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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숭이 Jul 24. 2021

20210722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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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 목요일,

[하루 늦게 쓰는 일기]

외삼촌 재우기 실패, 나도 재우기 실패..

나도 피곤하고 인내심은 사라졌고 그냥 어둠 속에서 ‘언젠가는 자겠지’라는 마음으로 아기랑 나는 침대에 누웠다. 가만히 누워있을 나무가 아니었지. 야밤 중 엄마 놀이터 개장. 나를 짚고 일어났다가 앉았다가, 기어 올랐다가 내려갔다가 도저히 잘 기분이 아닌가 보다. 그렇게 새벽 1시가 넘어가고.. 우리 아기가 최고 늦게 잤던 1시 20분을 넘기고 있었다. 결국 주무시다 깬 할아버지가 나무를 안고 창 밖을 바라보면서 재우신다. 10분 정도 지났나 할아버지 품에서 새근새근 잠든 채로 내 곁으로 돌아왔네. 우왕. 아빠는 육아의 달인이셨나요. 왜 이제 나타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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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너도 정신없이 잠든 밤.

금세 아침이 찾아왔다. 오랜만에 모인 넷과 아기는 냉면집으로 11시 오픈런. 이번 목표도 손님들이 오기 전에 치고 빠질 생각으로 미리 메뉴와 앉을 자리까지 정했다. 나만 빼고 다들 정말 빠른 사람들이야.. 넷이서 냉면 다섯 개를 시켰다. 비냉 넷, 물냉 하나요. 허공을 가로지르는 면치는 소리. 유모차에 가만히 앉아서 기다려주는 나무 덕분에 우리는 편하게, 맛있게 잘 먹었다. 두 번째 손님으로 왔던 음식점은 어느새 손님들로 꽉차있었다. 여기 맛집이었나요. 오우오우. 후루룩짭짭 후루룩짭짭 맛좋은 비냉. 양 많고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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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자마자 손발을 씻기고 맘마먹일 준비를 했다.

오늘부터 중기이유식 시작! 하루에 두 번씩 미음이 아닌 죽을 먹이는 만큼, 식단표도 중요하고 전보다 부지런해야만 한다. 닭고기죽 한 번, 소고기죽 한 번씩 먹여야지. 첫끼는 닭고기브로콜리당근죽. 어제 맛보기로 먹은 죽의 식감이 이상했는지 뱉아내려 하더니, 이번에는 잘 삼키고 잘 먹었다. 일부러 넉넉하게 담은 150ml을 깨끗하게 비우는 아기를 보며, 고맙고 기특하고 놀라고 기쁜 여러 가지 감정들을 느낀다. 먹다가 힘을 빠방! 주더니 똥파티를 벌여서 치우고 바로 분유를 먹는 나무. 이유식을 많이 먹는 만큼, 자연스레 분유를 적게 먹는다. 양 조절도 할 줄 알고 대단해 오구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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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같이 여유롭게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저녁잠은 20분 자고 벌떡 일어났지롱. 친한 동생이 선약이 취소되었다며, 아기를 보러 우리집으로 왔다. 맛있는 거 사 들고 가정방문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흐흐. 이모를 보자마자 낯선지 우애앵 울어버렸다. 너도 당황 이모도 당황 나도 당황. 이모가 궁금하면서도 낯선 느낌에 울었다 그쳤다 웃었다 울었다 감정 기복이 있네 우리 아기. 얼마 후엔 방긋방긋 웃다가도 눈물의 이유식 시간 때문에 울고 말았네. 아이참. 둘이 놀려고 안방에 계신 엄마아빠께 나무를 맡겼는데, 너무 신나서 까르륵 까르륵 난리가 났더라. 되게 신나보이던데 뭐 하고 노니 나무야. 궁금하네 나무야. 동생아 잠깐이었지만 즐거웠다. 행복했다.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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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가고 나서 다시 바빠졌다.

땀으로 젖은 아기를 목욕시킨다. 자꾸만 바닥에 엎드리거나 도망가려해서 엄마랑 나는 어르고 달래는데 힘을 쏟는다. 이제 혼자서는 못 씻길 것 같구만.. 그래도 욕조 안에서 혼자 중심을 잘 잡고 앉아서 물놀이를 하던 모습이 참 귀엽네. 젖병 씻고 열탕소독만 하면 좋겠는데 아기 재우기와 일기쓰기, 운동이 남았네.. 운동은 윗몸 일으키기만 해야지. 대신 120개! 겨우 재우고 일기를 쓰려는 순간 폰 용량이 없다며 알림이 뜬다. 동영상이 많은데 출산 후 아기 사진들이라 지울 수 가 없네.. 신혼 때 사진이라도 지워야지.. 지우고 싶은 사진들 1,000장 넘게 선택을 해놓고 잠결에 취소해버려서 다시 사진을 고른다.. 졸고 또 졸고.. 2시가 넘었고 너무 졸리네. 일기고 뭐고 자야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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