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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마법사 Apr 30. 2023

아이의 숙제를 어떻게 봐줘야 할까요?

발도르프 학교 3학년의 수학연습

한학기의 절반이 지나갔다. 우리반 아이들은 4명. 4명의 부모님들이 모여 반모임을 했다. 여태까지 진행한 수업의 내용을 소개하고, 앞으로 어떤 주제로 수업이 이루어질지 안내를 드렸다. 부모님들은 주의 깊게 들으시다가 질문을 하신다.


“아이의 숙제를 어떻게 지도해주어야 하나요?”하는 한 엄마의 질문이 있었다. 질문을 한 이유는 아이의 아빠가 아이의 숙제를 지도 하는데, 너무 과하게 봐주는건 아닌지 싶은 생각이 든다 하셨다. 아이의 아빠는 아이가 숙제를 학교에 잘 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가정에서 아이에게 보여주는 사랑의 한가지 형태라고 생각한다하였고, 아이의 엄마는 숙제 중에 일기 숙제는 사적인 일상이니 부모라도 보지 않아야 한다는 사랑스러운 논쟁이 벌어졌다. 그리고 수학 숙제의 경우 “아이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할때나, 약간의 수 계산이 틀렸을 때 도와줘야 할까요?” 하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부모님들의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수학연습을 할 때 수수께끼 같은 문제를 줍니다. 

예를 들어 마법학교에 시장이열렸어. 마법의 콩으로 물건을 사는데, 꼭 마법의 콩을 다 써야해. 그리고 아이들에게 콩을 42개씩 나누어 줍니다.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날개 달린 신발은 콩 7개

머리에 쓰기만 하면 척척박사가 되는 모자는 콩 14개

통통 튀어다니다가 내가 휘파람을 불면 나에게 돌아오는 탱탱볼은 콩 3개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마법 지팡이는 콩 21개

자 자신이 가진 콩으로 어떤 물건을 몇 개씩 살지 생각해보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들은 교실에 앉아 있지 않지요. 한 교실의 구체물들을 꺼내들어 너도밤은 신발이라 생각하고, 카프라는 모자라 치고, 도토리는 탱탱볼이라 치자...하며 이리저리 궁리해 봅니다. 끄적끄적 써보는 아이도 있습니다. 갈피를 잡지못해 “뭐지~?”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아이도 있어요.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하고 머리를 쥐어잡기도 하지요. 수 감각과 계산이 빠른 아이가 “아~ 알겠다!” 하면 아이들이 모두 그 아이를 쳐다봅니다. “어떻게 알았어?” 하면 부끄러운 듯 “아직 다 알아내진 못했어” 하고, 아이들은 지혜를 모으기 시작합니다. 공립학교에서 전학 온 아이는 “00이꺼 베끼면 안되지~” 하지만 아이들은 “너도 그럼 00이한테 물어봐서 알아내” 합니다. 협력 학습이 일어납니다. 집단 지성이 일어나지요. 갈피를 못 잡던 아이는 자기를 적당히 숨길 수 있습니다. 못하는 아이가 아니라 그저 늦게 알아낸 아이가 되지요. 그렇게 어깨너머로 배웁니다. 내일도 그렇게 또 어깨너머로 배웁니다. 모레는 00이를 흉내내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갈피를 잡고 자기 스스로의 의지로 문제를 해결해내고자 합니다. 


가끔씩 아이가 스스로 해결해낼 능력이 어디까지 되나 알아보려 수학연습 숙제를 내줍니다. 가정에서 함께 풀어주셔도 좋아요. 그러면 아이는 또 아빠어깨너머로 배울테니까요. 스스로 하는건 내일 숙제를 스스로 하면 됩니다.


저는 이런 공부를 가르쳐도 되는 우리 학교가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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