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숭이 Aug 19. 2021

20210817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_

_

8월 17일 화요일,

아기도, 우리도 정신없이 잠들었다.

요즘엔 자다 일어나서 새벽에 일기를 쓸 체력이 부족하다. 핑계삼아 다음 날에 적을 때도 있지만 전보다는 못 적는 날이 많아졌다. 아기가 잘 때 같이 자야 내일의 내가 있다는 걸 알아버렸기에 자는 게 너와 나를 위한 거겠지. 언제부터인가 나무는 옆으로 돌아누워서 자는 걸 좋아했다. 웃기게도 돌아 누워서 오른쪽 다리를 기린 베개 위에 척!하고 올린다. 그게 편하가 보다. 이럴 때 어른들이랑 똑같아. 흐흐. 이거랑 짚고 일어나는 거랑 어디든 위로 올라가려고 하는 건 의지일까 본능일까. 우리 오늘 또 즐겁게 보내자!

.

오늘도 남편 출근을 보질 못 했다.

새벽 4시에 맘마를 먹이고, 10시에 먹였다. 날이 흐려서 그대로 자는가 싶었던 나무는 바로 깼다. ‘엇, 뭔가 축축한데?’하고 주변을 살펴보다가 나무 옷이 젖어있는 걸 발견했다. 그렇다. 오줌이 기저귀 밖으로 샌 것이었다. ‘어, 그럼 이불도..?’ 생각하던 순간 이불, 매트가 젖어있었다. 매트 밑에 얇은 천과 침대커버까지 모조리 다 빨아야겠구만. 무엇보다 나무를 먼저 씻겨야겠다. 아기가 일어나는 순간 할 일이 많아졌다. 세탁기는 쉴 새없이 돌아가고 바쁘다 바빠. 이젠 본격적으로 놀아야지.

.

계속 놀았다.

갑자기 졸려하길래 30분을 안고 있다가 이제 막 눕혔는데.. 깨어버린다. 그렇게 다시 놀기 시-작. 그때가 두 시였고, 또 맘마시간이 다가왔다. 분유 100ml을 먼저 먹고, 넉넉하게 담은 소고기표고버섯양파미역죽을 남기지 않고 계속 먹었다. 나무는먹기 싫으면 확실하게 의사를 표현하니까 계속 숟가락을 입 앞으로 갖다대니까 계속 받아 먹는다. 죽을 200ml이나 먹었다고? 분유까지 합하면 300ml??? 다음 텀에는 양 조절을 할게 엄마가. 먹다가 코가 빨개지도록 힘을 주던데, 변비가 왔는지 구슬같은 똥을 눴다. 어쨌든 닦아주고 치워주고 나는 오후 3시가 넘어서야 된장찌개랑 밑반찬이랑 밥을 챙겨먹는다. 맛만 있더라.

.

또 신나게 노는 시간.

엄밀히 따지면 잡으러 다니고, ‘하면 안 된다’고 말 하는 엄마였지만, 틈틈이 안아주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주었다. 치즈 한 장이면 충분한 치즈볼 만들기. 레시피라고 할 것도 없이 작게 떼서 종이호일에 올리고 전자레인지 1분만 돌리면 된단다. 블로그 덕분에 이렇게 간단한 아기 간식을 하나 알아갑니다. 만세 만세. 다행히 나무는 맛있게 씹고 뜯는다. 더 달라고 잉잉잉. 손에 쥐어주니까 가루를 만들 셈인가.. 그냥 입에 넣어줘야지. 그리고 낮잠 30분. 나도 너도 평화로운 시간이야.

.

남편이 왔다.

집 앞에 있는 택배를 뜯고 거실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온다. 먼저 깨어있던 나무가 아빠랑 눈이 마주쳤다. 이때부터 아빠의 눈치게임이 시작되는데.. 자칫 잘 못하면 씻으러 가는 아빠를 보고 울기 때문에 다른 곳에 집중하고 있을 때 사라져야만 한다. 깨끗이 씻고 온 남편은 나무를 안아주었다. 오늘의 쉐프는 파스타를 만들어 준다고 했다. 버섯, 양파, 마늘이 들어간 아라비아따파스타. 먹으면서 보는 ‘환승연애’. 벌써 6화를 보다니. 점점 몰입하는 우리는 궁시렁궁시렁 대마왕으로 변신했다. 한참을 놀고, 졸리점퍼로 열심히 뛰었는데도 아직까지 잘 생각이 없는 나무. 12시에는 자러갈까 우리? 이제 엄마가 안아줄게!

_

작가의 이전글 20210816 이숭이의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