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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노크할 때를 아는가 ! (7)

by 김병태


운이 지나가는 걸 붙잡은 사람도 있고, 운이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찾아와 노크할 때 문을 열어서 운을 맞이한다는 사람도 있다. 나는 둘 다 맞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의 운에 대해 생각해보니 불행인줄 알았는데 바뀐 경우가 있다.


나는 아버지를 10대 후반에 간경화로 보냈다. 1979년 당시 박정희대통령이 측근의 손에 살해당하고 찾아온 극심한 불황은 술을 좋아하시던 아버지에게 사업실패와 간경화라는 결과를 나비효과로 가져온다. 그리고 당시에 조언을 듣기 위하여 우연히 만난 의사는 당시 불치병인 간경화라는 소리를 듣더니 조언해준다. “ 너의 아버지는 죽는다. 치료를 해도 / 안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최선을 다해 치료에 임한 가족들에게는 후회가 남지 않는다. 후회를 남기지 마라 “ 그 조언을 받아들인 나는 시골의 할머니에게 찾아가 사정했다. “ 할머니, 아버지의 논을 팔아 치료비에 쓰게 해 줘요 “ 할머니는 산 사람은 살아야한다면서 거절하였고 당시에 나는 결정권이 없었다. 깊은 한으로 남았다.


50대후반에 한국에 계신 엄마가 치매가 진행중이란 소식을 듣는다. 그저 사시다가 돌아가신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때 가 장례치르겠지라는 생각으로 살던 나는 다시 아버지가 그제서야 생각난다. 삶의 매순간마다 후회할 결정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 그것들은 망령이 되어 나를 늘 괴롭혔다. 그래서 아내와 아들들에게 말했다. 3년만 엄마를 6개월이라도 한국에 가서 돌볼께 ! 후회하고 싶지 않다. 아내도 아들들도 고맙게 동의해주었다. 60을 앞에 두고 내린 결정으로 지난 2년동안 삶이 많이 바뀐다. 그리고 3년째에 접어든다.


지금 나는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고,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을 보내고, 무엇보다 아들들이 인생의 꽃이 피어가는 순간을 목도한다. 치매엄마를 돌보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으리라는 생각과 결정은 지금의 나를 운이 좋은 사람으로 서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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