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 의 새 시리즈, 웨스트 월드

Where it all gets mixed together

by 지원준

HBO 의 새 시리즈, 웨스트월드(Westworld)를 보고 여러가지 잡담. - 스포일러 포함.


#1 웨스트월드에는 특정한 주제 -첫화는 서부극이었다.- 로 구성된 사이보그 테마파크가 존재하며, 이를 운영하는 거대 기업이 있다. 부자 손님들은 사이보그 테마파크에 마치 게임을 하듯 돈을 내고 입장해, 안에서 원하는 것들, 그것이 사랑이든, 폭력이든, 도박이든, 관광이든, 말 그대로 무엇이든 즐기다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입장하는 '게스트' 들은 '호스트' 라고 불리는 테마파크 안의 로봇들이 응대하는데, 이들은 인간과 똑같이 생겼으며, 인간과 똑같이 행동한다. 특정한 스토리라인에 미리 스크립팅되어 있다는 점이 다를뿐. 그리고 그러한 스토리라인을 게스트들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즐기다 오는 것이다.


창조된 서부극. 안의 인물들은 모두 로봇이다.


#2 테마파크의 호스트들은 프로그래밍하는 2명의 연구자와, 이를 운영하는 거대 기업, 그리고 테마파크 안의 로봇들이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이다. 특히 버나드와 포드, 두 명의 연구자는 로봇들을 더 인간같이 만드는 데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재미있었던 부분은, 버나드가 동료들의 싸움을 구경하다 화난 사람의 얼굴 근육이 아주 아름답게 움직인다고 말하던 부분. 자신의 일에 대한 집념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더 재미있는건, 웨스트월드 안의 미래 세계는 이미 기술을 통해 '질병' 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세계라는 것. 인간의 몸도 부분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세계라는 것이다. 조물주와 피조물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는 세계다. 하지만 드라마 안의 인물들은 이에 대해 의식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88f33410acf133691d9346f8dc173a8a.jpg 사람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날카로운 눈빛의 두 연구자들.


#3 미국에서도 HBO 의 새 시리즈 Westworld 가 큰 반응을 얻고 있는듯 싶다. 특히 실리콘 벨리나 테크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있는 듯. Medium 에서는 아예 별도의 카테고리를 만들어 웨스트 월드 관련 글을 보여주는 중. 아주 재미있는 글을 읽었는데, 엘론 머스크가 얼마 전 "우리가 가상현실 안에 살고 있지 '않을' 확률이 아주 낮다." 고 믿고 있다는 말을 한 것과 엮어서 웨스트월드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간다.


#4 [인간과 구별할 수 없는 로봇과 공존하는 세계] 와 [세계를 창조한 사람들과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인물들] 이라는 주제는 여러 컨텐츠를 통해 많이 다뤄졌던 이야기들이다. 1973년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웨스트 월드는 이 둘을 아주 흥미롭게 섞어놓았다. 원작을 보지 않았던 나로서는,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에 아주 많은 상상을 해볼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 신에서 돌로레스가 거짓말을 하고, 목의 파리를 잡는 장면에서는.


#5 개인적으로는 테마파크 안의 호스트들이 버그가 생길 때 새어나오는 '위화감' 의 표현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세상이 내가 아는 세상이 아니며, 더 큰 무엇인가가 존재한다거나, 어떤 법칙이 어그러졌다는 느낌. 그리고 그러한 위화감이 실제로 드러날 때의 표현이 좋았다. 영화 트루먼쇼에서 하늘색 벽에 배가 부딪힐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는데 대본을 읽는 배우들이 있을 때, 매트릭스에서 같은 고양이가 두 번 지나갈 때의 그 느낌 같은 것들.


#6 내 경우를 생각해보면, 난 무의식적으로 게임 내에서 이러한 위화감을 확인하려 했던 것 같다. 본능적으로 게임 안의 세계는 게임일 뿐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것일까. 갈 수 없는 곳에 굳이 가보기도 하고, 할 수 없는 행동을 해 일부러 죽어보기도 한다. 특히나 몰입이 심한 스릴러 게임에서는, 앞으로의 진행 자체가 스트레스인 상황도 있어 이러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이러한 '위화감' 들을 확인하는 행동들을 한다. "음, 역시 이건 그냥 게임이야. 여기까진 못 고려했군." 등으로 현실의 나와 게임 안의 나를 분리시키며 안정감을 찾는다. 넓게 보자면 공포영화를 볼 때 눈을 가려 더 이상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7 파일럿 에피소드에서 테마파크 안의 로봇들이 자아를 깨닫기 시작했고, 세계에 금이 갈 것이라는 여러가지 복선들. 호스트들은 게스트들을 공격할 수 없도록 디자인 되어 있지만, 이미 금을 가고 있다. 앞으로의 전개가 아주 기대되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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