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만에 티비앞에 늘어선 아들을 꼬셔서 신리천으로 산책을 갔다.
인라인 탄다고 하면 자다가도 눈을 번쩍 뜨고 달려나가는 아이. ㅎㅎ
물론 덥고 나른하고 게임이 더 좋은 그런날엔 나가는것 몸이 천근만근 떨어지질 않고 단호하게 거부~하기도 하지만
오늘은 갸우뚱 몇번 하더니 "좋아!" 하고 서둘러 장비를 챙긴다.
숨이 헉헉될정도의 폭염이 지속되더니 오늘은 아파트 현관을 나서자 선선한 바람이 가볍게 입은 옷사이로 파고든다.
추운건가? 싶을정도로 정말 시원한 바람이 불어 당혹스럽기까지 했던 어젯밤.
이젠 제법 운동화처럼 자연스럽게 스케이트를 타고 질주하는 녀석.
아직 다소 서툴긴 하지만 독학으로 혼자 시간날때마다 달리고 달려서 이만큼 한게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절대로 남이 시켜서 하지 않는 고집쟁이 울 아들은 항상 본인이 선택하는 스타일이다.
이제껏 돌이켜보면 뭔가를 권유했을때 관심이 없으면 끝까지 안하는데 언젠가 본인이 관심갖게 되는 날이 오긴 했던것같다.
그 '때'를 기다려주면 절대 하기싫다거나 재미없다거나 하는 말을 하지않았다.
인라인도 이전에 한번 탈려다 친구가 놀리는 경험을 한 뒤론 손을 놓더니, 다시 타고싶다해서 사주니 매일같이 타고 다닌다.
오늘도 그 마음을 노렸다. . ㅎㅎ
학원도 안가고 혼자 넘어지고 뒤뚱뒤뚱 걸음마처럼 독학으로 배워 자세가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바람을 가르며 자연스럽게 내달리는 모습에선 자신감마져 넘친다.
어제와 오늘이 또 다른 것이 어깨에 뽕이 바짝 올라있는게 귀엽기까지 하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나를 뒤로한채 바람을 가르며 슝슝 내달리다 다시금 나에게 다가와 손을 잡는다.
"엄마 나 이제 정말 잘타지! 왜 이렇게 늦게 와아~~~ "
속도가 다른데도 굳이 손을 잡고 천천히 가주는데 아픈거리가 조금은 위로받는것 같다.
그렇게 모처럼 시원한 바람에 감탄하며 걸어가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사람들이 길을 멈추고 하늘을 찍고 있었다.
하늘에 뭐라도 있는건가 싶어 뒤를 돌아보니....
와... 오늘 하늘 이게 뭐예요!!!! 색감 이거 뭐예요!!!!!
나 혼자 하늘 색깔 보면서 감탄하는 사이 옆에있던 아들의 탄성이 들려온다.
"와!!!!! 엄마 !! 하늘 진짜 이쁘다!!!!!! 와...엄마 하늘보니까 나 무슨 생각 드는지 알아?
하늘색이 무슨 자몽에이드 같애!!!"
어쩜 너에게 이 핑크빛 노을의 절정을 품은 하늘이
달콤새콤 자몽에이드처럼 보였을까? ㅎㅎ
나에게 또 다른 비유가 생각나지 않은건
나의 시들해진 감성이 너의 순수함을 대항하기엔 역부족인듯 싶다.
하늘이 너무 예쁘다.
낮에 블루레몬에이드 같은 청명하고 푸른 하늘을 잠시나마 잊을만큼,
낮동안 뜨거웠던 그 해를 바다속으로 꺼뜨리며 세상에 불을 뿜어내는 듯한 하늘을 산책길에 만난건 정말 행운이었다.
그렇게 산책하는 사이 출장간 신랑한테 전화가 걸려온다.
아들녀석이랑 선선한 바람속에 산책중이라는 말에 '선선하다'라는 믿을수 없다는 뉘앙스로 구미의 더위를 알려온다.
모처럼 혼자 숙소에서 여유를 부리며 허허거리는 남편의 목소리에선 웬지모를 자유의 행복감?이 느껴지는건 기분탓인가? ㅋ
한창 어울려다니던 친구들과 요즘 뜸하고 집에 바로 들어와 늘어져있는 녀석에게 궁금했던 질문이 던져졌다
"너 요즘 왜 지우랑 현준이랑 같이 안놀아?"
" 아니 그냥~~~`"
"그냥이 어디있어? 말해봐."
"아니이~~~~ 다들 자전거 타는데 나만놓고 너무 빨리 가버리니까 재미없잖아.... 그래서 ...."
"그럼 자전거를 배워보는건 어때?"
"아냐~ 자전거는 내 스타일 아냐 엄마~ 난 인라인 타는게 진짜 재미있어!"
그렇게 슝슝 거리며 신나게 질주하던 아들은 인라인 스케이트 장에서 전에 만난 한살아래 동생을 만나 인사를 건네고 꽁냥꽁냥 붙어다니더니 또 해보지도 않은 경사오르기를 숱하게 도전한다.
어려서부터 배우고 강습까지 하는 그 동생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지만, 자기와 같은 걸 한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넘어지고 미끄러져도 툭툭 털고 일어나 경사앞에서 느껴질 그 작은 두려움과 부딪혀가며 참으로 많은 용기를 내는 모습들을 난 그날 볼수있었다.
아들을 키우면서 난 느낀다.
인생을 살아가며 마주치는 매 선택의 순간에서
그 결정권을 내가 지닐수 있어야 행복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해 책임질줄 아는 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란걸.
친구들과 같이 어울리기 위해 관심도 없던 자전거를 타지도 못하고 끌고 다닐때보다
혼자라도 바퀴를 굴려가며 신나게 질주하는 아들의 뒷모습이 훨씬 더 행복하다는 걸 안다.
그리고 그 행복한 아들이 나의 산책길에서 나비처럼 내주변을 나폴거리며 함께해주는 오늘이
난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너의 내일도 자몽에이드 같은 핑크빛 행복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