니 세상 달라졌네. 그때부터는 가위든 바리캉이든 상관없이 잘 참았다. 삐죽삐죽 자란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뾰족뾰족 올라온 짠한 마음을 가라앉힌다. 고생했어 우리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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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의 날인가.

아빠 지인에게서 받은 옥수수 택배. 이렇게 거대한 옥수수는 처음 봤더랬다. 초당처럼 노랗던데 어떠한 설명도 없어서 엄마는 찜기에 무려 1시간 반을 쪘다.(한참 뒤에 알게 된 정체는 초당옥수수였다고..) 오늘 갑자기 탄수화물 파티였네. 낮엔 밥먹고 떡먹고 미숫가루 마시고, 저녁엔 밥먹고 옥수수먹고 초코빵먹고.. 이 정도면 살을 찌기 위한 프로젝트인가.. 그리고 윗집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강원도 첫 옥수수라 삶았다며 현관문 손잡이에 걸어났단다. 아이고.감사해요. 남편 간식으로 잘 먹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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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해동하는 걸 까먹는 바람에 늦게 이유식을 먹였다.

먹이기도 전에 그릇을 낚아채면서 촉감놀이가 시작되었지. 안 그래도 부족할 텐데 금방 비워버린다. 맘마달라고 잉잉잉. 요즘 성장기인지 940~1100까지도 먹는 나무는 목욕을 끝내고 9시에 곯아 떨어졌다. 오예. 그 시간을 틈타 윗몸 100개를 하고 자전거 20분을 탔다. 옥수수를 나눠주러 밖에 나갔다 온 사이에 왜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다 거실에 계실까. 나무는 왜 깬 거야? 다들 당황한 얼굴로 나무를 보는데 정작 아기는 너무 신나있었다. 결국 맘마를 먹고, 열정적으로 놀다가12시에 자러 갔다고 한다.. 크느라 고생했어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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