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도착하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by 오즈의 LJ

비행기 경유는 처음이라.


나는 캔자스, 로렌스에 위치한 캔자스 대학교에 입학을 했다. 코로나의 영향인지 아니면 원래 없었던 건지 인천-캔자스 행 티켓은 없었고, 나는 애틀랜타 공항을 경유해야 했다. 인천에서 애틀랜타까지의 일정은 너무나도 길었지만, 먹고 자고, 스튜어디스 분들의 사육 아래에서 정신을 차리니 나는 미국에 도착해 있었다. 6개월 전에는 필리핀에 있었는 데,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미국에 도착해있었다.


필리핀에서 공부할 때 근처 동남아 지역 여행을 많이 다녀보았지만, 2박 3일의 짧은 일정으로 기내용 캐리어 하나 끌고 경유지 하나 없이 여행을 다녔었기에, 애틀랜타 공항에서 캔자스 공항까지의 경유는 걱정이 산더미 같았다. 특히나, 수하물을 찾아서 수하물을 다시 맡겨야 한다는 말에 더 자세한 설명을 듣기를 원했지만, 그냥 가서 물어보라는 정말 불친절한 설명밖에 듣지 못했다.

그렇게 미국에 도착해서 이민국을 통과해 나오기까지 나의 걱정은 '도대체 수화물은 어디서 찾는 거지?' 한 가지였다. 공항에서 코로나 걸리는 사람이 많다는 그 말에 나는 중간 경유시간이 2시간인 최대한 짧은 텀을 가진 비행기 2대를 예매했고, 애틀랜타에 도착했을 때 비행기는 30분이나 연착해 도착했었기에 나는 초조해졌다. 다행히도, 경유할 때 소요되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고, 짐을 찾고 짐을 다시 부치는 과정도 어렵지 않았다. 짐을 찾는 데에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렸지만, 붙이는 건 엄청 빨랐다. 짐을 찾고 출구로 나와서 코너만 돌면 다시 붙이는 곳이 있었고, 못 보고 스쳐 지나가던 나를 직원분이 붙잡아줘서 헤매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애틀랜타 공항은 엄청 큰 공항이었고, 게이트도 많았으며, 나는 내 게이트를 찾아가는 방법을 모른다는 점에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핸드폰을 하고 있는 연세가 있어 보이는 가드분을 발견했고, 게이트를 찾을 수 있었다. 예상 비행기 이륙시간이 20분 남은 시간, 보딩이 시작됐을 것 같은 시간에 나는 초조하게 걸음을 옮겼다. 애틀랜타에서 캔자스 가는 게이트는 구석에 처박혀서 공항 지하철을 타고도 한참이나 가야 했다. 원래도 걸음걸이가 느린 편인 내 손에 들린 캐리어가 날아다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려고 할 즈음에, 게이트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내가 게이트에 도착 후 10분 뒤에 탑승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나는, 캔자스에 도착했다.


애초에 기대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처음 학교에 도착하는 외국 학생을 위해 학교에서는 친절히 도 렌트업체를 불러주었고, 나는 차를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원래 개학은 1월 18일이었기에 13일까지 미국에 도착해야 한다고 했지만, 내가 도착하기 하루 전, 코로나로 인해 개학이 2월 1일로 미뤄졌다. 그래서 원래 배정받은 기숙사에 출입을 할 수 없었고, 학교 측에서 준비해준 임시 숙소에서 2주 동안 머무르게 됐다.


한국에서 처음 안내를 받았을 때 2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고 들었었다. 자가격리 동안 음식도 가져다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었다. 하지만, 도착한 미국에서는 음식 배달 서비스는 커녕 자가격리조차 없었다. 커다란 학교 캠퍼스 지도 하나를 쥐어주고는 방학기간에만 일하는 음식점과 Uber Eats를 이용해서 음식 배달시키는 방법, 그리고 숙소 근처 마트를 알려주었다. 숙소 근처 가까운 마트인 Dillons는 15분 거리라고 했지만, 걸어서 가니 40분이 걸렸다. 특히나, 미국에서 유심을 사서 핸드폰을 개통할 생각을 하고 있던 나에게 내비게이션 하나 없이 눈이 소복이 싸인 거리를 두 발로 걸어서 길을 잃지 않고 마트에 가는 큰 모험이었지만, 그렇다고 2주 동안 굶어 죽을 수는 없었다.


유심이 없으니 폰번호가 없고, 번호가 없으니 딜리버리를 시킬 수가 없었다. 공항에 도착하면 유심부터 사려고 했던 스스로가 한심스러웠다. 그렇게 40분 동안 바람과 싸워가며 도착한 마트는 내 예상보다 더 컸고, 나는 그렇게 도착한 마트에서 유심을 사는 것에 실패했다.


분명히 인포데스크 안내원이 마트에서 유심을 살 수 있다고 했는 데, 마트에서 유심은 안 판다고 했다. 유심을 사려면 통신사에 직접 가야지만 구매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아니면 핸드폰까지 포함되어있는 마트용 선불폰을 사야 한다나. 그렇게 나는 다시 40분을 걸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나의 이야기를 들은 미국에 사는 지인이 자신 번호를 쓰라며 빌려주었고, 그 번호로 나는 Instacart 계정을 만들어서 당장 2주 동안 먹을 음식과 필요한 생필품을 구매했다.


브리타 정수기

내가 가장 먼저 주문한 물품은 Brita 정수기였다. 건물을 돌아다니면서 정수기를 찾아다녔지만, 나는 정수기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인포데스크에 물어보니 수돗물을 마시라고 했다. 하지만, 도착한 첫날 샤워를 하러 들어간 화장실에서 내가 본 건 녹물이었다. 시간이 지나니 갈색 빛을 내던 물이 하야게 변하는 걸 보았다. 갈색 물이 아닌 것에 감사하며 나는 그 하얀 물로 샤워를 했더랬다.


하지만, 그 뿌연 하얀 빛깔의 액체를 나는 마실 수가 없었다. 나는 미국에서 무엇을 기대한 것일까. 이곳은 미국이 아니고 나는 오지에 떨어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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