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은 정말 여우같다. 점점 한해를 더할수록 구미호로 변신해가는 느낌이다.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있다 걸리면,
아유 참 알았어 알았어~~~ 알았다구~~~~쉿!!!
하며 주섬주섬 어지럽혀놓은 거실의 쓰레기들을 주워들곤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말을 듣진 않는데 그냥 능구렁이처럼 담넘어가듯이 은근슬쩍 위기를 모면하려는 능력이 탁월하다.
어려서부터 피부가 늘 말썽이고 극건성인걸 빼면 딱히 아픈데도 없고,
나 피곤해.....란 말은 10년 생애 해본적이 없는 에너자이져.
뭐 배워보라 하면 운동만 배우고,
더 웃긴건 운동을 입으로 하지 잘하진 않는다는 거다.
화이팅 넘치는데 반해 슛을 한 농구공이 골안으로 잘 들어가지도 않고,
축구를.배운 2년동안 골을 넣어본적이 없다고 태연히 말하는 애,
태권도 품새시험은 친구들한테 자기가 알려주고 자기혼자 떨어지는 그런 애...
2년동안 농구하면서, 농구처음하는 여사친이랑 농구하러가서 지고 오는애,
근데 절대 '의기소침'이란 건 있을수없는
그런 애 말이다. ㅋㅋ
암튼 며칠 전 이녀석이 생애최초로 '인대부상'이란걸 입었다.
한마디로 '인대가 늘어남'이라는 진단을 받은거다.
태권도에서 날다람쥐처럼 뛰어다니다가 발가락이 살짝 꺾였는데
밤에 씻기전까지 얘기도 안하다가'발가락이 좀 아프다' 라고 말했을땐 엄지발가락이 피멍이 들어 살짝 부어있었다.
"왜 엄마한테 말 안했어? "
"아니 그냥 괜찮아질줄 알았지...근데 씻을때 만지니까 좀 아프긴 하네...."
부러진거같진 않고 많이 아프진않다고 하고.
다음날 일이있던 나 대신 아빠랑 정형외과를 다녀와선
전화로 인대가 늘어나서 고정을 좀 하고 있어야한다고 알려줬다.
집에왔을때는 깁스신발을 하곤 세상 편한 자세로 TV를 보고 있었다.
좀 괜찮은지 물어보자,
"어... 의사선생님이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야한대!"
인생 1회차 부상이라 그런지 밤마다 피멍 외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보임에도 꼭 자기전에 테이핑을 해달라고 꼼꼼하게 챙겼다.
조금만 느슨해져도 다시 붙여달라고 하고 발가락이 다시 다칠세라 조심하고 아침이 되면 깁스신발을 신고 TV앞에서 천연덕스러운 백수의 자세로 주말을 보냈다.
"너 하루종일 그러고 있을거야?"
"엄마 나 다쳤잖아! 의사선생님이 꼼짝말고 쉬라고 했으니까 어쩔수없이 쉬어야지! "
톡톡 건드려봐도 별 반응이 없는걸 보면 엄살이 분명한데,
이때다 싶은지 주말 내내 뒹굴뒹굴.
월욜아침 늘어졌던 주말을 보내고 부산스럽게 챙기며 집을 나선다.
"엄마, 오늘은 체육시간이 있거든? 나 깁스하고 가면 쉬라고 그럴거같으니까
티안나게 운동화신고 갈께. 체육시간은 앉아있으면 재미없거든! 나 학교다녀올께! 엄마 사랑해!"
'뭐지....저녀석.... 정말 안아픈거같은데.... 운동화 신는것도 너무 자연스러웠어....'
근데 또 오후가 되니 뒹굴뒹굴.... 태권도는 안가야할것 같다고 한다.
"태권도는 발차기도 해야하고 하니까 쉬어야돼 엄마! 또 다치면 안되잖아. "
2년동안 태권도 안간다는 소린 안했는데, 정말 이때다 싶은 모양이다. ㅎㅎ
뒹굴거리는 모양새가 잔소리퍼붓기 딱 좋은 상태였지만 참기로 했다.
외출하고 돌아와 전화를 걸었다.
"태민아 엄마 주차장이야, 얼른 내려와. 맛난거 먹으러 가자!"
잠깐 휴대폰 메세지를 확인하는 사이 창문으로 스윽 지나가며 씨익 웃는 아들.
언제왔나싶게 번개처럼 차에 오른다.
이젠 안아픈게 맞는거 같다.
다음날 하도 신신당부를 해서 수업끝나고 병원에 갔다. 올라가기 전 “선생님이 나 괜찮다고 하면 바로 농구 방과후 수업 데려다줘!”
긴장된 모습이 역력한채 오랜 기다림 끝에 의사선생님을 만나고, 결정의 시간!
발가락을 꾸욱 눌러보던 선생님은 아이가 안쪽이 조금 아직 아프다는 말에 그래도 혹시 운동하다 덧나서 오래갈수있으니까 이번주만 보호대 하고 좀 쉬어보는 걸로 하자고 말을 끝냈다.
아이는 실망감 가득 아쉬운 표정으로 병원문을 나섰다.
“엄마 어차피 이렇게 된거 우리 보드게임하러 갈까?”
실망도 잠시 이리저리 끌고다니며 부산스럽게 요거 하자 저거 먹자 바쁘게 보내다가 집으로 오는길 주차장에서 또 날다람쥐처럼 리듬타며 뛰어다니길래
“태민아 너 다 나은거 같은데? 뛰는데 안아파?”
“아이쿠야……. “ 하며 갑자기 절뚝거리며 차로 걸어가는 녀석.
운전하면서 오는길,
흥얼거리는 녀석의 노랫소리와 재잘거리는 하루의 이야기를 메아리 삼아
지는 해가 오렌지 빛으로 물들어가는 도시속 풍경을 그림삼아
네가 건강해서 감사함을
네가 밝고 명랑해서 감사함을
네가 차고 넘치는 에너지로 잘자라고 있음에 감사함을 품에안고 돌아온다.
엄살이라도 괜찮아. 그래도 넌 사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