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가 하고 싶은데로 하고 싶다
아침에 아이가 일어나 볼을 비비적 댄다. 그냥 옆에서 꿈틀대는 정도라면 계속 자는 척하고 꿈쩍 안 했을텐데. 볼을 비비적 대고 뽀뽀를 해대는 통에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일어나자마자 공복을 참자 못하는 아들덕에 눈꼽도 떼지 못하고 국을 데웠다. 화장실로 달려가 쉬를 졸졸 누는 아들에게 “볶음밥 먹을 거니? 주먹밥 먹을 거니?” 했더니 “간장밥”하신다. 간장에 참기름 깨소금 넣어 밥 비벼주고 첫째가 먹을 계란후라이를 하고 냉장고에 계속 방치되었던 쑥과 멥쌀가루를 버무려 쑥버무리를 앉혔다. 식사를 하지 못하고 출근할 남편이 먹을 사과를 깍는다.
호다닥 식탁으로 달려온 아들이 “나 미역국 안 먹어”하고 밉살맞게 말하며 국그릇을 휙 밀어버린다. 덕분에 국그릇의 미역국이 찰랑이며 넘쳐 쏟아졌다. 남편이 아이를 야단한다. “엄마가 해준 음식을 그렇게 하면 어떻하니?!” 아이가 빽 운다. 남편의 야단이 필요이상 심해지지 않을까 신경 쓰이고 냄비는 펄펄 끓고 계란후라이는 뒤집어야할 타이밍이다. 속이 부글부글 끓고 한숨이 퍽퍽 나오고 양미간이 좁아진다. 엄마 표정이 안 좋아지니 아침 입맛은 없는 첫째가 후다닥 밥을 먹는다. 밥통에 밥이 애매하게 남아있다. 기분은 별로 밥을 먹고 싶진 않지만 그냥 내 입에 넣어 해치워 버리면 주방이 깔끔해지고 다음식사 차리기가 쉬워질 것 같아 국에 말아 밥을 먹는다.
남편이 출근을 하고 아이들이 과자를 찾는다. “아침부터 무슨 과자야”하고 퉁명스레 대꾸하니 첫째가 어제 먹던 과자를 찾아낸다. 둘째는 누나 곁에 붙어 과자 하나만, 하나만 하는데 첫째는 줄 생각이 없다. 첫째에게 ‘과자 하나 둘째에게 나눠줄래?’하니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둘째에게 누나것 냅두고 지난날 얼려두었던 요거트와 딸기를 꺼내 먹어라 하니 첫째가 갑자기 울먹이며 둘째에게 과자를 들이밀며 먹으라 한다. 둘째는 이미 더 달달한 간식을 먹을 생각에 신이나 누나가 내미는 과자는 싫단다. 첫째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울음을 터트린다. 왜 우냐고 물으니 “엄마가 날 울렸잖아” 라고 한다. 과자를 먹다가 양보를 안하니 동생에게 다른 간식을 준 것이 억울해진 아이가 갑자기 소리지르며 울며 엄마 탓이라 하는 단순한 아침 상황.
그 순간 아침에 일어나 억지로 밀어넣은 밥 한숟가락 외에 물 한잔 편안히 마시지 못하고 눈꼽도 못뗀 내가 떠오른다. 그런 내가 그냥 사르르 없어졌으면 좋겠다 싶었다.
나도 더 늦잠 자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싶고
나도 내가 먹고 싶을 때 먹고 싶고
화장실 한번 내가 가고 싶은 시간에 편안히 가고 싶다.
나도 내가 하고 싶은데로 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엄마로서의 나를 단단히 붙잡고 아이에게 말한다.
"다 울고 난 다음 천천히 엄마랑 이야기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