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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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2일 목요일,
[하루 늦게 쓰는 일기]
보통날의 연속.
나무를 화장실 문 앞에 앉혀놓고 급하게 쥐어준 립스틱을 잘 가지고 논다. 거실로 데리고 왔을 땐 다른 장난감을 줄 걸.. ‘잠깐동안은 괜찮겠지’하고 방에 들어갔는데 뚜껑을 연 소리가 들린다. 아, 안 돼…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고 이미 늦었다는 걸. 손가락 발가락 옷이랑 다리에 온통 립스틱을 슥슥슥. 그나마 여기저기 그림을 그리진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얼른 닦아주고 옷을 갈아입힌다. 뻘겋게 물든 손톱 발톱 사이는 어쩌지.. 아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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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덕분에 맘마시간이 평화롭다.
의자에 앉아서 잘 받아먹는 우리 아기새. 하이체어 사면 거기서도 맛있게 먹자 나무야. 두 번의 맘마시간동안 닭고기단호박시금치죽과 닭고기양송이단호박죽을 각 150ml씩 깨끗이도 비웠다. 이젠 젖병을 잡고 먹어서 그 때 기저귀를 갈 거나 잠깐동안 손을 쉴 수 있다. 흐흐. 나무가 잘 때 책을 읽는 시간은 너무 소중해. 책에서 여름냄새가 풍겨오는 것 같아. 그리고 나무는 낮잠 3시간, 나는 2시간을 잤다고 한다. 우리 오늘 밤에 일찍 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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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남편의 퇴근시간이 되었다.
아빠를 보며 배시시 웃는 아기가 참 사랑스럽다. 아기를 보는 아빠의 미소도 예뻐서 이 두 사람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네. 며칠동안 그가 노래를 불렀던 된장찌개를 드디어 먹는다. 고기가 들어가 차돌박이맛이 나는 찌개와 나물이랑 후라이,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은 비빔밥까지. 그는 생고추를 먹고 나는 꽈리고추찜을 먹는 한 끼식사는 더할나위 없이 든든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4화를 보고 눈물 펑펑펑. 아참, 이럴 때가 아니지. 오늘은 이유식을 만들어야 해. 야채큐브가 있어서 너무 편하다. 소고기죽 1개, 닭고기죽 2개를 만드는 동안 나무랑 남편은 놀고 씻고 안아주고 바쁘게 보내고 있었다. 그나저나 나무는 언제 자고 우리는 언제 자고, 나는 왜 이리 머리가 아프냐.. 냉방병이 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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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일된 나무,
통잠은 없지만 낮밤을 구분해서 자는 것만으로도 대견하다. 중기이유식으로 죽은 하루에 두 번 300ml, 분유는 약 700ml씩 1,000ml을 꽉꽉 채우고 있는 요즘. 진작에 엄마, 아빠의 존재를 알았지만, 제대로 엄마껌딱지가 되었다. 잘 놀다가도 내가 어디론가 움직이면 고개가 따라가고 두리번두리번 찾는달까. 장소도 예외가 없다. 이젠 화장실까지 영역을 확장시킨 귀여운 감시자. 엄마의 프라이빗한 화장실 세계까지도 노출할 수밖에 없는 시기. 그럼에도 울다가 안아주면 뚝 그치는 마법같은 엄마효과. 네 발로 기어다닐랑 말랑, 급할 땐 배밀이가 최고. 물건에 대한 애착이 생겼는지 가지고 있던 걸 뺏으면 바로 울어버린다. 뺏기지 않으려고 힘을 주고, 몸을 돌려서 막기도 한다. 높은데서 아래를 내다보는 걸 좋아하고, 높은 걸 알면서도 내려가려고 하는데 어찌나 힘이 센지, 기저귀 가는 거랑 목욕시키는 건 점점 힘들어져 간다. 그래도 귀여운 내사랑. 너무 너무 내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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