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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주는 일상의 행복

by 라비다


“엄마!나 요즘 농구랑 그림이 제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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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그 자도 모르던 녀석이 요즘 밤마다 내 방 작은 책상에 앉아 부지런히 게임캐릭터 색칠에 빠져있다.

농구를 말로 하는 것처럼 그림도 말로 하고 있다. 쫑알쫑알

그만해도 좋은데 멈출줄을 모른다. 그의 바쁜입에선 그림그리고 색칠하고 완성하며 느껴지는 뿌듯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녀석의 쫑알거림을 메아리삼아 바지런히 컴퓨터 속 오랜 사진들을 정리하다보니 꼬물거리던 녀석의 아가시절 사진들이 흐뭇하게 추억여행을 선사하며 엄마의 외면받은 감수성을 자극한다.


“태민아! 엄마가 사진정리한다고 막 사진들을 보는데 우리아들 아가때 모습 보니까 추억이 방울방울~”


울아들이 잠시 빤히 내얼굴을 보더니, 색칠을 계속하면서 무심한듯 툭 내던진다.


“그래서…엄마는 나 아가때가 좋아… 아님 지금이 좋아?”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는 동안, 눈을 가급적 마주치지않으려고 바쁘게 색칠만 하는 손에선 묘한 긴장감마져 느껴진다.


사실대로 말해줄까 하는 나의 시간차 공격에


“그럼…사실대로 말해야지… “ 애써 침착하고 무심해보이고싶어하는 녀석의 마음안에선 어떤 대답을 원하고 있을까싶어 내 심장마져 쿵쾅거리는 느낌이다.

‘사실 네가 아기였을때 엄청 통통하고, 많이 울지도 않고,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웠거든?


근데 지금은 말썽꾸러기에 잘 씻지도 않고, 엄마말도 가끔 안듣잖아? 근데 너랑 말이통하고, 항상 씩씩하고, 밝고,엄마한텐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줘서 지금이 훨씬 더 사랑스럽지!라고 말해줬다.


태민이 넌 엄마한테 온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사랑스럽지 않은적이 없었다는말도 꼭 해주고 싶었다.


무심한듯 색칠을 꼼꼼하게 해가던 아들의 입가가 미세하게 씰룩거린다.

설마했던 마음에 확신이라도 얻은 듯 입꼬리가 슬쩍 하늘을 향해 날개짓을 하더니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엄마, 내가 엄마생일날까지 이거 2장 색칠해서 꼭 줄께. 내가 이거 아무한테 주는거 아니거든.

그리고 엄마 뭐 갖고싶은건 없어?

내가 용돈모아서 엄마 케잌도 사주고 엄마갖고싶은거 또 사줄께 알았지?"


무심코 흘린 질문하나에 아이의 세상이 이렇게 흥분되는 경험을 할까싶어 나에게도 특별한 순간이었다.


그렇다.

물에젖은 스폰지마냥 묵직한 무거움을 안고 살았던 10대의 그시절에 멈춰 있는채로 어른이 되어버린 나에게

아이는 또다른 세상이 되었다.

뱃속에서 손가락으로 V를 만들며 만난 초음파 사진속 아이는, 온갖 고비를 넘기면서도 내 옆을 지켜주었고,

뛰다가 넘어지면 “엄마 미안해~’ 하고 툭툭 털고 다시 세상을 향해 내달리고,

때론 유치하고 부끄러운 엄마의 급격한 감정엘리베이터에도 비집고 들어와 손을 꼭 잡아주며,

아침등교길엔 항상’ 어머님 사랑합니다’ 외치고 나가는 아이.


그렇게 냉기로 가득찬것같았던 나의 세상을 온기로 채워준 아이가 지금 여기 있다. 그런아이를 어찌 과거에도 지금이순간에도 사랑하지않을수 있을까?


언젠가 이 아주 어린아이한테 물은적이있다.


태민이 넌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냐고.


“행복? 이 세상에 태어난거요.

제가 아니고 다른애가 엄마한테 태어났다면,

전 팔다리가 없거나, 생각할수도 없고, 저 나무 잎사귀 하나나 건물로 태어나서

걸을수도 말할수도 생각할수도 없었을거잖아요.

그래서 전 이세상에 있는게 행복이예요!”


가슴시리도록 뭉클함을 안겼던 이 대답은 아직까지도 뇌리속을 떠나질않는다.

어쩌면 시간의 풍랑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 오늘도 함께한다는 그 소소한 일상들의 행복을 잊고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너를 온전히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에 세상을 얻은듯한 행복을 표현한 아이의 그 마음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 모든것이 행복이란걸.

오늘도 나와 따뜻한 눈맞춤을 하는 모든이들이 사랑이란걸,

오늘도 나의 일상에 뜨거운 악수를 건네는 모든 순간이 내일을 살아가는 힘이라는걸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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