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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숭이 Jul 24. 2021

20210723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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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3일 금요일,

아기는 자다가도 내 품을 찾았다.

한 번씩 울던 이유는 배고픔도 아닌 나를 찾는 거였다. 바로 옆에 있는데도 혼자 있는 느낌이었으려나. 처음엔 마냥 배고픔일 줄 알고 수유텀을 확인해서 젖병을 들이밀고 그랬는데, 다름아닌 엄마 품에 있고 싶어하는 신호였음을. 닿아있는 몸, 내 심장소리와 엄마 목소리, 토닥토닥을 자장가삼아 다시 잠드는 걸 보면 엄마의 존재를 느끼고 싶었던 게 아닐까. 고마워, 나에게 와 줘서, 엄마를 선택해줘서, 나를 엄마로 만들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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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 40분, 6시에 맘마를 먹인다.

어김없이 맘마와 잠 둘 다 선택하는 나무. 자면서 맘마를 먹고 다시 새근새근 잠들었다. 피곤했던 우리는 오전 10시가 넘도록 침대를 빠져 나오지 못 했네. 등산을 다녀오신 엄마께 잠깐 아기를 맡기고 씻으러 간다. 여유로울 줄 알았던 오전은 휘리릭 흘렀다. 중기이유식 2일 차. 소고기애호박죽을 데워왔다.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던 나무는 그릇과 숟가락을 발견하고는 얼른 달라고 흔들흔들. 입은 어찌나 잘 벌리는지. 먹이를 받아먹는 모습은 영락없는 아기새였다. 알갱이를 냠냠쩝쩝 씹고 재빠르게 삼키다니. 하루하루 커 가는 아기는 생각보다 너무 많이 자라있었다. 죽 150ml, 분유 60ml, 그리고 똥파티. 나 외출도 해야하는데 왜 이리 바쁘지.. 설거지, 열탕소독, 기저귀랑 옷 갈아입히기 등등. 엄마 다녀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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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옷을 사러 갔다가 패널커피로 향했다.

친구를 만나러 총총총. 단짝이라고 할 정도로 너무 너무 친했던 초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자연스럽게 각자 친구가 생기고, 고등학교 때는 문과 이과로 나눠지면서 또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24-25살 때 잠깐 봤었는데 그새 10년이 흘렀다니.. 우리가 결혼을 하고 아기 엄마가 되었다니. 꼬물꼬물 아기를 품고 있는 친구랑 이런저런 요런조런 이야기 보따리를 다 풀었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크로플과 자몽에이드를 또 추가해서 먹을 정도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다. 이래서 옛날 친구가 좋은 걸까. 너무 마음편한 시간이었다. 언제가 될진 몰라도 또 만나자며 사진도 남기는 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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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자마자 나무를 부른다.

졸려서 할머니 품에 있던 나무는 엄마 목소리를 듣자 눈이 동그래졌다. 고개를 번쩍 들고 다리를 흔들흔들 반겨줘서 고마워. 또 다시 외출을 하기 전에 두 번째 이유식을 먹였다. 닭고기브로콜리당근죽. 이번 것도 넙죽넙죽 잘 받아 먹는다. 알갱이가 액체인 것처럼 금방 삼키고 바로 입을 벌리네. 125ml을 먹이고 나서 부랴부랴 나무에게 인사를 나눴다. ‘엄마 다녀올게 할아버지 할머니랑 잘 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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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사람들을 만났다.

볼링사람들이라 했지만 두 명. 쟁쟁한 저녁 후보들 중에 아빠곰이 인기가 많았다. 빠네, 돈까스, 필라프를 먹으면서 1차 수다 시작. 여기 만남에서도 별의 별 내용들이 다 튀어나온다. 키워드는 로맨스와 인연, 세월. 2차 수다 장소는 패널커피. 1일 2커피, 1일 2크로플도 좋아좋아. 운명적인 타이밍으로 카페를 대관한 듯 우리만 있었다. 걱정없는 금요일,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 분위기 좋은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과 재미있는 수다까지 어떤 것 하나라도 빠지지 않는 행복 충만한 날이었다. 너무 신나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떠들고, 입이 터져버렸네. 매번 통영에 올 때마다 만날 이들이 있고,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어 감사한 마음도 꾹꾹 넘쳐흐른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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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데자뷰같던 상황.

집에 오니까 아기는 또 할머니한테 안겨있었다. 졸려서 눈을 감으려던 찰나 현관문 소리에 눈이 떠졌다. ‘지호야’하고 부르니까 또 고개를 번쩍들고 기뻐해주네. 흐흐흐. 후다닥 씻고 나와서, 장난감이랑 같이 아기랑 놀아준다. 그 다음 쌓인 젖병들을 씻고 열탕소독, 분유 물 끓이기까지 하고 나니까 아기는 내게 기어오느라 땀이 흠뻑 젖었네. 간단히 물로 씻기고 물놀이를 하고 토닥토닥 재우고, 머지 않아서 잠이 들었다. 곧바로 어제 오늘 일기를 쓰는 잔잔한 밤, 남편은 친구들과 함께 신난 밤. 각자의 하루를 잔잔하고 신나게 잘 보내고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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