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하고, 소개하기
저는 이것 저것 관심사가 많은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관심 있는 분야에서 멋진 작업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최근 관심 가지게 된 NFT 에서는 알고리즘으로 만든 작품 도 알게 되기도 했고, 얼마 전 다녀온 가구 전시에서는 여러 멋진 디자이너들의 가구들에 직접 앉아 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완전한 디지털과 완전한 아날로그의 작품들을 만나면서, 그것이 어떠한 형태이든, 세상엔 정말 멋진 창작자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한 저는 NPR Music 과 온스테이지의 열렬한 구독자이기도 합니다. 시각적, 청각적 형태의 작품들에서도 많은 감명과 영감을 받는 편입니다.
그리고 기획자라는 제 업의 특성 상,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개발자들과 디자이너들과 같이 일을 하다 보면, '그럼 나는 뭘 만들 수 있지?' 라는 생각이 종종 고개를 듭니다. 코딩과 디자인, 음악과 미술이라는 하드 스킬은 없지만, 무엇인가를 만들어 세상에 내어 놓고 싶다는 동기가 이 일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행히 회사에는 제 상상과 기획을 멋지게 구현해주는 동료들이 있지만, 취미의 레벨에서 이러한 동료들을 구하기란 만만치 않습니다. 창작에 재능은 없지만, 뭔가를 계속 만들어 보고 싶은 나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 라는 고민은 계속 되어 왔습니다.
원본의 무엇인가를 창작하는 것이 아닌 이상,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결국 창작된 무엇가들을 소비하고, 소개하는 역할이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소비하고, 소개하는 일을 잘 할 수 있을까요? 이하는 제 나름의 생각들을 정리해 본 것입니다.
컨텐츠 소비의 파이프라인 정리하기
어떤 분야의 창작물들을 잘 소비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사실 관심이 있는 분야의 작업들은 이미 어떤 경로에서든 소비하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소비의 파이프라인을 잘 마련해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뉴스 기사, 소개 글 등 중구난방으로 내 시야에 들어오던 작업물들을 훨씬 더 빠르고, 직접적으로 보는 방법은 창작자들을 바로 팔로우 하는 것입니다. 팔로우만을 위한 SNS 계정을 하나 만들어 관심 분야의 창작자들을 꾸준히 팔로우하거나, 주로 뉴스레터/이메일 등으로 소식을 전한다면 이메일 분류함을 따로 만들어 놓고 주기적으로 이를 훑어 보는 게 저에겐 도움이 되었습니다.
분야별로 플랫폼이 다를 수도 있겠죠. IT/테크 분야라면 트위터가 가장 빠르고 많은 소식을 접할 수 있겠고, 아트나 패션, 음식 분야라면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유투브, 잡지 등이 있겠고, 공연, 전시 같은 분야는 각 공연장이나 미술관의 홈페이지, 뉴스레터나 이를 모아서 소개해주는 채널의 SNS 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소비의 파이프라인을 가다듬었으면, 컨텐츠를 소비할 시간을 미리 마련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주로 조금 일찍 출근하여, 본격적인 업무 시작 전 조금 비는 시간에 컨텐츠들을 틈틈히 소비했습니다. 각자의 생활 패턴이 다르므로, 자기 전이나 점심 시간, 이동 시간 등 조금씩 시간을 내어 컨텐츠들의 헤드라인이나, 전체적인 느낌 정도만이라도 스키밍을 해 두면 좋았습니다.
창작법 공부해보기
개인적으로, 제가 소비하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를 공부해보는 것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당연히 취미로만 하는 것이니, 스트레스를 받으며 깊게 공부할 필요도 없습니다. 해보고 싶은 만큼만 해보세요. 음악을 좋아하신다면 음악이 만들어지는 원리에 대한 간단한 이론을 공부해보거나, 요리를 좋아한다면 맛을 쌓아올리는 원리에 대해, 영화를 좋아한다면 영화를 찍는 방법에 대해 공부해 보는 것입니다.
저는 요리와 음식을 좋아하니, 레시피가 있는 요리책 말고도, 레스토랑이 작동하는 방식이나, '맛' 자체가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대한 책들을 읽어 보았었습니다.
그러면 또 소비하는 컨텐츠를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좋은 점은 왜 좋은지, 좋지 않은 점은 왜 그렇게 느끼는 지를 논리적, 이론적 근거에 기반에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니까요.
소감 꾸준히 남기기
이제 창작물들을 소비했다면, 이에 대한 생각을 밖으로 내 놓아볼 차례입니다. 좋았든, 혹은 좋지 않았든 자신이 소비한 것에 대해 소감을 남기고, 이를 소개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닙니다. 그 매개는 영상이 될 수도 글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이것 또한 어떻게 보면 창작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저는 영상 제작 보다는 글을 쓰는 편입니다. 주로 읽은, 본 IT 아티클이나 유투브 영상 등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이에 대한 소감도 함께 남깁니다. 길지 않아도 좋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비평 읽어보기
어느 정도 역사가 있는 분야라면, 비평의 역사 또한 궤를 함께 했을 것입니다. 어떤 컨텐츠를 소비하고, 이를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이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소감, 비평, 혹은 유명한 비평가들의 비평도 함께 읽어 보세요. 왜 나는 좋았다고 생각한 점을 이 사람은 별로라고 생각했는지,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이 사람은 감동을 느꼈는지에 대해 찬찬히 살펴 보면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제가 음식을 좋아하니, 또 음식의 예를 들자면, 미국의 음식 평론가 협회는 음식 평론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두기도 했습니다. 이를 읽어보면 전문 음식 평론가들이 어떤 기준으로 식당을 평가하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창작에 큰 재능, 혹은 열정이 없는 저는 앞으로도 남이 만든 멋진 창작물들을 소비하고, 소개하며 살아갈 것 같습니다. 이 나름으로도 저에게 큰 즐거움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치를 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짧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