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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숭이 Aug 06. 2021

20210728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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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8일 수요일,

새벽 2시와 6시에 맘마를 먹인다.

6시 맘마는 엄마가 내 곁에 오셔서 대신 주신 것 같은데, 이것 또한 비몽사몽. 오늘 아빠 생신이라 미역을 불렸는데 꿈에서 불렸지 뭐.. 엄마가 싹 다 준비하시고 아침 일찍 생신파티는 나랑 나무 빼고 셋이서 조용히 식사를 하셨다고 했다. 너무 조용해서 점심 때 하는 줄 알았지 난.. 이서방은 출근길에 전화도 드렸는데 철부지 딸이랑 귀염둥이 나무는 정신없이 자고 있었지 뭐. 그저 평범한 날처럼 각자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엄마는 백신접종으로 오늘까지 휴식을, 아빠는 등산을, 오빠도 휴식을, 나랑 아기는 늦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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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에 일어나 나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나무.

이 귀여운 껌딱지는 시도 때도 없이 내게 달라붙는다. 아니 몸을 날린다고 해야 하나, 힘껏 안기는 정도를 애정이라 생각하겠어. 거실로 데리고 나와서 소고기애호박청경채죽을 먹인다. 표고버섯죽에 비하면 너무 잘 먹네. 금방 한 그릇 뚝딱 비우고는 분유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목표는 물 자주 먹이고 변비탈출 시키기! 아니나 다를까 나무는 힘을 주지만 시원하게 누지 못 하고 있었다. 아유 짠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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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생신상차림으로 든든하게 먹었다.

늦었지만, 그제야 생신 축하드린다는 인사도 건넨다. 아빠 생신축하드려요! 나무는 오늘도 보행기를 탄 채 할아버지 다리를 쓰다듬으며 옆을 맴돌았다. 이러고 있으면 떡고물이라도 떨어지는 걸 알고 있니. 고구마 한 숟가락 얻어먹고 맴맴맴. 이제는 졸리다고 맴맴맴. 자리를 잡고 10분 쯤 잤을까. 할아버지 전화벨 소리에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다시 노는 시간 시-작. 얼마 후 또 맘마시간이 돌아왔다네. 이번엔 닭고기고구마청경채죽. 달달한 맛에 냠냠쩝쩝 입을 요리조리 움직인다. 얼마나 맛있으면 두 다리가 흔들흔들 신이 났네. 근데 왜 울었더라. 아 졸려서 울었지? 동그란 모양도 귀여운 눈물 한 방울, 우리 아기 덕분에 실컷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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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려 가만히 있으면 똥파티였다.

변비로 시원한 양을 못 내보내는 상태. 된똥을 누고 다시 분유를 먹는다. 더부룩한 속때문에 불편할 텐데도 이유식 150ml과 분유 100ml을 다 비웠다. 잘 먹어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데, 얼른 무른 똥이 나와주기를. 아파트 산책을 하려는데 또 엎드려 가만히 있는다. 오메메. 약간 충격스러운 기다란 된똥을 눴네. 오랜만의 광합성, 매미들의 합창소리, 동네 형아 누나들 소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웃음소리, 시원한 바람솔솔, 귀여운 배롱나무, 향기짙은 치자꽃이 가득한 우리의 산책. 이런 잔잔한 행복이 매일 매일 쌓이면 나는 그저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 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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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을 쏟아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청경채 덕분인지, 자주 먹인 물 덕분인지 또 벌인 똥파티에서 똥은 많이 묽어졌다. 순식간에 1일 4똥이었고, 내 일기는 똥으로 시작해서 똥으로 끝나겠구만.. 씻기고 기저귀 갈기만 적어도 4번.. 저녁을 먹고 놀아주다가 졸려하는 나무를 발견했다. 하려던 것들을 멈추고 욕조에 물을 받는다. 무난하게 몸을 씻기고 헤어캡을 씌워서 머리를 감기려하면 싫다고 난리난리. 이제 좀 컸다고 헤어캡이 너무 싫대. 할머니의 도움으로 후다닥 씻기고, 할머니가 안자마자 아기는 바로 잠들었다. 그때가 8시 반. 이 시간에 잔 게 언제였더라? 이제 나는 젖병씻어서 열탕소독하고 운동하고 씻고 일기만 쓰면 된다! 윗몸 130개랑 자전거 30분 타기를 끝내고 씻어서 너무 개운해. 흐흐 아가야 이제 엄마랑 자자. tv도 보고싶고 폰 가지고 놀고 싶지만 안녕.. 엄마는 나무 옆에 있을 테니 예쁜 꿈 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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