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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숭이 Jul 22. 2021

20210721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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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1일 수요일,

아기에게 맘마를 먹인 새벽 5시.

바깥 세상이 점점 밝아지면서 아침 노을이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런 순간은 놓칠 수 없지! 하루를 기록하는 것처럼 폰 카메라를 들이댔다. 하늘을 보게되는 건 몸과 마음의 여유랄까. 바빠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멈추게하는 힘. 왠지 오늘 하루 시작이 좋다. 딱히 뭘 하지 않아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다시 아기 옆에 누워 잠을 청해본다. 오전 9시, 나무가 일어났다. 4시간이 되었으니 맘마를 빼먹을 우리 아기가 아니지. 잘 먹는다 정말. 입맛이 없을 무더위에도 잘 먹어주는 게 정말 큰 고마움, 감사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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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병원과 마트에 다녀오셨다.

당장 생각나는 것도, 먹고 싶은  없다고 했는데, 어젯밤에 ‘맛있는 약과가 먹고 싶다 딸의 말을 기억하셨네. 보자마자 바로 약과를 입에 넣었지 .. 그리고 점심은 온국수. 이렇게 더운 날에도 엄마의 부엌은 쉬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분주했다. 멸치와 양파, 방아잎으로 육수를 내고 간장을 조금 넣었을 뿐인데 국물은 감칠맛이 났다. 방아잎 좋아 좋아. 셋이서 3-4인분 국수먹고 나는  약과를 먹었지 . 아이참. 오늘도 할아버지 옆에서 간식을 받아 먹기 위한 몸부림을 보이던 나무는 고구마를 입에 넣을  있었다. 간식을 먹고 싶어하는 멍멍이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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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낮잠 1시간 반 정도 잤으려나.

잠깐의 휴식시간이 지나고 맘마먹을 시간이었다.  초기 이유식의 마지막 날 여전히 잘 먹어 주었고, 숟가락을 꽉 깨물지 않도록 눈치껏 빨리 입에서 빼준다. 미음 90ml과 분유 90ml으로 배를 채웠다. 그리고 또 이유식을 만드는 날이 돌아왔다. 오늘은 일찍 만들어 보리라. 미리 해동시켜놓은 소고기 육수팩 2개, 핏물 빼놓은 소고기, 얼린 닭고기와 야채큐브가 주인공이다. 중기 이유식은 이전보다 입자가 큰 쌀가루를 사용하고, 메뉴가 다른 죽을 하루에 2번씩 먹이는 게 큰 특징. 새롭게 재료를 추가하면서 알레르기 반응도 살펴보는 것 또한 중요하겠지. 아무튼 내가 만들 건 소고기애호박죽과 닭고기브로콜리당근죽 2가지였다. 아이의 고른 영양 섭취를 위해 부지런해지는 엄마가 되어간다. 이숭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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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오빠도 왔고 중복이라 삼계탕을 먹기로 했다.

배달음식으로 시킨 누룽지 삼계탕. 나무의 맘마 먹이기와 똥파티 치우기가 끝나고 드디어 먹어 본다. 캬. 벌써부터 힘이 솟아나는 것 같다. 퇴근한 남편은 오랜만에 양꼬치를 먹는다고 했다. 고량주까지 벌컥벌컥 마셨단다. 오호. 듣기만 해도 둘의 조합이 괜찮을 거 같네. 각자 맛있는 거 잘 챙겨먹고 보기 좋구만 우리. 흐흐흐.  오늘도 9시에 졸려서 자던 나무는 35분 만에 눈을 떴다.. 그래도 12시엔 잘 줄 알았지. 외삼촌이 1시간 가까이 안고 있어도 눈만 비비고 잠들지 못 했다. 과연 언제 잘 것인가.. 자전거 타기는 귀찮고 윗몸 일으키기나 해야지. 많이 먹었으니까 120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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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일된 나무,

7개월하고 16일째 되는 날이다. 통잠을 잊은 채 4시간마다 꼬박꼬박 맘마를 먹고, 오늘은 1160g으로 최고 많이 먹었다. 매일 매일 성장기이겠지만, 더 잘 먹고 쑥숙 크는 게 눈에 보일 정도랄까. 그만큼 체력도 좋아졌다. 배를 밀고 기어가는 속도도 빨라졌고, 보행기를 타고 쭉쭉 나아간다. 몸을 잡아주면서 걸음마를 해보면, 까치발로 조금씩 발을 떼던 나무가 이제는 발바닥을 붙이고 한 발씩 앞으로 뻗는다. 익숙한 사람을 구분한다고 해야 하나. 밝은 톤으로 웃는 할아버지한테는 소리를 내서 잘 웃을 줄 알고, 현관문 앞까지 기어가 반가움을 표현했다. 손가락으로 작은 물건도 잘 잡는다. 특히 손에 머리카락이 있다는 걸 알고 쳐다보기도 한다. 좋아하는 건 자두, 단호박, 고구마와 같은 단맛나는 것들. 이제 이는 총 6개, 웃으면 윗니가 빼꼼 보인다. 매일 매일 귀엽고 사랑스러운 나무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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