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묘지에서
메트로밴쿠버의 도시들은 시가 아담한 규모의 공동묘지들을 운영한다. 한인타운 근처의 뉴웨스트민스터 시 공동묘지는 전망이 좋은곳이다. 운전하다 지나가게 되면 잠시 멈추어 그 전망을 보게 된다.
어느날 아침, 비석위에 서서 나를 환영하는 까마귀를 본다. 저 멀리 다리가 보인다. 도시와 도시를 잇는 브리티시콜롬비아주에서 가장 큰 다리이다.
다리가 되는 삶을 꿈꾸던시절이 생각난다. 한국과 캐나다를 이어주고,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리라 다짐하며 이 땅에 왔는데 ... 지금은 저 다리가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이어주는 다리로 보여짐은 나이가 들어서인가 ! 세상이 나무 혼란스러워 이어줄 다리가 무너져 버려서인가 !
그럼에도 여전히 저 다리는 수많은 차들이 오가며 도시와 도시를 잇는 젖줄이 된다. 까마귀는 한국과는 다르게 여기서는 길조이다. 지금 저 까마귀가 비석에 앉아 나에게 말해준다.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 너의 지팡이를 꺼내 무너진 다리를 다시 지으라고 ...
무너진다리들, 세대를 이어주는 다리가 무너지고, 남여의 사이가 벌어지고, 나라와 나라가 전쟁중인 지금 우리 모두 마법사가 되어 지팡이를 함께 흔들어보자. 다시 세대와 세대가 이어지고, 남여가 붙어지고, 나라와 나라가 공존과 협력을 추구하며 지구를 살리는 마법의 세계가 열리는것을 보며 무덤으로 들어가고 싶다.
그날이 오기까지 여전히 다리가 되는 삶을 꿈꾸며 보다 젊은 세대를 대할 때 온유함의 지팡이로 무장하여 오늘을 살아가기를 다짐하는 다리가 보이는 공동묘지앞에서 비석의 까마귀와 대회를 나누는 이 아침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