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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숭이 Aug 06. 2021

20210724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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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토요일,

어우 피곤해..

밀린 일기를 쓰고 옆에 잠든 아기를 틈틈이 바라본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보냈던 아기의 하루를 곱씹으며, 반성의 시간도 함께 가진다. 그러니 부디 나무는 기쁜 꿈을 꾸기를. 자다가도 웃음이 툭! 나올 만큼 신난 하루였기를. 요즘 피곤하다는 이유로, 아기를 재워서 같이 잔다는 이유로 그날 밤에 일기를 못 적다 꿈나라로 간다. 그러다 깜빡이없이 시작되는 하루에 여유없이 지내다보면 쌓이는 어제 오늘 일기가 살짝 부담스럽기도. 임신했을 때랑 조리원에 있던 날들과 비교하면 그저 핑계인 것 같아 마음을 잡고 있지만, 피곤한 것도 사실이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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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에 일어나 조용히 씻으러 갔다.

다행히 내가 다 씻고 나니까 나무는 잠에서 깨서 베개를 걸터베고 안아주기만을 기다렸다. 엉덩이를 팡팡 두드려주고 꾸욱 안아주고나서, 바로 보행기에 앉혀놓은 채 내 할일들을 해나갔다. 밤새 모인 젖병 친구들을 씻기고 외출할 때 필요한 짐들을 하나 둘 꺼내놓아야지. 산에 다녀오신 엄마랑 같이 목욕을 시키고, 맘마를 먹인다. 소고기애호박죽 150ml은 양이 되게 많아 보이던데, 나무는 쉬지않고 계속 입을 벌렸다. 이젠 분유를 달란다. 60ml을 먹고 더 이상은 먹지 않았다. 지금 아기는 최대 210ml 정도 먹을 수 있는데, 딱 그만큼만 먹는 게 너무 신기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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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쯤, 오매불망 나무를 보고 싶어하는 그들을 위해 출동했다. 아빠가 그곳까지 태워주시고, 챙겨간 수박과 가방도 들어주셨다. 나중에 또 데리러 오겠다며, 잘 놀다오라며 나무한테 인사를 하시고는 컴백홈. 옛 일터에서 만난 오래된 인연인 가족들은 우리를 정말 반갑게 맞아주신다. 낯설어서 울지 않을까 했던 나무는 입꼬리가 계속 올라가 있었고, 꽤 어려움 없이 순탄하게 적응을 하고 있었다. 말랑말랑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입에 넣고 아주 신났네. 아기의 작은 몸짓에도 까르르 웃어주시니 나도 너도 우리 모두 다 신이 난 상태였다. 너무 이뻐해주셔 너무너무 감사해요. 이모랑 삼촌, 누나 최고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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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려서 눈을 힘껏 비비더니 이모야 품에서 10분도 채 되지 않아서 잠들었다. 쿨쿨쿨. 적어도 1시간은 잘 거라며 마음 놓고 있었는데 정확히 35분을 자고 벌떡 일어나는 게 아닌가. 오메. 다시 이모야랑 놀고 예쁜 누나야랑 놀고 바쁘다 바빠. 미끄럼틀까지 탔네 우리 나무. 아기, 육아얘기와 안부들을 주고 받는 사이에 또 반가운 인연을 만났다. 내가 좋아하는 분들이랑 수다를 떨고, 아기를 봐주시고 하니까 같이 지냈던 지난 날이 슥 떠올랐다. 봉사활동으로 맺어진 우리 인연, 다이어트 댄스로 운동을 했던 시절까지 너무 소중했었네. 나무는 또 낮잠 30분을 자고 일어나서 놀다가 짐을 챙겨서 집으로 가기로 했다. 장난감이랑 아기까까를 소중히 들고 총총총. 집 앞까지 태워주시고 가방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흐흐흐. 알라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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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이나마 휴식시간이었던 엄마 아빠는 시원하고 조용히 잘 쉬었다고 하셨다. 풀 충전된 체력으로 다시 나무를 안고 돌봐주신다. 아까는 소리내지 않고 웃기만 해서 궁금하게 만들던 나무는 할아버지 보자마자 까르륵 깍깍 하이톤으로 소리를 지른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옛날부터 할아버지만 보면 까르르 웃는, 웃게하는 이 비결이. 똥파티랑 씻는 시간이 지나고 벌써 맘마먹을 때가 되었네. 닭고기브로콜리당근죽 150ml을 순식간에 비우고 분유 90ml을 바로 먹었다. 간식으로 고구마까지 먹은 대식가 나무야 이제 또 놀자. 잘 먹고 커준 덕분에 별 걱정없는, 맘마시간이 두렵지 않은 엄마가 되었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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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또 이유식 만드는 날이여?

저녁을 먹고 집앞 마트에 가서 소고기 한 팩과 아기 치즈, 젤리 두 봉지를 사 왔다. 큐브에 소고기 30g씩 계량해서 넣어두고 본격적으로 이유식을 만들기로 한다. 있는 재료를 두고 뭘 만들지 고민에 빠졌다. 재료손질 못지 않게 식단표 짜는데에 시간이 많이 들 것 같다. 이것 저것 조합을 해서 만든 소고기표고버섯청경채죽과 닭고기고구마브로콜리죽. 아기가 표고버섯 향을 싫어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아낌없이 팍팍 넣는다. 작은 그릇에 담아서 맛보기용으로 먹이니까 또 잘 먹네. 내일 또 맛있게 먹어주길 바라. 설거지와 뒷정리, 열탕소독을 끝내고 나무를 안는다. 이제 남은 건 재우기와 일기쓰기. 너무 피곤해.. 남편은 갑자기 팔공산 등반을 했다던데.. 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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