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의 즐거움, 랜드마크 원정대

by 라비다

"어머니! 3번째 랜드마크를 정했습니다."


대낮에 상기된 목소리로 전화기 너머에선 아들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번엔 또 뭐지....하는 호기심에 물었죠...


"그래 ....어딘데?"

"명***갈비입니다! "

"하아.....거기서 너희들을 받아줄까?"

"받아줄겁니다! 걱정마십시요!!!!!"


아들은 이제 초등학교 3학년입니다. 생일이 11월이니 만으로 굳이 따지면 9살이 이제 막 넘은 아직은 어린아이로만 보이는 나이입니다.


동네에서 태권도 학원에서 만난 한살많은 형아랑 늘 같이 다니는데 등하교길은 물론 형따라서 이제 눈높이 학원도 등록해서 꽁냥꽁냥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사이가 됬습니다.

몇달전 둘이서 프랜차이즈 돈까스집에서 파스타 먹고오기 미션을 정해놓고 성공하더니 그다음부터 계속해서 다음미션을 고심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래서 한달전엔 두번째 랜드마크라며 신리천 건너편 도보로 15분 남짓 되는 곳에 호떡집을 다녀오겠다며 길을 나서기도 했습니다.


형이 오뎅도 쐈다고 가게에서 오뎅도 사이좋게 나눠먹고 호떡 하나씩 먹고 엄마 먹으라고 하나는 포장해와서 친절하게 렌지에 데워서 주더군요. ㅎㅎ


그렇게 한번 두번 형과 단둘이서 몇가지 도전을 하다보니 이제 제법 용기레벨도 부쩍 상승한것 같습니다.

그런데 갈빗집이라......가족단위로 많이오는데 불판이 있는 곳에 아이들끼리 가면 받아주지 않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죠.



그리고 토요일이 되자 뭔가 긴밀한 대화가 오가는듯 하더니 저에게 선언을 하더군요.

"어머니! 현우형 엄마가 고깃집은 불판을 셀프로 갈아야해서 안된다고 하시네요.."

""그치? 그래 거긴 불이 있어서 너희들끼리 가면 위험하기도 하고 받아주지도 않을거야."

"그래서 현우형 어머님께서 뷔페를 추천해주셨습니다! 하하하 "

"뷔페.........?" (순간, 뷔페는 가능할까? 라는 의구심이 먼저 들기 시작했습니다. )

"네. 호수공원 쪽에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현우형이랑 친구 수인이랑 셋이서 일욜날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그.........그래?"

"엄마가 데려다줄까? 거리가 좀 있는데 너희들끼리 가기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저희들끼리 갈수있습니다. 가는길만 좀 알려주십쇼.."


아이를 세워놓고 컴퓨터를 켜서 지도를 보여줬습니다. 걸어서 큰 대로변 길을 알려주자니 차들이 워낙 쌩쌩 달리는 길이라 접어두고, 아파트 단지 위쪽으로 가는 길을 알려줬습니다.


아이들끼리 뷔페집 도전이라니.... 아들이 독립적이긴 해도 가겟집에서 초등학교 3학년아이들이 부모없이 오는걸 쉽사리 허용해줄까 라는 의구심이 머릿속에서 자꾸만 맴돌았습니다. 한편으론 현우엄마가 불판있는 고깃집 대신 뷔페를 추천했다는 말이 재미있으면서도 위안이 되었습니다.

엄마들이 생각보다 아들들의 독립심에 적극적이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죠.


드뎌 주말이 왔습니다. 아침부터 설레는지 11시넘어서부터 만나기로 했다고 종알종알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합니다.


"몇시에 가는건데?"

"2시쯤 가기로 했습니다!"

"근데 주말이라 가족들도 많고 예약안하면 많이 기다려야 할수도 있는데...."

"그래서 수인이 어머님이 친히 예약을 해주셨습니다. 하하... 이번에 어머니들이 분업이 엄청 잘되는거 같습니다. 현우형 어머님은 뷔페를 추천해주시고, 수인이 어머님은 예약을 해주시고, 어머니는 가는길을 친절히 알려주셨네요 하하하하 "


엄마들끼리 서로 안면식도 없고 알지도 못하지만 아이셋이 스스로 도전한다는 길에 엄마들이 이래저래 도움을 주는것이 새삼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습니다.


"태민아 너희들끼리 다니면 엄마들이 걱정을 하니까 출발할때 도착했을때 식당들어갈때 자주자주 사진이랑 기록들을 남겨서 보내줘. 너희들한테도 기록이 되는거고, 앞으로도 너희들이 어떤 도전들을 했는지 인증샷으로 남기는 연습을 해봐~"



2시예약이라면서 12시도 되기전에 완전무장을 하고 힘차게 집을 나섭니다. 스스로 그래도 매번 새로운 시도들을 도전해 보는 아들이 기특하기도 하고 믿음직스럽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알림과 함께 하게 웃고있는 3명의 아이들의 셀카사진과 함께 메세지가 왔습니다.


"이제 다 만나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20여분후


"도착했어요! 엄마!"


뷔페 레스토랑 입구에서도 환하게 웃는 개구진 삼총사의 인증샷을 남기고 한시간여동안 아들은 조용합니다.

그래도 세 아들들이 꽁냥꽁냥 거리며 자기들끼리 처음 도전하는 그길이 얼마나 즐겁고 모험심으로 가득 채워졌을것지

고지가 보이는 순간의 쾌감을 만끽하면서 서로 얼마나 깔깔거리며 좋아했을지

20여분을 그렇게 걷고 달리며 도착해서 먹는 파스타가 얼마나 꿀맛이었을지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새어 나옵니다.


"엄마! 여기 알리오올리오가 엄청 맛있어요. 벌써 5그릇이나 먹었어요!!!!"

문자에서도 아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오는듯했다. 입도 짧고 양도 적은 울아들이 5접시를 먹었다니..

또 친구와 형과 같이 꽁냥거리며 먹는 그 뷔페에서의 화려한 음식들이 얼마나 입안에서 꿀처럼 녹아 흘렀을까.


올시간이 되었는데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려는데 아들은 아직 도착을 안합니다.

전화를 해봐도 받질 않았습니다. 밥은 아까 다 먹고 나올거라 했는데 벌써 2시간이 훌쩍 넘어갑니다.

현우 전화로 걸어봤더니 헉헉 거리며 전화를 받습니다.

"네 어머니!!!"

"너희들 어딘데 아직도 안들어와???"

"아...........저희 지금 호수공원 돌면서 놀고 있었어요!"

대화중엔 옆에서 쫑알거리는 아들녀석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또 울립니다.


날이 제법 쌀쌀해졌는데 아이들은 모처럼의 자유를 만끽 하는지 셋이서 호수공원을 자전거로, 킥보드로 돌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한 모양입니다.


30분정도 여전히 신나는 목소리로 귀가한 아들은 연신 "엄마 오늘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너무 재미있었어요!"라고 도전후기를 브리핑해줍니다.


10살도 안된 아들은...

어렸을때부터 유독 독립심이 강했던것 같습니다.

뛰다가 넘어지면 곧 다시 일어나 ' 엄마 미안~' 하고 또 씨익 웃으면서 달리고,

유치원에서도 종일반 버스가 출발하는 시간보다 더 늦게 오라며 선생님 통해 전화를 자주 했습니다.

오늘 선생님이 주신 미로찾기를 다 끝내고 싶다고 말입니다.

초등학교 입학후엔 둘째날부터 혼자 알아서 가겠다고 집을 나섰습니다.

학원은 본인이 다니고 싶다고 말하면 보내주고 뭐든 억지로 해선 안된다는걸 느낀후부턴 아들에게 선택권을 많이 준것 같습니다.


때를 기다려주니 소심하고 예민하게 느껴졌던 아이는 어느덧 성격쾌활하고 웃음이 많은 개구장이 아들이 되었습니다. 서서히 아들이 스스로 해내는 기쁨에 도전하는 것이 기특하면서도 너무 빨리 독립을 할것같은 아쉬움이 들기도 하네여.


너무 빨리 크지말고 내품에 꼬옥 안겨서 오래오래 갔음 좋겠다는 희망은 꿈나라 가기전에 실컷 안아주면서 가져봅니다. 그리고 그렇게 작은 성취를 이뤄가며 이담에 네가 원하는 꿈에 한걸음씩 다가갈수 있기를 또 같이 소망해봅니다.


얼굴이 잘 익은 복숭아처럼 뺨이 상기된채로 도착한 아들은 오늘의 신났던 일과에 대해서 쫑알쫑알 쉴새없이 말을 뱉어냅니다. 그리곤 또 저에게 묻습니다.


"엄마! 네번째 랜드마크는 어딜 도전하는게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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