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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탈출하고 싶었던 그날

by 라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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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방탈출 가쟈아!!!!!!!!!"


또 오래간만에 늦잠을 청하고 싶어 이불속에서 미적거리던 나에게 아들 녀석이 거대한 솜뭉치처럼 묵직하게 안겨온다.


"엄마 방탈출 가쟈아!!!!"


나도 생전 못 가본 방탈출을.. 최근 이녀석덕분에 5번을 갔었다.

그런데 난이도도 그리 높지 않은 거 같은데 5번 정도면 요령도 생길 만도 한데

우리는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5번이나 실패한 걸 보면 우린 방탈출 체질이? 아닌듯한데 굳이 또 가야겠냐는 내 말에 아들은 아랑곳 않고


" 아빠!!!!! 오늘 방탈출 가쟈!!!!!!" 라며 방구석구석을 시끄럽게 누비고 다닌다.



집에만 오면 물에 담가진 스펀지처럼 침대와 물아일체 되어 핸드폰만 들여다보곤 아들이 뭐 하자 하면

"아빠 피곤해에~~~~~ "라며 꼼짝 안 하는 아빠는 모처럼의 주말에 무거운 몸을 일으켜본다.


아니 5번 탈출 못했는데 또 가도 돈만 낭비하는 거 같은데..... 꼭 가야겠어? 라며

계속 쓸데없는 걱정들을 늘어놓는 엄마말은

아들귀엔 들리지 않는 듯하다. "돈이 무슨 상관이야! 아빠카드 써 엄마!"



주말 아침 먹고 각자의 공간에서 미적거리며 여유를 부리다가 집을 나섰다.


얼마만인지 수원 가는 길이 제법 새로워서 이런저런 도로의 풍경들을 즐기는 사이 수원역 근처에 도착했는데 주차장 입구서부터 기다림의 늪에 빠져버렸다...

사람 많고 기다리고 비싼데 질색하는 남편은 그새 투덜투덜 지옥이 시작됐다. ㅎㅎㅎ


'그러게 내가 좀 일찍 좀 준비하라니까....'


'아... 참... 그니까 이렇게 차 막히는 데는 주중에 혼자오라고오~~~~ 허허허 참...... 구시렁구시렁'


그 탈출하지 못할 것 같았던 주차장의 늪에서 겨우 빠져나와 지상에 주차하고,

AK플라자 6층에서 점심을 먹고 지하상가를 거쳐 수원 로데오 거리로...


아주 수년 전 초짜 영어강사일을 시작한 곳이라 감회도 새롭고,

30분 남짓 걸리는 이곳을 다시 오는데 10년 이상이 걸리다니...


그 사이에 이 수원역 뒷골목은 많이도 변해있었다. 물론 오래된 상가건물들은 그대로지만 여전히 번화하고, 젊은이들로 넘쳐나고, 다양한 먹거리와 놀거리가 공존하는 곳. 역시 역세권은 다르긴 하다는 걸 새삼 느끼며 아 작은 골목길을 구석구석 누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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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초입인데 벌써부터 아이스크림 하나 클리어 중.



동탄에서만 가보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검색하다 보니

얼마 전 오픈했다는 셜록홈스 수원점까지 찾아 이곳까지 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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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가지 테마로 나뉘어있는데 공포도와 난이도, 블로그 후기 등을 참고로 해서 오늘은


발사까지 59분 59초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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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타임어택으로 1시간 이내 탈출시 분당 350원을 차감 주는데. 그럼 무조건 탈출해야지!


탈출성공하신 부러운 분들의 사진도 보이고.... 사물함에 모든 소지품을 넣어놓고 스토리와 자물쇠, 힌트사용 등등의 안내사항을 들은 후 직원분들 따라서 방으로 입장....



어떻게 5번째인데... 3명이 머리를 모아도 이렇게 안 풀리는지 ㅋㅋㅋ

"엄마 힌트 써!!!"

이건 뭐 들어가자마자 안 풀려...ㅋㅋㅋㅋㅋㅋ

탈출이고 뭐고 힌트 쓰자.....

깃털보다 더 가느다란 방탈출성공의지....ㅋㅋ



발사까지 59분 59초... 힌트의 조합이 꽤나 머리를 쓰는 일인데

알고 보면 그리 난이도가 복잡하지만은 않은.


자물쇠가 많아서 이거 언제 다음 단계로 가나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관문은 단순해서 그 안에서 제법 많은 문제들을 풀어내면 시간은 금방 흘로 간다. 쨋든 실망시키지 않고 이번에도 방탈출 실패! ㅋㅋㅋㅋㅋㅋ


이쯤 되면 방탈출카페에 기부하는 사람들 아닌지. 오늘도 사진도 못 찍고 빈손으로 터벅터벅....

수원로데오 거리는 제법 놀고 즐길만한 곳, 먹을 곳이 많았다. 역시 뒷골목은 숨은 보물 같은 곳.


정말 오래간만에 오니 호기심 자극하는 곳도 많고,

아빠와 아들은 '양궁카페' 간판을 보고 또 호기심에 이끌려 들어간다. ㅎㅎ


30발에 1만 원, 60발에 18000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친절한 사장님께서 활쏘기 기초도 알려주셔서 짤막한 강습도 받을 수 있다.


전 안 해봤지만 울아드님 폼은 제대로 나오 긴하는 것 같은데 손가락이 많이 아프다고... 중도포기


운동 좋아하는 녀석인데 또 이런 집중력을 요하는 스포츠는 거리감이 좀 있나 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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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엄마눈에 뒤태하나는 국가대표 같네...ㅎㅎ



나 쇼핑 좀 한다니까 아빠랑 아들은 짱 게임장으로 고고씽!


MZ스타일 가득하다 보니 살 것도 없고 나 홀로 구경으로만 만족하고 게임장으로 가봤더니

아들은 애기 때 들어가 본 적 있는 버블샤워 중...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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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1층에 뽑기만 있는 줄 알았더니 1,2,3층 모두 게임오락실이었다. 1층엔 뽑기 위주, 2층엔 다양한 오락, 농구, 스피드레이싱, 댄스 등등 그리고 2.5층엔 버블버블 같은 아케이드 게임, 3층엔 코인 노래방까지.


종류가 이것저것 많아서 아이들과 시간 때우기, 1천 원권 강탈당하기 쉬운 유혹의 장소.


오래간만에 아이랑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논 것 같다.

어른이들의 동심마저 자극하는 오락실은 아이들과 함께 추천!



저녁까지 먹을까 했다가 아들제외한 노령? 의 엄빠는 이미 에너지 탈탈 털려서 집으로 가기로 결정....

아쉬움을 뒤로하고 일요일 주말 오후를 알차게 보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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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 앞 소파에 와불상처럼 누워있는 부자와 함께 탈출하고 싶었고,

5번의 실패에도 6번엔 꼭 그 방을 탈출하고 싶었던 날.

에너지가 탈탈 털려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흥얼거리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구석구석 누비는 아이의 뒷모습만으로도

오늘의 시간이 감사함으로 채워진 날.



" 와... 엄마! 오늘 방탈출 진짜 거의 다 했는데 너무 아쉽다 그렇지? 다음엔 레트로게임 다시 도전해 볼까?"


"아니!"



늘 도전하는 너와

못 이기는 척 너와 함께 할 나의 방탈출은

아직 미래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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