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여행 그리고 공간

by 우귀사

버지니아울프는 '자기만의 방'이라는 저서에서
여자는 연간 500파운드의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제적 독립(Money)과 자신이 사고할 수 있는 심리적 그리고 물리적 '공간'(Room)을 의미할 것이다.

방(房)의 사전적 의미는 집 안의 독립된 공간 단위로, 어떤 목적을 가진 구획된 장소이지만, 단순한 물리적 구조를 넘어

개인적인 공간, 심리적 안식처, 사회적 상징 등 다양한 차원을 뜻한다.

새마을호 서울 <->천안 9천 원 남짓(25년 기준)

KTX 서울 <->강릉 기준 2만 원 후반(25년 기준)을

지불하니,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

회사나 삶에서 답답할 때, 나만의 습관과 취향이 반영된

방(房)을 머릿속에 또는 일과에 최대한 차지하도록 일정표를 만들었다. 그 여러 활동 중, 기차여행은 나를 가장 멋지고 적극적이며 주체척인 인간임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고 잡생각도 덜 수가 있었다.

주말 매우 이른 아침이나 금요일 조퇴를 하고, 훌쩍 떠나는 기차여행은 내게 일상에서 해방을 주었다. 이른 아침이어야 조용히 멀리 갈 수 있고, 일찍 일어난 뿌듯함까지 챙겨 갈 수 있다. 이른바 자기 효능감이다. 난, 부지런한 사람 (아하하)

기차여행은 안전하고 가격면에서 우수한 편이며 시간이나 에너지 소모도 적어서 좋았다. 차창밖을 멍하니 보면서 기차의 흐름에 나를 맡기면 고민이 많이 줄고, 알 수 없는 기운도 생긴다.

기차 안에서 먹는 간식과 커피는 또 얼마나 색다른 맛과 특별한 기분을 선사하는지...(아하하) 세상 여유를 다 가진 사람이 된 듯하다.

KTX의 한 칸 공간이 갑작 매우 근사 해 지는 순간이다.

'일할거리나 책 한 권을 가지고 기차를 탄다. 서울 기준 경부선으로 대전이나 옥천 정도까지 내려 바로 앞 영화관에서 영화 한 편을 보고, 간단한 국수 등의 식사를 하고 온다.' 누군가의 주말에 대한 글이었다.

공감이 된다.

나 역시 기차 안에서는 목적지까지 정해진 시간에서 주는 제한과 내 공간 구역을 딱 정해둔 것 같아 유독 집중이 잘 되는 경향이 있다.

책을 읽거나 끄적임을 하기 좋고, 목적지가 있어 시간이 정해진 것이 좋다. 새로운 곳에서 딱 가고 싶은 한 곳만 다녀오거나 가장 유명한 음식만 먹고 오기! 정도 정해도 된다.

열차 안 비치된 잡지나 가져간 책을 읽거나 멍을 때리기도 한다. 기차에 타기 전 사간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면, 순간 세상은 멈춘 듯 여유롭고, 세상 우아한 지성인이 된 듯 머리를 한번 쓸어 올리게 된다.

나의 경우 지방에 있는 친구를 만나 , 한나절 보내는 일정을 짜기도 하고 기차역에서 갈 수 있는 맛집 한 곳을 정해 주변을 구경하고 걷다가 오기도 한다. 새로운 장소와 능동적 기차여행이 주는 신선 함이다.

기차안에서

여행 또는 이동을 의미하는 트래블(travel)은
고생 또는 고역을 의미하는 트래 베일(travail)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린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감각을 느끼기 위해 기꺼이 떠난다!!

여유가 있어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하니 여유가 생긴다고 하지 않았던가!

분주한 일상 속에서도 쉼을 누릴 줄 아는 나는 대단해라는

나만 아는 뿌듯함도 느끼게 된다. 나만 아는 뿌듯함이 쌓일수록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하지 않는가!

도보, 버스 또는 기차 등 거창하지 않아도

그렇게 일상 속에서 훌쩍 여행이 가능하다.

버스, 도보, 기차 중에 좌석 구매가 가능하여 공간이 명확히 확보 가능한 수단이 기차고, 그것이 내게 심리적 편안을

무의식적으로 주었다.

그리고 나는 집에서만 뒹굴뒹굴하는 무기력한 직장인 A 중 하나가 아니라는 자존감을 느끼게 해 준다.

그래서 난, 가끔 기차를 타러 가나보다.

우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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