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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숭이 Aug 06. 2021

20210729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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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9일 목요일,

새벽 4시 나무가 우애애앵하고 울면 할아버지는 버선발로 뛰어나오셨다. 더 크게 울기 전에 안아서 달래시는 동안에 분유를 타 온다. 얼른 입에 젖병을 물리고 땀에 흠뻑 젖은 몸을 닦아줬다. 부채질도 솔솔. 먹을 만큼 먹고 갑자기 눈이 똥그래지면서 몸을 일으키는 나무. 이 정도 잤으면 깰 만도 하겠지. 하지만 지금부터 하루를 시작할 순 없다. 다시 재워보는 걸로. 할아버지는 나무를 안고 사이좋게 거실 창 밖을 구경하면서 토닥토닥해주셨다. 그로부터 10분 후 세상 모르고 쿨쿨 잠든 아기를 안고, 모기장 텐트고 돌아오셨다. 아침까지 푹 자자. 엄마도 더 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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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나네..

8시 반에 맘마를 먹고 침대를 이리저리 굴러다닌다. 혼자 놀면 참 좋겠지만 오늘도 엄마는 놀이터가 되었더랬지. 손에 쥐고 머리카락만 안 뽑으면 양반이지.. 애꿎은 내 머리카락만 하나 둘 뽑혀서 이불이 난리였다. 그걸 알 리가 없는 우리 나무는 그저 좋다고 배시시. 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 히히히. 그 뒤로 30분을 놀다가 눈을 비빈다. 옳거니!하고 재우는데 열과 성을 보이는 나였다. 그래 그래 하루가 아직 기니까 우리 조금만 더 자고 일어나기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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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반, 거실로 출동.

1차 똥파티를 정리하고 빨대컵에 물을 담았다. 그저 장난감일 컵을 만지작 만지작 탐색을 하기 바쁘다. 입에 물려주면 젖병이랑은 또 다른 느낌인지 인상을 찌푸리는 나무. 빨아들이는 방법을 모르니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고 있네. 얼마나 씹었으면 빨대 주변과 빨대엔 침이 흥건하게 묻어있다. 이렇게 치발기 하나가 더 생긴 건가요.. 가지고 놀다 보면 적응하겠지! 잘 갖고 놀아랑. 엄마는 밤새 모은 젖병을 씻고 열탕소독 좀 하고 올게. 어김없이 현관문 소리에 귀를 쫑긋하면서 마트에 다녀오신 할머니, 산에 다녀오신 할아버지한테 뽈뽈뽈 기어가서 마중을 나갔다. 신나게 웃고 반기는 걸 보면 나무는 우리 세 사람은 제법 익숙한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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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시간은 늘 두근두근거리네.

오늘은 어떤 허기 상태와 타이밍으로 아기가 먹어줄지 궁금하구만. 꼭 한 번씩은 눈물을 흘려서 눈물 한 두방을 꼭 얼굴에 붙이고 먹는 나무. 다행히 끝까지 야무지게 먹고 분유까지 잘 먹었다. 소고기애호박청경채죽 150ml, 분유 60ml 냠냠냠. 바로 이어지는 2차 똥파티. 촉촉한 똥을 위해 노력하리라. 할아버지는 터미널에 가신 사이에 나랑 나무는 낮잠 30분을 자고 일어났다. 그러고는 다시 활발하게 돌아다니고 열심히 만지고 부딪히고 넘어지면서 세상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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찡찡거리는 나무를 달래려고 먹인 치즈 반 개.

내가 먹어도 짭짤한 맛이 있는 거 보면 아기한테 이 맛은 우리가 먹는 msg같겠지.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는 모습이 너무너무 사랑스럽다. 이 6개와 잇몸이 열심히 움직이는 나무의 입 속. 하지만 왜 더 울어버릴까. 치즈만으로는 안 채워지는 허기였는지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간식이 식전 치즈로 바뀌고 바로 분유를 먹는다. 잘 먹는 너를 칭찬해. 후다닥 씻기고 엄마랑 나는 간식? 저녁밥 대용?으로 피자를 시켰다. 뜨끈뜨끈 도미노피자를 먹고 있는데 의자 뒤에서 흘끗 처다보고 있는 나무를 발견했다. 먹고싶니 하하하. 언제부터인가 목을 쭈욱 빼서 볼 줄도 알고 기특하고 웃기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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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손님이 놀러왔다.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동생은 나무에게 줄 선물이 있다고 잠시 들른다고 했다. 온 김에 나무도 보고 마음껏 안아보라며 내 맘대로 집 초대를 했더랬지. 우리도 4-5년 만에 보는 거라 되게 신난 나를 봤으려나. 멍멍이 인형이랑 복숭아 한 상자를 들고 있는 그녀는 한 여름밤의 산타인가요. 나무는 처음 보는 이모야를 향해 웃어주면서도 몸은 할머니에게 딱 붙어있었다. 얼마 후 같이 놀면서 낯섦기능 봉인해제. 이모는 아기를 아주 잘 보시는 돌보미 선생님이기도 했다. 맘마시간이라 이유식을 데워서 먹이는데 잘 먹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네.. 아유 제발 삼키고 울어 줄래.. 어르고 댈래서 이유식 140ml과 분유 100ml을 다 먹은 대식가 나무. 울었다 웃었다 놀다가 자다가. 이모야 품에서 새근새근 잠이 들었지만 또 깼지 뭐. 짧지만 반가웠던 만남은 선선해지면 또 보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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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야가 있을 때 시선을 사로잡았던 방울토마토.

그 토마토에 꽂혀서 한참을 잡으러 다닌다. 그냥 만지고 놀면 다행인데 현실은 깨물고 터뜨리네.. 이제는 똥파티인가요. 3차 똥파티를 치우고 30분 뒤에 4차 똥파티를 벌였다. 오늘도 기저귀 갈고 씻기고 치우는데 에너지를 쏟아서 피곤하고, 우리 아기는 엉덩이 너무 아프겠다 힝힝. 그나마 점점 똥이 묽어져서 안심을 할 수 있었다. 너무 졸려서 윗몸일으키기 100개만 하고 11시 쯤 침대에 재워서 눕혔는데 왜 다시 깼니.. 왜 밤에 웃음이 터졌니. 왜 안 자고 놀고 있니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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