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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숭이 Aug 20. 2021

20210819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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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9일 목요일,

[하루 늦게 쓰는 일기]

12시 반에 자러간 나무.

그리고 아침 6시에 일어나 씻고 챙기는 남편.

보통이면 자고 있을 시간인데 웬일로 일어난 나. 그새 보고싶었다고 찡찡찡 오도방정을 떠는 나를 보며 껄껄껄 웃는다. 텀블러에 얼음이랑 더치커피를 타서 집을 나섰다. 오늘 화성과 아산 출장으로 장거리를 운전하는 그에게 필요한 건 기운찬 배웅! 조심히 잘 다녀오십쇼! 좀 이따 만납시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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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정리를 해놓고 아침에 일기를 적는다.

어찌 보면 제일 잘 자고 있을 이 시간과 새벽이 내겐 자유시간이리라. 이 고요함이 오래오래갔으면. 흐흐흐. 그러고는 9시에 나무 옆에 누웠다. 너도 나도 서로를 한 번씩 보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아기가 밤에 늦게 자는 만큼 오전은 자다가 시간이 다 흘러버린다. 11시에 고구마같은 단단한 똥을 누고 바로 맘마를 먹는다. 며칠 물 먹이는 걸 깜빡했더니 된똥을 누는 나무가 안쓰러워졌다. 엄마가 안 까먹고 물을 자주 먹일게. 웬일로 분유를 남기더니 90ml과 소고기단호박적채죽 150ml을 먹었다. 곧바로 똥파티 벌인 건 비밀.. 이번에는 어마무시한 양을 눴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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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도 우리는 거실을 장악했다.

이제는 제법 속도가 빨라서 잡으러 다니기 바쁜 나. 점점 새로운 물건들이 눈에 보이는지 잡아당기고 던지고 휘젓기 바쁜 나무. 주방 쪽 구석에 있는 미역을 꺼내질 않나, 거실 구석에 있는 의자랑 돌돌이를 만지질 않나, 화장실로 들어오질 않나, 책상이랑 의자 밑에 들어가 전선을 당기질 않나.. 어찌나 위험한 것들이 많은지 저지레하면 치우고 울면 안아주고, 놀아주다 잡으러 가고.. 궁금한 게 많아서 만지는 건데 다 안 된다고 말하는 엄마여서 미안해. 그럼에도 엄마를 찾아주고 좋아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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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이유식을 먹다가 눈물을 쏟았지 뭐.

이유를 생각해보면 의자에 벨트를 하고 있으니까 답답하고 불편해서인 것 같기도 하고, 늘 그랬듯 이유식은 분유만큼 빠는 욕구가 충족이 안 돼서 그런 것 같고, 그 외에는 모르겠네. 오락가락한 아기마음이겠지. 눈물을 스윽 닦아주면서 입에 치즈를 쏘옥 넣어준다. 맛있다고 다리를 흔들고, 갑자기 울면서도 다 먹어주니 참말로 고맙다. 이제 또 놀아보자! 북카트 손잡이를 잡고 걸음마를 하듯 발걸음을 뗀다. 아직은 무섭고 비틀비틀하지만, 이젠 무언가를 잡고 일어서는 게 재미있는지 왔다갔다만 5번을 했달까. 내 생각이지만, 내가 ‘하나 둘 셋’하면 다리에 힘을 주는 걸 아는 것 같다. 아유 기특해라. 매일 새로운 개인기를 보여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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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출장에 지친 남편은 집에 와서도 할 일이 많다.

일단 씻어야하고 저녁도 먹어야 하고, 아기도 봐야 하고 빨래도 널어야 하고. 아기 목욕을 시키고, 나도 개운하게 씻고오는 동안 마파두부를 만든다고 했다. 소스를 넣고 끓이고 있을 때 발견한 밥솥. 아, 밥을 안 했네? 1인분밖에 없어서 한 그릇만 담고, 왕뚜껑을 하나 꺼냈다. 둘 다 먹고 싶었던 소원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네. ‘환승연애’ 7화를 보면서 또 아련, 분노, 아쉬움, 재미를 느끼고 본격적으로 아기랑 놀다가 재우기로 했다. 분명히 11시 반에 맘마먹을 땐 졸렸는데, 왜 깼을까?.. 그럼 언제 잘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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