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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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1일 수요일,
아기에게 맘마를 먹인 새벽 5시.
바깥 세상이 점점 밝아지면서 아침 노을이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런 순간은 놓칠 수 없지! 하루를 기록하는 것처럼 폰 카메라를 들이댔다. 하늘을 보게되는 건 몸과 마음의 여유랄까. 바빠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멈추게하는 힘. 왠지 오늘 하루 시작이 좋다. 딱히 뭘 하지 않아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다시 아기 옆에 누워 잠을 청해본다. 오전 9시, 나무가 일어났다. 4시간이 되었으니 맘마를 빼먹을 우리 아기가 아니지. 잘 먹는다 정말. 입맛이 없을 무더위에도 잘 먹어주는 게 정말 큰 고마움, 감사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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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병원과 마트에 다녀오셨다.
당장 생각나는 것도, 먹고 싶은 게 없다고 했는데, 어젯밤에 ‘맛있는 약과가 먹고 싶다’는 딸의 말을 기억하셨네. 보자마자 바로 약과를 입에 넣었지 뭐.. 그리고 점심은 온국수. 이렇게 더운 날에도 엄마의 부엌은 쉬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 분주했다. 멸치와 양파, 방아잎으로 육수를 내고 간장을 조금 넣었을 뿐인데 국물은 감칠맛이 났다. 방아잎 좋아 좋아. 셋이서 3-4인분 국수를 먹고 나는 또 약과를 먹었지 뭐. 아이참. 오늘도 할아버지 옆에서 간식을 받아 먹기 위한 몸부림을 보이던 나무는 고구마를 입에 넣을 수 있었다. 간식을 먹고 싶어하는 멍멍이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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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낮잠 1시간 반 정도 잤으려나.
잠깐의 휴식시간이 지나고 맘마먹을 시간이었다. 초기 이유식의 마지막 날 여전히 잘 먹어 주었고, 숟가락을 꽉 깨물지 않도록 눈치껏 빨리 입에서 빼준다. 미음 90ml과 분유 90ml으로 배를 채웠다. 그리고 또 이유식을 만드는 날이 돌아왔다. 오늘은 일찍 만들어 보리라. 미리 해동시켜놓은 소고기 육수팩 2개, 핏물 빼놓은 소고기, 얼린 닭고기와 야채큐브가 주인공이다. 중기 이유식은 이전보다 입자가 큰 쌀가루를 사용하고, 메뉴가 다른 죽을 하루에 2번씩 먹이는 게 큰 특징. 새롭게 재료를 추가하면서 알레르기 반응도 살펴보는 것 또한 중요하겠지. 아무튼 내가 만들 건 소고기애호박죽과 닭고기브로콜리당근죽 2가지였다. 아이의 고른 영양 섭취를 위해 부지런해지는 엄마가 되어간다. 이숭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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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오빠도 왔고 중복이라 삼계탕을 먹기로 했다.
배달음식으로 시킨 누룽지 삼계탕. 나무의 맘마 먹이기와 똥파티 치우기가 끝나고 드디어 먹어 본다. 캬. 벌써부터 힘이 솟아나는 것 같다. 퇴근한 남편은 오랜만에 양꼬치를 먹는다고 했다. 고량주까지 벌컥벌컥 마셨단다. 오호. 듣기만 해도 둘의 조합이 괜찮을 거 같네. 각자 맛있는 거 잘 챙겨먹고 보기 좋구만 우리. 흐흐흐. 오늘도 9시에 졸려서 자던 나무는 35분 만에 눈을 떴다.. 그래도 12시엔 잘 줄 알았지. 외삼촌이 1시간 가까이 안고 있어도 눈만 비비고 잠들지 못 했다. 과연 언제 잘 것인가.. 자전거 타기는 귀찮고 윗몸 일으키기나 해야지. 많이 먹었으니까 120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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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일된 나무,
7개월하고 16일째 되는 날이다. 통잠을 잊은 채 4시간마다 꼬박꼬박 맘마를 먹고, 오늘은 1160g으로 최고 많이 먹었다. 매일 매일 성장기이겠지만, 더 잘 먹고 쑥숙 크는 게 눈에 보일 정도랄까. 그만큼 체력도 좋아졌다. 배를 밀고 기어가는 속도도 빨라졌고, 보행기를 타고 쭉쭉 나아간다. 몸을 잡아주면서 걸음마를 해보면, 까치발로 조금씩 발을 떼던 나무가 이제는 발바닥을 붙이고 한 발씩 앞으로 뻗는다. 익숙한 사람을 구분한다고 해야 하나. 밝은 톤으로 웃는 할아버지한테는 소리를 내서 잘 웃을 줄 알고, 현관문 앞까지 기어가 반가움을 표현했다. 손가락으로 작은 물건도 잘 잡는다. 특히 손에 머리카락이 있다는 걸 알고 쳐다보기도 한다. 좋아하는 건 자두, 단호박, 고구마와 같은 단맛나는 것들. 이제 이는 총 6개, 웃으면 윗니가 빼꼼 보인다. 매일 매일 귀엽고 사랑스러운 나무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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