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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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0일 금요일,
[하루 늦게 쓰는 일기]
오늘은 병원가는 날.
7월 초에 오라고 했는데 친정행으로 미뤄지고, 대구에 와서도 까먹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난 예방접종. 비가 오기 전에 얼른 다녀오자며 서두르는 우리였다. 맘마를 먹고 준비를 하는데 나무는 똥파티를 벌였다. 옳지 옳지. 시원하게 닦아주고 옷을 갈아입히고 유모차에 태운다. 우산은 필수.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감싸고 비 한 두방울을 맞으며 병원으로 향했다. 나무는 키 73cm, 몸무게 9.9kg였다. 우와 많이 컸다 우리 아기. 삑삑이 장난감이 요란스럽게 울고 장난감 모빌이 격하게 돌아가니까 불안했니. 주사바늘이 들어가기도 전에 울음을 터뜨린다. 금방 그치긴 했지만, 짠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네. 3차 폐렴구균 접종 완료. 부디 접종열없이 지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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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문을 나오니 비가 한바탕 퍼부었는지 땅이 젖어 있었다. 10분 남짓을 걸어가는 길이 어찌나 시원한지, 비를 피해 움직이는 것 이 또한 ‘운명적인 타이밍’이라며 좋아하던 내가 떠오른다. 유난히 큰 화물차들이 지나가면서 빠방이 구경을 실컷했던 시간. 집앞 마트에 들러 바나나킥이랑 커피, 젤리를 사 들고 돌아왔다. 우리 둘이 거울 앞에서 사진을 찍고 나도 씻고, 나무도 씻고 뽀송뽀송해졌네. 집이 제일 좋아. 너무 좋아. 어느덧 맘마시간이라 분유를 먹이고, 식혀둔 이유식을 두 세 숟가락 정도 먹였을까. 기침을 하면서 퉤!하고 쏟아내고 엉엉엉 울어버린다. 아무래도 졸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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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아기띠를 하고 5분도 채 안 돼서 잠들었다.
일찍 일어나기도 했고 주사까지 맞았으니 피곤했겠지. 토닥토닥 톡톡톡. 그렇게 나무는 낮잠을 1시간 반을 자고 일어났다. 나는 고구마랑 커피를 마시면서 체력을 충전했지롱. 아기는 잘 잤나 봐. 행복한 기운을 한껏 머금은 듯 방글방글 잘 웃는다. 아이 예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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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손님이 놀러 왔다.
복숭아가 든 봉지를 내미는 그녀. 오호라,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잘 됐다. 그릭요거트도 사 놨으니까 나중에 디저트로 그릭모모를 먹어봐야지. 쉐프님 도와주세요. 복숭아 씨앗을 빼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가 칼로 도려내고 씨앗을 쏙 빼냈다. 요거트를 채워서 잠시 냉동보관을 하면 완성! 짓궂은 우리는 그녀를 속이려고 칼에 베인 척을 했더랬지. 비빔장이 출동하고, 혼신의 연기를 다 했었네. 흐흐. 금요일 치팅데이엔 중국집과 로제떡복이세트가 기다리고 있다! 다들 허겁지겁 아주 열심히도 먹었구먼. 자, 이제 그릭모모를 먹어보자! 꿀을 뿌리지 않고 살찍 찍어서 먹었는데.. 어… 그냥 복숭아를 요거트랑 같이 먹는 맛이네? 꿀맛도 별로. 요거트의 신맛 때문인가. 왜 이게 유행하는 걸까. 요거트를 다른 걸로 바꾸면 괜찮을까.. 뭐가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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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이 나오는 영화를 얘기하는데 아무도 제목을 모른다.
나는 자꾸만 이영애를 외치고, 친절한 금자씨를 말하지만 자꾸만 아니란다. 만두, 유지태, 유연석도 나오는데 내 머릿속엔 이영애와 개까지 나온다. 올드보이 올드보이라고.. 광해와 관상에서 이정재도 헷갈리고.. 영화계 기억을 뒤흔드는 이숭이의 엉망진창 기억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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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이모야랑 잘 놀았다.
이제는 혼자 꼿꼿하게 앉을 줄도 알고 장난을 치면 활짝 웃었다. 뭔가 하고싶은 말이 많은 것처럼 뭐라뭐라 소리를 낸다. 접종때문인지 몸은 약간 뜨끈하고, 평소보다는 덜 움직이는 것 같다. 안겨 있으려고 하는 나무는 오늘 12시에는 자러 가려나.. 왜 이렇게 말똥말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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